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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 최지만(29·탬파베이)은 왼손 타자다.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 약하고 오른손 투수에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최지만은 그 전형이다. 2016년 빅리그 데뷔 후 지난해까지 4시즌 동안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이 2할5푼9리인데 왼손 투수 상대로는 1할8푼5리에 그쳤다. 왼손 투수가 상대 마운드에 오르면 대기하거나 교체되는 경우가 잦았다. 지난 25일 고교 선배 류현진(33·토론토)이 상대 팀 투수로 나온 시즌 개막전 때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스위치 히터는 좌·우 타석을 왔다갔다 하는 양손 타자다. 상대 투수의 좌·우에 따라 유리한 쪽 타석에 설 수 있으니 잘만 하면 금상첨화다. 그래서 시도는 많은데, 성공은 쉽지 않다. 주특기인 한쪽 손에만 기량을 집중하기도 버겁기 때문이다. 15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는 명예의전당에 헌액된 미키 맨틀·치퍼 존스·에디 머레이를 최고의 ‘양손 출중’ 타자로 꼽는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말 태평양 소속 원원근이 시초였다. LG 서동욱은 2008년·2010년에 ‘한 경기 좌·우 연타석 홈런’을 쳤는데, 국내 선수 중 유일무이한 진기록을 혼자만 2차례 작성했다.

그러면 양손 투수는 없을까. 있기는 해도 희귀하다. 왼손과 오른손을 바꿔가며 전력투구하면 부상할 위험이 큰 탓이다. 2015~2019년 메이저리그 58경기를 뛴 팻 벤디트(35)가 양손 전문 투수로 꼽을 만한 사례다. 그는 손가락 6개짜리 좌·우 겸용 글러브를 끼고 왼손·오른손을 바꿔 던졌다. 그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벤디트 룰’이 생겼다. 스위치 히터가 타석에 들어서면 투수가 먼저 어느 쪽 손으로 던질지 정한다는 규칙이다. 양손 투수와 양손 타자가 만났을 때 서로 좌·우 왔다갔다 하기를 무한 반복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함이다.

최지만이 27일 토론토전에서 왼손 투수 상대로 오른쪽 타석에 등장해 홈런을 날렸다. 이전까지 빅리그 861타석을 왼손 타자로 들어섰던 그가 처음 오른손 타자로 변신한 것이다. 7살 때부터 스위치 히터였다는 치퍼 존스는 “약한 쪽 손으로 2배 더 많은 스윙 연습을 해야 양쪽 손의 수준이 비슷해진다”고 말했다. 반쪽 선수로 주저앉지 않으려고 애쓰는 최지만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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