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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팬은 봄부터 ‘가을야구’를 기다린다. 가을야구는 6개월간의 정규시즌 경기에서 상위권에 든 팀들이 한 해의 챔피언을 다투는 포스트시즌 경기들을 칭한다. 보통은 10월에 열리는데 경기가 치열해지면 11월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프로야구가 성행하는 한국·미국·일본 모두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11월12일이 역대 가장 늦게 끝난 날로 기록돼 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문에 프로야구 일정이 밀린 2018년 일이다. 미국에서는 9·11 테러로 일시 중단을 겪은 2001년 챔피언결정전(월드시리즈) 마지막 경기가 11월4일에 끝난 게 메이저리그 100여년 역사상 첫 11월 가을야구였다.

‘가을의 클래식’ ‘가을의 전설’로도 불리는 가을야구가 올해는 크리스마스에 열릴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스포츠가 중단된 와중에도 재개 방안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 메이저리그 쪽에서 나온 얘기다. 슈퍼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공식 제출한 의견이라 하니 우스갯소리로 취급되진 않을 것이다. 6월1일 또는 7월1일 정규시즌 개막, 12월에 포스트시즌을 시작하고 최고 흥행 이벤트인 월드시리즈를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에 개최하자는 게 보라스의 제안이다. 한겨울 추위 우려에 대해 “미국 내 8개 돔구장과 따뜻한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열면 된다”고 그럴싸한 대안까지 내놓았다. 류현진이 속한 토론토 구단의 로스 앳킨스 단장은 최대한 많은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 ‘7이닝 더블헤더(연속 경기)’를 진행하자는 제안을 보탰다. 국내에서도 야구가 겨울까지 이어진다면 고척돔에서 한국시리즈 전 경기를 치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크리스마스까지 경기가 이어지면 내년 시즌은 언제부터 시작하느냐는 문제는 있다. 하지만 발상을 바꾸지 않으면 답이 안 나온다. 야구는 9회까지 한다, 가을야구는 가을에 한다, 홈팀·원정팀 경기장에서 번갈아 치러야 한다는 건 고정관념이다. 2020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고, 내년 여름 개최가 여의치 않으면 봄에 열릴 판이다. ‘가을야구’라 해서 크리스마스에 열리지 말란 법도 없다. 위기 때는 상식과 관행을 뛰어넘는 게 필요하다. ‘징글벨’과 함께하는 야구, 어쩌면 대박이 터질지도 모르지 않는가.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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