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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에 대한 정부, 국토교통부의 조사과정에서 ‘가해 혐의업체’인 대한항공의 여모 상무가 19분간 동석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은폐와 왜곡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토부 조사관은 마치 사전 협의와 각본이 마련된 듯 이를 방조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여 상무 등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승무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하고 e메일 등 증거 인멸을 지시하는 등 조직적으로 국가행정과 사법작용을 방해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아무런 공직도, 관련 법적 지위도 없는 일개 사인인 정윤회씨 딸에 대한 승마대회 판정 시비 조사 문제로 국장과 과장이 좌천되고, 장관이 물러나는 한심한 소동의 후폭풍에 휩싸여 있다. 청와대 비서실은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논란에 대한 감찰과 조사, 그리고 그에 대한 보복 인사 논란 끝에 한 경찰관이 자살하고 다른 경찰관은 구속됐다.

언론과 여론은 정윤회-박지만-김기춘 3인 간의 권력다툼과 이들 실세들에게 줄을 선 공직자들의 부당하고 불법한 행동들이 국정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방부는 통영함 등 방산비리와 잇따른 장성들의 일탈과 부당하고 편파적인 군사법정 운영, 북한군의 침입과 농락에는 무능력하면서 소중한 병사들의 자유와 권리는 강하게 짓밟는 모순에 대한 질타에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전쟁보다 무서운 ‘원전 사고’의 위험 요인들을 방치하고 유발해 온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총체적 비리와 무능, 비효율 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회 정의와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것이 직무인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와 권력의 집사 노릇, 퇴직 후 거대 로펌이나 대기업 취업 논란으로 불신을 받고 있다.

지금 당장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만 짚어봐도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다양한 원인과 문제가 있겠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총체적인 공직기강 붕괴’의 공통적이며 핵심적인 원인은 ‘권력이나 돈을 가진 특정인에 대한 사적인 충성’이다. 국가와 공직자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우리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등 공직자의 의무와 윤리를 규정한 법들은 보다 구체적인 규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실상은 공직자들이 특정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 권력자 혹은 그들의 친·인척이나 지인들 및 기업이나 재력가에게 ‘줄’을 대고 있다. 이러한 유착관계에 빠진 공직자들이 직무를 이용해 특정 대상에게 부당한 편익을 주고, 그 대가로 승진이나 보직 등 인사상 이익이나 금전적인 이득, 혹은 퇴직 이후 자리 보장 등을 받는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적된 ‘적폐’가 바로 이런 것이고 국민적 분노와 사회적 갈등 끝에 탄생한 진상조사위원회와 특검이 내놓을 결론도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적폐’를 만들어 왔는지에 대한 답이어야 한다.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시로 작성되었다는 승마협회 살생부라는 문건을 들어보이며 김종덕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소위 ‘관피아’ 문제 등 구조와 제도, 법, 관행 등을 고쳐 나가야 할 지난한 노력은 물론이거니와, 지금 당장 정부와 공직자들이 저지르는 잘못과 사고로 사회가 혼란해지고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상황을 막아야 할 ‘기강 확립’의 응급조치가 긴요하다. ‘기강 확립’의 방법은 ‘솔선수범’과 ‘읍참마속’, ‘신상필벌’이다. 대통령부터 스스로를 둘러싼 음험한 의혹의 진상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방법과 정도로, 진솔하게 밝히고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와 불법행위부터 엄하게 단죄해야 한다. 그 후에 정치적 성향이나 친소관계 등과 무관하게, 잘잘못을 명확하게 가려 잘한 사람에게는 상을, 못한 사람에게는 벌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용기’이며 오직 용기 있는 지도자만이 국가와 국민을 위기에서 구하고 안전과 행복, 복지로 이끌 수 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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