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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쌀이라고, 뭐 몸에도 더 좋다 하고, 소출도 좋다던데. 자네, 들어봤나?”

유전자를 조작한 GMO 쌀이 있다는 소리는 그렇게, 동네 밥집에서 얻어 들었다. 황금쌀이 좋다고 들었는데, 볍씨를 구하기가 마땅찮다는 말씀을 덧붙이면서. GMO 작물이라면 식용유 만드는 데 쓰는 콩이나 옥수수, 목화, 유채(캐놀라), 감자 따위를 외국에서 재배하고 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쌀도 GMO 종자가 있었다니.

얼마 전 식품 포장에다가 재료가 GMO 작물인지 아닌지 표시하는 법을 바꾼다는 소식이 있었다. 식약처에서는 마치 예전보다 더 나아진 것처럼 말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 반대다. GMO 작물로 만든 먹을거리여도 표시를 안 할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많고, 게다가 국내에서는 GMO 작물 재배를 하지 않으니까, GMO 작물이 아니어도 NON-GMO 하는 식의 표시를 하지 말란다. 기껏 좋은 재료를 써 봤자 그걸 말할 수가 없는 셈이다.

한쪽으로는 이런 식으로 GMO 작물을 잔뜩 들여와 GMO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게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GMO를 개발한다고 이 땅에서 GMO 종자로 농사를 짓고 있다. 여기에 벼도 있다. GMO 벼를 시험재배한 것이 적어도 몇 해는 되었다. GMO 벼를 시험재배한 논은 그저 철망으로만 둘러쳐져 있다. 이것을 관리하는 농업진흥청 연구원은 벼가 자가수분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 농사를 지어도 다른 논에는 상관이 없다고 했지만, 그렇게 GMO 씨를 뿌린 이상 완전히 가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도 시험재배를 하던 밀의 GMO 종자가 제멋대로 퍼져 나간 일이 있었다. 밀도 벼처럼 자가수분을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견주면 캘리포니아주의 4분의 1쪽짜리 땅이다. 이만한 땅에서 한번 GMO 종자가 퍼져 나가면, 어디에서 GMO 종자가 나타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리고 아주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만, 캐나다에서 유채를 기르던 농민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GMO 종자가 자기 땅에 날아와서 자란 것 때문에, 종자를 훔친 셈이라고 소송을 당하고 재판에서 졌다.


연도별 유전자변형식품(GM0)수입량, 수입 곡물 중 GMO 비중, GMO가 주재료인 가공식품 생산량 _경향DB


근사미, 우리나라에서 농사짓는 사람치고 근사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모내기를 해서 모가 새파랗게 자라는 논인데, 둘레로 논둑이 싯누렇다면 거기에 근사미가 있다. 근사미가 뿌려지는 땅은 거의 모든 살아있는 것이 죽는다. 모르는 논둑, 밭둑에서 나물을 뜯어서 안 되는 까닭이 언제 근사미를 뿌렸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농사꾼이 약을 잘못 먹었을 때에도 벌레 죽이는 살충제는 그래도 살아날 가망이 있지만, 근사미는 그렇지 않다.

우리 밥상에 아주 흔하게 쓰이는 수입산 콩으로 만든 콩기름-식용유는 거의 대부분 GMO 콩으로 만든다. 이 GMO 콩의 위용은 근사미를 흠뻑 뒤집어썼을 때 나타난다. 근사미를 뿌려도 죽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했기 때문이다. 근사미에 있는 글리포세이트는 그냥 콩꼬투리에 묻어 있기만 하는 약이 아니다. 자라는 내내 근사미를 뒤집어쓰는 GMO 콩에는 알알이 배어 있게 마련이고, 우리는 그 콩으로 짠 식용유를 먹는다. 글리포세이트는 근래에 발암물질로 규정했다지만, 그런 것 하고야 상관없이 모두 다 죽어 나가는 농약을 맞고도 저 혼자 자라고 있는 콩을 따서 먹을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GMO 작물을 수입해 왔다. 그것도 아주 많이. 어쨌거나 맨 처음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 GMO 작물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표시해야 할 것이다. 기름을 짠 다음에 단백질이 어쩌니 유전자가 어쩌니 하면서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 아니라, GMO 작물을 썼으면 무얼 만들었든 표시하는 식으로 말이다.

또 우리나라 땅에서 GMO 농사를 짓는 것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지금처럼 계속되면, 우리는 갓 지은 GMO 쌀밥을 맛있다며 먹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GMO인지 아닌지 농부조차 헷갈려 하는 채로. 얼마 전 일본의 가게에서 낫토를 사려고 집어들다가, 한국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낯선 표시를 보았다. “이 콩은 일본 국내산이며, GMO 콩이 아니다.”



전광진 | 상추쌈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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