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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르고 달랜다. 문장이 낯설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어르고 달랜다’의 잘못된 표현으로 느낄 법도 하다. 한데 아니다. 둘 다 바른말이다. ‘어르다’와 ‘으르다’는 의미가 완전히 다른 말이다. ‘어르다’와 ‘으르다’는 소리가 비슷하다보니 헷갈리게 쓰는 사람이 많다. ‘얼르다’나 ‘을르다’로 아는 사람도 있다.

‘어르다’는 ‘아이를 달래거나 기쁘게 하여 주다’를 뜻한다. ‘어떤 일을 하도록 사람을 구슬리다’란 의미도 있다. 하여 ‘잠을 재우려고 아기를 어르고 달랬다’ 따위로 쓸 수 있다. 한마디로 ‘어르다’는 상대를 그럴듯한 말로 만족시켜 꼬신다는 의미다. ‘어르다’는 어르고, 어르니, 얼러 등으로 활용한다.




반면 ‘으르다’는 ‘상대가 겁을 먹도록 무서운 말이나 행동으로 위협해 협박하다’란 뜻이다. 말과 행동으로 위협하는 짓을 뜻하는 ‘으름장’이 ‘으르다’에서 나왔다. ‘으름장’을 ‘으름짱’으로 쓰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으름장’이 바른말이다. ‘으르다’는 으르고, 으르니, 을러 등으로 활용한다.

‘어르다’는 상대를 기쁘게 해 주고, ‘으르다’는 상대를 위협해 겁주는 일이다. 그럼 이 글의 제목으로 돌아가 보자. ‘으르고 어른다’는 무슨 뜻일까. 상대를 윽박지르기도 하고 살살 구슬리기도 한다. 강온 양면 전술,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이다. ‘으르고 달랜다’와 한뜻이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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