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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복학생 ㄱ군이 면담을 요청해 만났다. 타 대학 통계학과를 다니다 영어교사가 되고자 사범대 영어교육과에 1학년으로 입학한 학생으로 영어교사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며 교사가 되고자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학생이었다. 연구실에 온 ㄱ군은 의자에 앉자마자 얼마 전 중등임용고시 선발인원 발표 후 받은 충격을 이야기했다. 사실 이번에 발표된 2018년도 영어교사 선발인원은 전국에서 174명으로 2017년도의 281명에 비해 38%나 줄어들었다. 2017년도의 선발인원도 2016년도(420명)보다 33%가량 줄어든 터였다.
ㄱ군은 이 소식에 크게 낙담했다. 특별히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얘기했기에 어느 때보다도 임용고시 선발인원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고 했다.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사범대 영어교육과 조사 대상자 71명 가운데 63%인 45명은 영어교사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입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대다수인 70%가 중학교 시절 혹은 그 이전부터 그 꿈을 꾼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고자 하는 젊은이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은 고통이다. 예상되는 영어과목 응시자 7000명을 감안할 때 선발인원 174명은 2%에 불과하다.
교육부가 지난 수년간 교원 선발인원을 줄이고 기간제교사나 영어전문강사 등을 불합리하게 확대한 것이 이렇게 불안정한 교직 수급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특별히 공교육에서 영어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 교사 선발 억제가 아니라 이제 오히려 교사 대비 학생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교육정책의 기본은 경제적인 접근이 아니라 효율적인 교육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이길영 | 한국외국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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