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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이호준기자

ㆍ조승수 “변화 못하는 진보… 뼈깎는 성찰 필요합니다”
ㆍ“광장의 저항 인정… 폭력행사는 용인 안돼요” 전원책

전원책 변호사(이하 전원책)= 건강한 좌파의 조건부터 이야기할게요. 첫째, 자유민주주의에 승복해야 합니다. 좌파는 곧 마르크스주의자로 오해하는 분이 많은데, 서구의 진보는 자유주의의 한 줄기입니다. 둘째, 폭력과 포퓰리즘에 의존하면 안 됩니다. 진보들은 무조건 길거리로 가는데 그건 아니에요. 과거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이 얼마나 폭력성이 많았습니까. 셋째, 예전 열린우리당이 있을 때 386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가 왜 자기 밥그릇부터 챙기느냐는 거죠. 소수자, 소외자를 돌보기 위한 진보 정책을 펴면서 왜 공기업 감사, 이사로 못 들어가서 눈 벌겋게 설치고…. 넷째, 제발 김정일 세력과 관계를 끊으라는 겁니다. 북한은 진보도 사회주의도 아니고, 광신도 집단이에요.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왼쪽)과 전원책 변호사가 지난달 31일 경향신문에서 만나 토론하고 있다. |김기남기자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하 조승수)=
폭력이 용인되고 우상화되어선 안됩니다. 하지만 불가피한 폭력적 형태 내지 거리 시위는 기본적으로 권력과 자본의 힘에 눌린 사회적 약자가 자기 저항, 자기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전원책 = 프랑스의 사르트르도 ‘약한 자가 할 수 있는 길거리 저항밖에 없지 않으냐’고 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복면하고 쇠파이프 들고 하는 폭력은 아닙니다. 유럽에서 돌 던지는 사르트르를 본 적이 없습니다.

조승수 = 폭력을 공공연히 정치이념으로 표방한 파시즘이 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자기 정당의 정체성이나 가치로 폭력을 얘기하는 건 없습니다. 프랑스 68혁명을 보면 심지어 테러를 통한 새로운 사회를 주장하는 극좌파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격렬한 이념 전개 과정이 지배세력과 피지배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진행되면서 결국 순화되는 과정을 밟았다고 봅니다. 1980년대 화염병이 등장하고 격렬했던 시위문화를 돌이켜보면, 지금은 화염병 던지고 거리에 나갔다가는 진보고 보수고 상관없이 인정받을 수 없는 부분이 정착되어간다고 봅니다. 건강한 좌파의 조건과 관련해, 386 말씀을 하셨는데요. 역대 정권이나 정치권력이나 지금의 우리 사회 재벌의 행태를 보면, 공익으로 포장한 사익을 추구하고 개인적 축재를 하는 게 많았습니다. 범진보나 민주화 했던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다 옳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만 일반적 행태라고 얘기하긴 곤란합니다. 한국적 보수의 특성은 반공, 독재, 사익축재, 부정축재, 권위주의, 가부장입니다. 자유주의에 기본 바탕을 둔 보수 내지 합리적 보수는 찾기 힘들죠.

전원책 =
건전한 보수는 절대로 사익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보수의 핵은 도덕성이거든요. 보수가 엄격한 아버지고 진보는 자애로운 어머니 역할을 역사적으로 쭉 해왔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이제 보수가 자애로운 어머니, 진보야말로 이제는 엄격한 아버지의 입장에서 도덕성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의 성추행 사건에 경악했어요. 또 한국 보수가 반공주의 특징을 가졌다고 말씀하셨는데, 반공주의를 나무랄 생각은 없어요. 김일성·김정일 부자 집단은 지구상에서 너무 희귀한 존재거든요. 좌파, 진보파들이 주체사상과 손을 떼야 합니다.

조승수 =
(성추행 사건은)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민주화세력을 표방했던 진보는 도덕성을 기본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진보가 이른바 독재와 싸우다 독재를 닮아가는 작은 사례지만, 한 징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뼈를 깎는 성찰이 필요합니다. 반공 문제는, 그 자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박정희 시대까지 반공을 외피로 공포정치를 하면서 사익을 추구하는 형태로 나타났고, 박정희 시대 이후에도 반공은 한국사회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한국적 보수와 반공 이데올로기는 친일 청산 문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전원책 = 프랑스 비시정부는 권력행사한 게 2년7개월인가 그렇습니다. 비시정부와 친일파를 똑같이 볼 게 아닙니다. 을사오적을 두고 이론을 제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친일파 대부분은 일제시대 태어나 공부한 사람들이에요. 대동아 시절에 자결하지 않고 억압에 굴복했다고 해서 수많은 공적을 다 무시하고, 몇 가지 부역만으로 매도하는 건 문제입니다.

조승수 = 친일문제에 있어서 불가피론이나 공과를 분리해야 된다는 말씀도 논리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사실에 기초한 진실이 밝혀지고, 당사자들이 반성, 사과하고 용서·화해하는 단계로 가야 하는데, 첫번째부터 안됐습니다. 친일에 대한 변명을 국정교과서에 당당히 싣는 게 대한민국의 모습은 아닙니다. 건강한 좌파의 조건 중 종북주의 문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그 비판의 선봉처럼 비쳐져 곤혹스럽습니다만, 종북주의 노선도 역사성이 있습니다. 70년대 중반까지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남한에 결코 뒤지지 않았고, 토지개혁으로 인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는 앞서갔습니다. 80년대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탈출구로 한쪽은 마르크스주의로, 또 한쪽은 북한이라는 체제에 경도돼 갔다고 봅니다. 2000년대 진보주의로 한국 사회를 바꿔나가는 입장에서 보면 냉정하게 북한 정권에 대해 판단하고, 과거의 역사성과 다른 자기 과제를 가져야 합니다.

전원책 = 역사성에 대해서 부인하지 않아요. 문제는 우리 좌파, 민노당의 형태를 보면 북한보다 더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 있다는 겁니다. 바람직한 진보파, 좌파의 모델은 자유주의 한 줄기로 가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민은 민주노총을 귀족노조로 오해합니다. 나는 오해라고 봅니다만, 이 오해는 정당합니다. 현대차 평균 임금은 일반 국민 평균 소득을 초과합니다. 주주 배당은 얼마 되지 않아요. 저는 노동운동을 긍정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가들이 워낙 도덕심과 거리가 멀어요. 삼성그룹 편법상속도 제가 제일 먼저 시비를 걸었습니다. 정당한 보수운동을 하는 사람은 정의 운동, 도덕재무장 운동하는 사람들이에요. 정경유착, 독재를 옹호하는 게 아닙니다.

조승수 = 민주노총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다 합해서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10%밖에 조직을 못하고 있습니다. 중소사업장이나 비정규직 같은 열악한 노동자들을 대변하려 하지 않고, 대기업 정규직 운동으로만 진행해왔죠. 자기 진로를 잃은 거죠.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관성적 투쟁만 한 게 문제입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말씀하셨는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몽구 회장이 700억원짜리 전용기를 구입했습니다. 대기업 노조가 이기주의니 뭐라 해도 노동자에게 무슨 설득이 되겠습니까.


전원책 = 진보와 보수는 서로 진실을 외면하는 게 큰 문제입니다. 미디어법을 바로 얘기할게요. 범진보는 모두 미디어법을 반대하는데 이해가 안 됩니다. 1989년 MBC가 제발 민영화하자고 난리를 쳤습니다. MBC도 국민주로 바꿔서 국민편성위를 만들면 성공한다고 보는데, 지금처럼 노조가 편성과 제작에 힘을 가지는 회사는 안 된다고 봅니다. 대기업과 신방 겸영은 안된다고 하는데,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도 방송을 가져야 합니다.

조승수 = 선진국 대부분은 평기자들이 편집국장 선출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영주나 사주가 제작에 쉽게 관여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경향·한겨레가 방송에 진출해야 한다고 하셨지만, 돈을 어디서 끌어옵니까. 그런데 조선과 중앙과 동아는 얼마든지 끌어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미디어법이 현재처럼 가면 여론 다양성은 물론이고 이른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완전히 해치는 구조로 갈 수 있습니다.


전원책 = 조 의원님 나오셨으니까, 진보좌파가 북한 핵하고 인권을 얘기 안 하는 문제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가 진짜 필요한 핵우산 보장은 원천적인 보장입니다. 그게 패트리엇3 미사일인데, 북한에서 하나 쏠 때 우리가 2개 올려야 합니다. 노동 미사일이 남한을 향해 600기 배치돼 있다고 합니다. 패트리엇3가 1200기 있어야 됩니다. 약 1500조원이에요. 제가 국회에 가서 국회의원들 뭐 하느냐고 했습니다. 핵무장 한다고 결의안 내라고 했습니다. 진짜 핵무장 하자는 게 아닙니다. 미국은 한국 핵무장은 겁 안내요. 일본이 하는 걸 겁내는 거죠. 우리가 핵무장하면 일본은 자동적으로 합니다. 그러니까 국회서 결의안을 내면, 미국이 패트리엇3를 갖다줄 수밖에 없습니다.

조승수 = 극단적 자기 정권 우선론, 미국의 위협봉쇄전략이 결합되면서 결국 핵실험으로 갔습니다. 이 파장으로 한·일 보수 세력내에서 핵무장론이 나왔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안 됩니다. 통일도 평화 이상의 가치에 우선할 수 없습니다. 일본이 핵무장하고, 한국까지 하자고요? 핵 보유에 따른 견제균형은 군사적 물리력의 강도·밀도를 높여 전쟁의 가능성을 높이는 과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핵자유론에 분명히 반대합니다.


전원책 = 조 의원님께서도 굉장히 위험한 생각을 하고 계십니다. 북핵에 대해서는 보수도 현실을 제대로 모릅니다. 고농축 우라늄탄은 무게를 떠나서 덩치도 작습니다. 노동 3호에 실린다는 거죠. 김정일이 국지전, 전면전까지 가서 최후에 쓸까요. 천만의 얘깁니다. 북한은 기름이 없어 비행기 훈련을 못해요. 그러면 미사일 이왕 날리는 거 원자탄 싣죠. 그리고 이판사판 해놓고 협상이든 뭐든 하겠죠. 우리 진보는 방폐장 때문에 부안에 가 데모할 정도로 핵을 증오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민노당은 북핵에 대해서는 입 딱 닫고 있습니다. 진보신당도 한두 마디만 하셨는데, 그거 보면 딱 열받아요.

조승수 = 1970~80년대 주한미군이 핵을 보유했었다고 전쟁이 안 났을까요. 한국이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이뤘기 때문에 전쟁이 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다소 상상을 불허하는 정권이지만, 후폭풍을 모를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평화적 힘에 의해 핵무기를 해체해야지, 같이 자위 형태로 또 대칭론으로 가면 전쟁 위기가 옵니다.


전원책 = 촛불시위 이야기를 합시다. 미국산 쇠고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사인 못하겠다 해서 다음 정권에 넘긴 폭탄 같은 거예요. MB정권은 성과주의에 급급해서 밀어붙인 거고요. 졸속은 분명히 잘못입니다. 그런데 이 유포한 것처럼 정말 먹으면 곧장 죽을 정도였나요. 길거리에 나온 소위 대책위 멤버들이 그걸 몰랐나요. 한나라당도 협상이 졸속인 줄 다 알았다는 거예요. 좌파·우파,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진실을 인정 안하는 태도는 참 위험합니다.


조승수 =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춘 보수가 나와야 합니다. 기본적인 헌법도 부정하는 기업과 전근대 노사문화를 그대로 가져가는 게 보수의 모습이어서는 안 됩니다. 수구보수를 대체해야 합니다. 진보도 변화혁신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에는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제가 합리적 보수라고 전 변호사님편을 들면 한쪽에서는 맛이 갔다 그러고, 조선일보가 조승수 글을 실어주면 조승수에게 문제가 있다는 논리죠. 남한 민중 민생의 문제를 최우선에 두고 가면서 자기 역할을 하는 진보로 거듭나야 합니다.

전원책 = 서로 대립할 이유가 없어요. 새는 양날개로 난다는데 그 말 이해하는 사람도 드문 거 같아요. 보수가 집권해서 보수정책을 밀어붙일 때 진보가 없으면 정책 개선이 안됩니다. 진보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박멸 대상이 아니라 상생 대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진정한 진보는 분배를 개선시키고 소수자, 소외자, 빈자를 위해서 삶의 환경을 끌어올려주는 겁니다. 보수도 그런 진보를 격려해야 합니다.

한마디 더하면, 광장에 모여서 저항하는 거 인정해야죠. 광장에 있는 진실이 절대적 진실이라면 뭐든 해야 합니다. 독재정권에 저항해 민주를 쟁취하려면 폭력 그 이상도 해야죠. 그렇지만 광장에서 논의된다고 다 진실이 아닙니다. 상대적 진실을 위해 폭력이 행사되는 걸 용인하면 사회 갈등구조는 해결이 안 되죠. 상대적 진실을 위해서 공권력이 폭력을 행사하는 걸 욕하실 거 아니에요. 공권력은 공존을 위해 만든 틀입니다. 먼저 지켜줘야 됩니다. 그리고 나보고 진보좌파 운동 하라고 하면 제1번으로 휴머니즘 운동하겠습니다. 휴머니즘 운동 하면 범보수가 진보로 다 넘어가요.


조승수 = 개념 차이 같은데, 제가 20대부터 해왔던 학생운동이나 농민운동, 진보정당 운동도 휴머니즘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에 대한 도덕적 책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주의도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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