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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출시일에도 줄 서 본 적 없었는데, ‘전자담배계의 아이폰’ 출시 소식을 듣고 아침부터 5시간 넘게 줄 서서 어렵게 ‘득템’을 했다. 요즘 흡연자들 사이에서 핫 아이템인 궐련형 전자담배가 연일 화제다.

구입 후 한달 여 지난 지금, 나는 23년여간 피우던 담배를 끊고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기존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입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기존에 피우던 담배는 역해서 피우지도 못하겠고, 흡연구역에 들어가는 게 괴로울 정도였다. ‘그동안 나한테 저런 냄새가 났구나’ 싶어 후회도 많이 했다. 애들을 생각해서 담배 끊으라고 잔소리하던 아내도 담배 끊은 줄 알고 있을 정도다.

한국필립모리스에서 출시예정인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네이비·화이트. 연합뉴스

왜 금연 안 하고 대안을 찾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도 당연히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금연이 정답인 거 난들 모르겠어? 그래서 수십 번의 금연 결심, 금연 클리닉 방문, 금연 보조제 처방까지, 안 해본 거 없었지’라고 할 것이다. 정말 끊기 어려운데 끊는 것만이 최선이다? 흡연자에게는 너무 가혹한 주문이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이야기는 무척 많이 들었다. 그래도 몸에 덜 나쁜 대안이 필요했던 나에게 궐련형 전자담배는 정말 좋은 대안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담뱃세가 오를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금연을 유도하겠다며 담뱃세를 대폭 인상한 결과는 어떤가? 금연 효과는 미미했고 나라가 세금만 많이 걷어가는 꼴이 됐다. 그렇다고 흡연자들의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만든 세금을 금연 캠페인에 쓰지도 않았다고 한다. 과세 형평성을 근거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담뱃세도 인상? 모양만 담배면 똑같은 담배? 이는 단지 세금을 늘리기 위한 꼼수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금연이 중요하다는 것에 100% 공감한다. 하지만, 흡연자들에게 금연은 쉬운 것이 아니다. 금연하기 힘든 흡연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 궐련형 전자담배 담뱃세에 대한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

이상우 |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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