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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최저임금 효과 90%

opinionX 2018. 6. 4. 15:07

한때 국가 통계를 놓고 ‘코드 통계’니 ‘맞춤형 통계’니 하는 말들이 유행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통계청은 뜬금없이 ‘녹색성장지표’를 만들었다. 녹색성장 정책의 수립과 평가를 지원하고 시민들의 친환경 활동을 유도하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정부정책 홍보라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구조개혁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경제혁신 3개년계획이 G20의 국가성장전략 중 1위로 평가받았다고 선전했다. 물론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흔히 통계의 오류는 부주의나 무지 혹은 자의적 판단에서 비롯된다고 하지만 정부통계가 도마에 오를 때는 후자 측면이 강하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가구별 근로소득이 아닌 개인별 근로소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의 원재료 중 임금 노동자를 추려내 임금의 증감을 분석한 결과라는 말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관련발언을 한 뒤 근거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데 대한 해명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상징 정책이다. 하지만 재계와 보수진영은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을 늘려주기는커녕 일자리와 임금을 줄인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통계청이 1분기 가계소득 통계를 발표하면서 하위 1분위의 소득은 낮아진 반면 5분위 소득은 더 많이 늘어, 소득격차가 15년 만에 가장 커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부로서는 당황했고, 반대진영은 휘파람을 불었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엇갈린 의견을 낸 것도 논쟁을 키웠다.

흔히 통계는 거짓이라고 하지만 거짓은 통계가 아니라 시각이라는 게 더 적확할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얘기이다. 정책 평가를 위해서는 추세를 봐야 한다.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 논쟁은 고작 한 분기 결과만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대통령의 효과 90% 발언도 섣부르고, 이를 물고 늘어지는 반대진영도 지나치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한 분석은 이제부터다. 정밀 진단을 거쳐 방향을 정해도 늦지 않다.

<박용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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