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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전자담배

opinionX 2019. 9. 23. 11:06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포크너는 애연가로 유명하다. 그는 글을 쓰는 데 필요한 도구로 종이, 담배, 음식, 위스키 약간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파이프 담배를 평생 즐겼다. 그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원인 가운데 하나는 아버지가 궐련담배를 권하자 이를 반으로 자른 뒤 연초를 파이프 담배에 꾹꾹 눌러 피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에서 그는 항상 파이프 담배를 쥐거나 물고 있다.

세계 유명인사들 가운데 윈스턴 처칠, 파블로 피카소,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크문트 프로이트, 체 게바라, 마오쩌둥(毛澤東) 등도 담배를 물고 살았다. 프로이트는 구강암으로 고생하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했다. 끽연 예찬은 끝이 없다. 린위탕(林語堂)은 “담배는 현명한 자의 사고를 끌어내고 어리석은 자의 입을 다물게 한다”고 말했다.

19세기 초 조선시대 이옥은 담배의 유래와 효과, 맛, 종류, 피우는 법 등을 집대성한 <연경(煙經)>을 저술했다. 말하자면 담배 경전이다. 이 책에서 이옥은 애연가들의 말을 빌려 ‘술과 밥, 담배 가운데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밥, 다음은 술, 마지막이 담배’라고 했다. 그는 담배 피우기 적절한 때를 열거했다. ‘달빛 아래서, 눈이 내릴 때, 비가 내릴 때, 꽃 아래서, 물 위에서, 길 가는 중에, 베갯머리에서, 측간에서, 책을 볼 때, 친구와 마주 대할 때….’ 언제나 좋다는 뜻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른 담배의 맛을 감칠맛 나게 표현했다. ‘글을 읽을 때엔 엿과 같고, 대궐문을 나올 때엔 오장육부가 향기롭고, 겨울밤 아침엔 빈방에 봄이 피어나고, 저잣거리를 지나면서 구역질이 날 때엔 갑자기 목욕을 한 듯하다’고 했다. 이를 듣고 어찌 애연가가 되지 않고 배기겠는가.

그러나 애연가는 즐거움에 따르는 뒷감당을 해야 한다. 자신과 주변의 건강과 냄새 등 위생문제다. 담배에 유해물질이 4000가지나 된다고 한다. 최근 독성을 줄였다는 전자담배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20일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모든 전자담배를 팔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운 수백명이 중증 폐질환에 걸렸고 8명이 숨졌기 때문이다. 담배의 맛은 독성물질에서 나온다.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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