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난주에는 특히 많은 일이 있었다. 박원순의 서울시장 출마가 어느 정도 기정 사실이 되었고, 민주당에서도 경선이 본격 시작되었다. 대중적인 주목을 못 받았을지 몰라도 ‘노심’이라고 한동안 불리던 노회찬과 심상정이 진보신당을 탈당하였다. 1992년 이후 진보정치추진위원회 시절부터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추진했던 그 본 그룹에는 최대의 위기가 온 것이다. 그리고 흔히 뉴라이트라고 불리는 보수적 시민단체의 추대라는 형식으로 이석연 변호사가 출마를 하였다. 이런 급변하는 상황을 놓고 호사가들 사이에서 아주 말이 많았다.

박원순이 출마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박원순이 누구야, 그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시민단체 내부에서의 박원순에 대한 인지도와 일반인들의 인지도에는 차이가 많다.
반면 이석연 출마 선언 때에 사람들은 “이건 뭐지?”라는 반응이 생겼다. 한때 정권의 명운마저 가를 정도로 큰 사건이었던 수도 이전 위헌 판결에 대해서 실제 서울 시민들은 별 관심 없었다. 게다가 그 소송의 주체가 이석연이었다는 것까지 소소히 알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질문은, 한나라당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뉴라이트를 상상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 /경향신문DB


일반적으로 시민단체에는 ‘민주당 2중대’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한다고는 하지만, 밖에서 보면 민주당과 시민단체가 잘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실체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후보인 박영선 의원이 “무상급식 운동에서 박원순 후보가 한 게 뭐가 있느냐?”고 질문을 했는데, 그건 좀 생각해볼 거리가 된다. 급식운동이 생협운동과 농업운동 한 구석에서 제기가 되었고, 그 흐름을 받아서 주로 학부모들 중심으로 학교급식네트워크라는 게 꾸려진 게 지난 정권 때의 일이다.

그리고 무상급식으로 급진전하면서 현실로 튀어나온 것은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한 일이다. 그는 민주당 후보가 아니고, 진보 후보로 출마하였었다. 민주당이 학교급식을 받은 것은 급식 운동이 수 년 동안 전개된 이후의 일이다. 민주당의 많은 정책이나 공약들은 시민단체에서 먼저 얘기를 꺼내고 운동으로 바꾸면, 그 후에 그걸 받는 경우가 많다. ‘반값 등록금’으로 상징되는 대학 등록금 문제와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를 세상에 꺼내놓은 것은 2004년 민주노동당이었다.

지금 민주당의 정책들은 어떤 건 시민단체, 어떤 건 민중단체로부터 온 것들이 많다. 요즘에야 시침 뚝 떼고 있지만, 뉴타운을 입법화시키는 데 앞장선 사람들은 열린우리당 시절의 일명 ‘탄돌이’들 아니었는가?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때로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별도의 이념적 실체가 있다. 때로 협력하기도 하지만,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이 “그놈이 그놈이다”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석연 후보의 출마와 함께, 이제 우리는 한나라당과 뉴라이트가 어떤 관계인가, 이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작전상 해체’라고 본다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주민투표를 추진한 시민단체와 오세훈의 관계처럼 보는 눈일 것이다. 별개인 것 같지만, 사실은 같다고 볼 수도 있다. 두 개의 기준이 있을 수 있는데, 이념적으로 별개인가 그리고 좀 치사한 눈이지만, 자금적으로 별개인가, 그렇게 볼 수 있다.
돈 얘기부터 해보자. 시민단체 중에는 정부 보조나 정책연구 사업 같은 게 수입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곳도 있지만, 특히 참여연대는 정부 돈은 예전부터 거의 받지 않았다. 그렇다면 뉴라이트들은?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정부 아니면 대형교회에서 나오는 돈이 기본으로 알고 있는데, 정부나 교회나 이번 정권에서는 집권세력이었던 것 아닌가? 보수 단체들은 후원금 등 자금 내역을 진보 쪽 시민단체만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재정적으로 독자 세력인가는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과 뉴라이트가 이념적으로 독립적인 세력인가, 그런 기준일 텐데, 이건 애매하다. 보수 내에도 ‘아스팔트 우파’라고, 정몽준이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삼으려고 하는 할아버지나 어버이 모임이 있고, 여기와는 좀 구분이 되려는 ‘건전한 보수’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한겨레 칼럼에서 김규항은 안철수야말로 ‘합리적 보수’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일리 있는 말이다. 지금의 뉴라이트가 한나라당과 구분되는 별도의 이념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작전상 분화한 세력인가, 나는 별 차이 없다고 보고 있었다.

이석연의 출마는, 애매한 영역에 있던 이 질문을 꺼낸 것 아닌가? 그러니, 이건 뭐지, 이렇게 질문하게 되는 것이고. 한나라당과 보수 시민단체가 단일화할 것이냐, 아니냐, 현실에서는 그게 중요하지만, 이념에서는 과연 두 집단이 별개의 실체가 있는 두 집단인가 아닌가, 그게 더 중요할 수 있다. 반MB 보수, 그런 게 존재할 수 있는가, 아닌가, 그게 한 가지 기준선이라고 본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