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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다가오는지 들을 기회가 있었다. 교사 모임에서 들은 말은 두려움, 걱정, 불안, 막막함, 설렘, 기대, 희망 등의 단어였고 학생들에게 들은 말도 비슷했다. 차이가 나는 것은 어떤 단어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가였다. 개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두려움 사이 긴장을 견디며 두려움의 정체에 대해 좀 더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시작하는 3월이고 싶다.

올해 혁신학교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다. 업무와 회의가 많아 힘들다고 가지 말라는 사람도 있었고, 동료 교사들과 수업을 중심으로 고민하며 실천하는 과정이 힘든 만큼 성장과 보람도 있다고 격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고민이 될 때는 어려워 보이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후회를 덜 남긴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에 혁신학교를 선택할 수 있었다.

개학을 앞두고 전체 교사가 일주일 동안 신학기 준비 연수를 하면서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학교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고 일년 교육과정을 전체, 학년, 교과 등의 다양한 얼개로 짜맞춰 갔다. 힘든 만큼 개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이 가시고 그 공간에 기대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1월 28일 개학한 서울 강서구 공항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방학 동안 자란 키를 재보고 있다. 이준헌 기자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여러 학교를 옮겨 다니면서 학교마다 독특한 분위기에서 업무분장과 한 해 준비를 하는데 아쉬운 것은 늘 일 중심으로 먼저 다가가는 것이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었다. ‘누가 무슨 일을 맡을 것인가?’가 우선이다 보면 존재로 다가가기보다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결국 학생부장 등 기피하는 업무는 전입, 신규, 기간제 교사에게 맡기는 것을 묵인하게 되고, ‘나도 전입 첫해에는 그랬어’라고 자위하지만 그 결과로 미안함 속에 자신을 가두며 서로 외로워져 간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배정하고, 기존 구성원들이 전입, 신규 교사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일을 조정한다면 감사의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다행히 그러한 바람을 올해는 경험할 수 있었다.

개학하기 전 함께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개학 준비를 하지 않으면 학기 초부터 업무와 수업에 쫓겨 정작 아이들에게는 관심을 쏟기 어려워진다. 그동안 개학 준비 기간이 필요함을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한마음 한뜻으로 실행하는 데는 구성원들의 입장 차이가 있어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새 학교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연수를 함께하고 나니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을’ ‘이렇게 하니 좋은 것을’ 하는 마음이 든다.

‘환대란 본질적으로 문턱을 넘게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이반 일리치는 말했다. 공동체가 새 구성원을 맞이할 때 말로 하는 환대가 아니라 배려와 존중이 느껴지는 환대를 우리는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 낯섦으로 망설이다 문턱을 넘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되는 경우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는가?

새 학기를 맞아 아이들은 어떤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게 될까? 나를 어떻게 여길까? 받아들여질까? 기대와 두려움을 안고 등굣길에 오른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으로서 새로운 공간에 진입한다는 것은 구성원들에게 연결감을 느끼고 서로 받아들여진다는, 그 안에 자신의 자리를 갖게 된다는 의미이다. 학교가 낯선 타자들의 삭막한 공간이 아니라 따뜻하고 존중과 배려가 넘치는 공동체가 되려면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환대해야 할까? 낯선 환경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에는 긴장과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환대가 고통을 없애주지는 못할지라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선물이 될 것이다.

<손연일 월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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