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김종목·선근형·이호준기자 jomo@kyunghyang.com

ㆍ각계 반응 - ‘불통 대한민국’ 공감대속 기획


경향신문이 지난 7월2일부터 연재한 ‘한국, 소통합시다’ 기획특집은 정부와 시민, 진보와 보수가 한국 사회의 주요 현안·의제에서 부딪치며 불통·분열하는 현실에서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소통 가능성을 모색하자는 취지의 기획이었다.

‘불통 대한민국’의 사회적 공감대 속에 시도된 언론사 최초의 본격 ‘소통담론’ 기획의 취지·노력 자체에 대해서 긍정하는 평가가 많았다. “소통담론의 물꼬를 텄다”는 평처럼 경향신문의 보도 이후 몇몇 언론사도 소통을 주제로 한 인터뷰·대담·토론회·기획물을 내보내기도 했다.


소통·불통 인물을 꼽은 지식인 100인 설문 결과(7월3일자 1·6·7면)는 큰 화제가 됐다. 몇몇 언론 매체는 설문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소통 문제가 매우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기획은 시점·내용 면에서 매우 적절하고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한 대학 교수는 “몇몇 유명 지식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온통 소통·불통 인물 기사 이야기였고, 기획 자체에 대해서는 칭찬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인물 순위를 매긴 것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주류였다”고 전했다.


양비·양시적 시각, 정치·이념 중심, 진보·보수 중심의 취재·보도로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소통담론의 여러 층위를 두루 깊이 짚어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만중 전교조 전 정책실장은 “소통이라는 막연하고 어려운 주제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은 좋았다. 갈등 구조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언론 최초로 보여줬다”며 “그런데 결국 소통은 국가권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국가 권력에 의해 사회통합력의 척도가 결정되는데 이 부분을 심층적으로 다루는게 미흡했다”고 말했다. 한재갑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장은 “대형기획을 통해 언론이 차분하게 소통 문제를 짚어본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아쉬운 점은 꼭지마다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는 인상을 못받았다. 소통도 결국 시스템의 문제인데 시스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안진걸씨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극명하게 소통의 문제가 두드러지는 시점에서 상생과 소통이라는 주제로 공공적 의미가 큰 기획을 했다. 서로간의 입장차나 불통의 현실은 잘 진단했다”면서도 “진짜로 소통하고 개선하고 상생 공존하기 위한 지혜와 묘책, 이를 위한 자세 전환까지로 이어지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변철환 민생경제정책연구소 상임이사는 “소통이라는 단어만 무수히 반복되고 배려·이해 같은 단어가 별로 보이지 않아 아쉬었다”고 말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과거 ‘지식인의 죽음’ 등의 기획 기사에서 증명된 것처럼 시대를 읽는 경향의 감각과 테마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저력이 이번에도 발휘됐다”면서 “그러나 진보·보수의 대치선에서 전체 구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부분이 인정되고, 진보지로서의 정체성으로부터 비롯된 가치판단이 투영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 기획이 ‘충분히 공정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경향신문은 자신은 ‘소통·민주’인데,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은 ‘불통·반민주’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 소통 기획 자체가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은 “소통의 장애가 되는 요인들을 두루 짚어보고 큰 걸림돌 중 하나인 언어의 문제를 다룬 것도 좋았다. 전 분야에 걸쳐 다각도로 다루었고, 도표나 인터뷰를 통해서 다양한 분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최 소장은 “소통의 근본 원인을 좀더 세밀하게 해부해서 대안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약했다. 또 지도자들의 개인적 자질의 어떤 점이 소통을 가로막는지도 분석하고, 선진국의 소통 실패·성공 사례도 다루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집기사로 끝나지 않고 경향신문이 제기한 문제 의식이 정치권이나 여러 분야에 반영되길 바란다”고 했다.


특집기획 중 가장 논쟁적이었던 것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기고(7월14일자 5면)였다. 최 교수는 “소통은 합리적 논의를 통해 이루어지기보다, 투표에 의해 다수의 평결을 통해 소통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소통하도록 강제되는 조건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즉 민주주의를 잘하는 것이 소통을 가능케 하는 방법이지, 소통에 대한 강조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보내왔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도 최 교수 견해에 동의하며 “지금 소통 담론이 중심에 놓이게 된 건, 이명박 정부가 소통하지 않는 정부라는, 독재나 권위주의 정권 시절로 회귀하는 ‘반민주세력’이라는 규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의 불만은 서로 닮은 것 같지만, 사실은 차원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이걸 소통으로 뭉뚱그리면 색깔이 같아져 버리는 것”이라며 “지금은 소통이 아니라 갈등을 강조하고, 그 갈등을 조정할 정부의 정치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교수는 최 교수의 “이명박 정부를 보수정부라고 부를 수 있지만 이를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과 과거 정부의 잘잘못을 평가하는 문제가 동일한 것일 수는 없다”는 발언을 두고 ‘정치인의 책임성, 지식인의 책임성’이란 제목으로 반론을 보내왔다. “정치적 책임론이 이명박 정부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수적 민주정부 범위 내에 있다는 식으로 용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석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요지였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 교수 특별기고에 대한 나의 의견’(8월11일자 7면)을 보내 “최 교수의 소통의 엘리트주의·양극화 함정 지적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소통의 문제를 주로 ‘우리편’을 향해서 적극 제기하자”고 제안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