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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사전의 재발견

opinionX 2018. 10. 10. 10:42

다음 예문들에서 잘못된 표현을 찾아보자. ①기타를 치면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히기 마련이다. ②신약 효과를 증명하기 위한 동물 시험을 마치고 임상 실험을 시작했다. ③이 줄에 노끈을 잇달아 이어라. ④백련사 가는 길에서 나는 다산 선생의 자취를 직접 밟을 수는 없었지만 선생의 자국이 느껴졌다.

①에서 ‘박히기’는 ‘박이기’로 써야 한다. ‘박이다’는 저절로 깊이 배거나 속에 든 경우를 가리키는 자동사다. ‘박히다’는 타동사 ‘박다’의 피동형이다. ②에서는 ‘동물 실험’, ‘임상 시험’이 맞다. ‘실험’은 실제처럼 해보는 것이고, ‘시험’은 직접 시도해 보는 것이다. ③의 ‘잇달다’는 ‘잇따라’로 고쳐야 한다. 하나의 뒤로 여럿이 따르는 경우에는 ‘잇달아’와 ‘잇따라’ 둘 다 쓸 수 있다. 다만 ‘무엇에 이어서 달다’라는 뜻으로는 ‘잇달아’만 쓴다. ④에서 ‘자취’와 ‘자국’은 자리가 바뀌었다. ‘자국’은 물리적인 흔적만을 가리키지만 ‘자취’를 자국을 남기게 된 배경을 말하다.(<보리 국어 바로쓰기 사전> 인용)

우리말에는 혼동하기 쉬운 어휘가 많다. ‘박이다’와 ‘박히다’, ‘실험과 시험’, ‘잇따라’와 ‘잇달아’, ‘자국과 자취’가 그렇다. 모두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어휘들이다. 그러나 사전의 풀이만으로 차이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대비시켜 설명하고 용례를 들어야 쉽게 이해된다. 유사어 사전이나 용례사전, 바로쓰기 사전 등이 그런 기능을 담당한다. 표현의 범위가 좁아서, 또는 정확한 어휘를 찾아내지 못해 글쓰기를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 국어사전은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예컨대 글쓴이가 느끼는 슬픔의 오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하고 싶을 때는 우리말 갈래사전이나 분류사전에서 근사한 표현을 찾을 수 있다.

사전을 통해 알게 된 말은 좀처럼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사전을 자주 찾으면 기억력의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종이사전을 펼치면 찾는 앞뒤의 항목도 보게 돼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인터넷 포털이나 웹상의 국어사전만으로 언어생활이 풍요로울 수는 없다. 관용어사전, 속담사전 등 특수·전문사전이 다양하게 나와야 한다. 종이 사전이 사라지고 있다. 사전 전문 편찬자나 출판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생각해 볼 일이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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