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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물꼬 튼 ‘소통 담론’… 지역·세대·종교까지 영역 넓히자

사회제도·개인 상호관계 접근을
조흡 동국대 교수

소통문제의 핵심은 제도와 소통 주체의 상호관계로 접근하는 것이어야 할 텐데, 경향의 소통 기획은 대부분 개인의 소통역량에 집중된 듯하다. 그 결과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소통의 문제, 즉 사회적 갈등은 얼마든지 개인의 역량에 따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오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민주적 사회제도나 개인의 소통 역량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므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불통의 문제를 이해하고 대안을 찾는 방법 또한 두 변수의 상호관계를 좀더 파헤치는 과정에서 찾아봤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오로지 정치영역에서만 민주적인 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또는 가능해야 하는 것으로 전제하는 것은 무리다. 더딘 방법이지만 우리 일상생활의 영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든 사회적 관계의 소통구조를 더욱 쌍방향적이며 민주적인 것으로 바꿔나가도록 부단히 훈련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남녀 관계에서, 그리고 선생과 학생, 의사와 환자,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서 어느 한 쪽에 힘이 상대적으로 쏠려있어 소통의 방향이 치우칠 수밖에 없겠지만, 그런 권력 관계의 변수 내에서도 더욱 평등한 소통의 연습이 또다시 체화된다면 오늘날 정치영역과 노사 관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고조된 갈등도 어느 정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갈등’을 소통의 출발점으로 봐야

김호기 연세대 교수

어느 사회건 이익과 가치가 다른 집단들이 공존하는 한 갈등은 불가피하다. 갈등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갈등의 해소를 생산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은 내재한 문제를 드러내고 해법을 요구하면서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소통은 이러한 갈등 해소의 출발점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문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이를 위해 이익·가치가 다른 개인·집단 사이의 소통이 요구된다. 올림푸스 신전의 신들이 처음부터 싸우고 있었듯이(막스 베버), 소통의 활성화는 민주화 시대를 계승하면서도 넘어설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중립지대사람들 설득시키기도 중요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소통이 안 되는 상태에 이른 원인 중 하나는 ‘승자완점(勝者完占)의 제로섬 게임’ 같은 한국 정치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현대 한국정치의 거목인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이 점을 고칠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지만 자신들의 정치적 세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거꾸로 가고 말았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1990년 3당 합당이란 인위적 정계개편으로 표면화되었고, 김대중 정권 중반기 들어서 본격화하고 말았다. 민심의 지지를 잃어버린 정권이 항상 상대방 이념을 ‘발목잡기’로 비난해서 갈등이 심화되고 말았다. 노무현 정권은 자신의 문제를 보수세력의 탓으로 돌렸고, 현 정권은 자신의 문제를 진보세력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정권이 이처럼 극단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면 ‘소통’은 설 땅이 없다. “소통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것보다 “얼마나 정확한 정보와 의견이 소통되고 있나”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소통’은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것 못지 않게 중립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이 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절차적 장치의 공정성 같은 문제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압도하는 가치판단의 과잉을 삼가야
윤평중 한신대 교수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게 소통의 제일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때 ‘이해한다’는 건 그 입장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해하지만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차라리 그게 이해관계와 이견들이 충돌하게 마련인 민주다원사회의 엄연한 현실임을 인정해야 한다. 동의할 수 없을 때는 최대한 조정과 타협을 시도하다가 종국에는 절차와 법에 의해 처리하는 게 성숙한 민주주의다. 소통의 가장 중요한 토대는 사실과 합리성에 대한 존중이다. 우리 문화는 가치판단이 사실을 압도하는 문화이고, ‘진정성(眞情性)’은 과잉이다. 그러나 성숙한 민주다원사회에서 중요한 건 사실 앞에 개방된 가치판단인 ‘진정성(眞正性)’이다. 한국 언론, 특히 진보매체는 가치판단의 과잉을 삼가고 사실보도라는 언론의 존재이유에 더 충실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개선책 찾아나가길

박효종 서울대 교수

소통은 일회성으로 끝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추구할 만한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소통의 영역도 이념·정치·사회·경제뿐만 아니라, 지역·남녀·세대·종교 간 소통 문제도 우리 사회에서 개선책을 기다리고 있는 절실한 문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등 생활속 문제제기도 필요


강원택 숭실대 교수

불통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면서도 풀어내려는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을 때 소통 가능성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한다.

보수-진보 간 불통 문제뿐만 아니라 진보 내부, 보수 내부의 불통 문제점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며 소통 접점을 모색했다. 소통 대상 영역과 주체들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댓글, 블로그 등에서도 시민 영역에서 불통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일상 생활, 시민들의 불통 문제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진보 - 보수 진영론적 사고 불식하길

조국 서울대 교수

경향 소통기획에서 일부 논자는 앵무새처럼 자신의 입장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상대방과의 소통이 필요함을 인정했기 때문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번 기획을 기회로 진보와 보수진영 양쪽 모두가 자기 속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진영론적 사고’를 불식하길 희망한다. 자기 진영에 불리한 진실이나 불편한 진실도 드러내고 인정하는 데서 소통은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전과 정책의 차이점을 분명히 드러내면서도 단계별로는 소통하고 타협하는 실천을 전개하길 희망한다.


< 시리즈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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