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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 공룡의 구애

opinionX 2016. 1. 10. 21:00

공룡발자국이 한국 학계에 처음 보고된 것은 1982년이다. 그해 1월 경북대 양승영 교수팀이 경남 고성군 덕명리 해안의 중생대층을 답사하다 우연히 발견했다. 공룡발자국은 2100족이나 찍혀 있었다. 이후 남부지방의 백악기(1억4500만~6500만년 전) 지층에서 100곳이 넘는 공룡화석산지가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한반도가 ‘공룡의 천국’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관은 백악기의 한반도가 공룡이 터전을 잡고 살기 좋은 호숫가였던 점을 우선 꼽는다. 공룡이 묻힌 백악기 지층이 바닷물의 침식작용으로 노출된 해안가에서 그 생생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또 대규모 개발로 산 전체를 깎는 등 지층을 절단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그 절개면에서 공룡의 흔적이 제법 드러났다. 씁쓸한 얘기지만 무자비한 개발이 수천만년 동안 잠자고 있던 공룡의 부활을 자극한 것이다.



공룡의 흔적은 엄청나다. 전남 신안에서는 지름 2.3m의 공룡알 둥지와, 크기가 지름 385~400㎜인 공룡알 19개가 완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전남 보성에서는 척추뼈들이 갈비뼈와 온전히 붙어있는 완벽한 모습의 골격화석이 확인됐다. 이 토종공룡에게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라는 학명이 붙었다. 경북 군위에서 발견된 길이 354㎜, 폭 173㎜의 익룡 발자국은 세계 최대 크기로 공인됐다. 2008년 경북 의성에서는 ‘아기공룡’ 두 마리가 확인됐다. 아기공룡의 발자국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9㎝였다. 이 앙증맞은 초식 아기공룡들이 부모(2마리)와 4m나 함께 걸었고, 그 곁에는 육식공룡(2마리)도 있었다. 한반도는 초식과 육식, 그리고 아기공룡까지 공존했던 ‘백악기 공원’이었던 것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08년부터 국내의 공룡화석산지(16곳)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국제비교연구가 부족하다’는 유네스코의 권고에 따라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이번에 육식공룡 집단의 ‘집요하고 애절한’ 구애행위를 밝혀낸 것이 공동연구의 결과물이다. 공룡의 구체적인 생활상까지 복원했으니 유네스코 유산 등재의 핵심조건인 ‘탁월하고 보편적인 가치’에 부합된다고 볼 수 있다.


이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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