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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수기자 soo43@kyunghyang.com

ㆍIMF개혁·달러 대체 기축통화 등… 경제력 바탕 영향력 확대


지난 6월16일 러시아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가진 '브릭스 4국' 정상들. 사진 왼쪽부터 브라질 대통령 룰라 다 실바,
러시아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 인도 수상 만모한 싱. |AP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체제뿐만 아니라, 그 선두에 서 있던 미국의 위상에도 흠집을 냈다.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체제 안에서 기죽어 지내던 국가들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부정하지는 않으면서, 국제금융시장의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는 이른바 브릭스(BRICs)라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다. 이들 국가의 정상들은 지난 6월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상회의를 갖고 경제 현안과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의제들은 모두 미국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들이다. 외신에 따르면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만모한 싱 인도 총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개혁을 비롯한 국제금융질서 재편방안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 △G20의 위상 강화방안 △달러화를 대체할 기축통화 도입 문제 등을 논의했다.

특히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IMF의 현행 의결권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브릭스 국가들의 의결권은 4개국을 모두 합쳐도 9.9%에 불과하다. 경제규모로 세계 3위인 중국이 3.7%이고 브라질은 1.38%를 갖고 있다. 반면 미국은 16.77%나 된다.


IMF가 기금 확충을 위해 최초로 채권 발행 계획을 내놓자 중국은 500억달러, 러시아와 브라질은 100억달러씩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IMF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다.

굳이 IMF 개혁을 통하지 않아도 브릭스 국가들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올 상반기에 2조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1위다. 러시아도 4000억달러로 중국, 일본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미국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위치다. 또 브릭스 국가들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세계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4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6%에서 현재 22%로 늘어났다.

물론 브릭스 국가들이 현재의 협조체제를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는 없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에너지 수출국이고, 중국과 인도는 수입국이다. 국제 원자재가격의 동향에 4개국은 항상 다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 또 기축통화 등 미국에 대한 접근방식에서도 러시아와 달리 중국, 브라질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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