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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올해 대입과 관련해 주목을 받았던 사실 중 하나는 많은 의치학 전문대학원들이 학부과정으로 전환함에 따라 관련 학과 정원이 1000여명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 지난 7월29일 제정된 것이 또 하나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의대·치대·한의대에 입학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학부 정원이 늘어났어도 일부 대학들이 지역인재 법정 선발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에서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어 강원권과 제주권은 정원의 15%, 나머지 권역은 30%를 선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유기홍 의원실에서 배부한 ‘지방대 인재선발 법정기준 미준수’라는 보도자료를 보면 2016학년도 입시전형 계획안에서 특히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과 대구·경북권의 일부 대학들이 이 비율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들의 의료서비스 현실은 심각하다. 먼저 충청권에 속한 충북과 충남 모두 2013년 4분기 기준으로 각각 5개 지역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었다. 충북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3곳이나 있다. 대구·경북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구의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이 2곳 있었고 경북은 4곳 있었다. 게다가 경북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이 4곳,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이 3곳이었다.

대학이 지역인재전형 법정 선발기준을 준수한다고 해서 해당 지역의 의료서비스 현실이 크게 나아진다고는 확언하기 어렵다. 효과가 제한적인 해결방안을 가지고 침소봉대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 인재를 외면한 채 조금이나마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대학의 작은 이기심으로 해당 지역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해 소탐대실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1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한 입시학원 주최로 열린 2015년도 대입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시전략 설명을 듣고 있다. (출처 : 경향DB)


대학은 선발기관이자 교육기관이다. 지역의 학생들보다 타 지역, 특히 수도권 학생들이 우수하다는 명백한 근거도 없거니와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대학 자체 기준에 부합하는 학생들을 선발해 우수한 교육을 통해 뛰어난 인재로 만들면 될 일이다. 역차별 논란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부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지역균형발전’과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받을 국민의 권리’라는 더 큰 가치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률로 제정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학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각 지자체에서도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고 해당 지역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방 학생들은 의대·치대·한의대에 입학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해당 지자체는 ‘의료 취약지역’을 줄일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은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며, 대학은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사회적 책무를 다 할 수 있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이 일에 대학이 가장 먼저 앞장서주기를 바란다.


한명균 |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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