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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 스쿨 미투

opinionX 2018. 9. 17. 13:45

지난 4월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 교실 창문에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위드유(#Withyou·당신과 함께한다)’ ‘위 캔 두 애니싱(We Can Do Anything·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었다. 앞서 이 학교 졸업생들로 구성된 ‘성폭력 뿌리뽑기 위원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설문조사를 한 뒤 교사들의 성추행과 성희롱을 고발하자 재학생들이 ‘창문 미투’로 호응한 것이다. 당시 337건의 응답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성폭력을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만 175건에 이르렀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말 학교 측은 파면·해임 각 1명을 포함해 18명의 교사를 징계하기로 결정했다. 이 학교 사례는 학내 성폭력과 성차별을 폭로하는 ‘스쿨 미투’의 신호탄이 되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여고 교실 창문이 졸업생들의 미투 고발을 응원하기 위해 재학생들이 만들어 붙인 ‘위드유’ 등의 문구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여름방학 중 소강상태였던 스쿨 미투가 새 학기를 맞아 다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피해 학생들은 학교 내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스쿨미투’를 단 게시물을 공유·확산시키고 있다. 높은 인권감수성과 행동력을 동시에 갖춘 여성 청소년들은 더 이상 참지 않는다. 문제는 학생들은 달라졌는데 학교와 교사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학교 측에선 주동자를 색출하고, 폭로한 트위터 계정을 삭제하라고 압박한다. 심지어 ‘벌점을 깎아줄 테니 포스트잇을 떼 오라’고 다른 학생들에게 지시한 ‘비교육적’ 교사도 있다고 한다. 제보자의 행실이 좋지 않다는 소문을 퍼뜨리는 2차 가해도 심각하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고색창연한 표현이 있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모두 같다는 뜻이다. 요즘엔 영화(두사부일체)나 TV 예능프로그램(집사부일체) 제목으로 패러디할 때나 쓰이는 옛말이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가 한 몸일 수도 없지만, 설사 그들을 다 합친 무엇이 실재한다 해도 ‘나’라는 개인의 존엄에 앞설 수는 없다.

어떤 학교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가 “너희가 귀여워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는데, 변명치고도 저열하다. 학생은 귀엽다고 쓰다듬는 애완물(愛玩物)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중세가 아니다. 2018년이다.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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