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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다. 기업의 이윤추구 경쟁이 과잉투자와 과잉생산을 초래하고 노동자들의 임금과 소비를 제약하면서 공황을 낳게 된다. 산업자본 중심으로 경제가 운영되었던 과거에는 10년 주기로 경제위기가 반복되었지만 기술발전이 빠르고 금융이 발달한 최근에 와서는 주기가 단축되고 더욱 불규칙하게 되었다.



국제투기·금융위기 부른 세계화

1920년대 대공황과 이번의 세계 경제위기 등 대규모적이고 장기적인 공황이 발생하는 원인은 첫째 독점자본의 지배, 둘째 금융의 발전과 투기화, 셋째 소득분배 불평등, 넷째 경제활동의 세계화다. 독점자본이 경제를 지배할수록 독점가격을 기초로 과잉시설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금융이 발전할수록 대출로 과잉생산을 부추기고 투기는 부동산과 금융자산 거품을 초래한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부유층에 돈이 몰리면서 대중은 소비를 줄이거나 채무에 기반한 소비를 하게 된다.

세계화는 국민경제의 개방과 자본 활동의 자유화를 의미한다. 문제는 개방과 자유화와 그것을 규율하는 게임규칙이 강자, 즉 독점자본과 선진국,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경제기구들에 의해 외부적으로 강제된다는 것이다.

세계화는 자본 간의 경쟁을 격화시키고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며, 금융자본의 세계적 이동은 국제적 투기와 금융위기를 야기한다.

29년 대공황에 대해 케인스주의가 대안으로 등장한 바 있다.

그러나 재정금융정책을 통해 유효수요를 늘리고 사회보장정책으로 소득 재분배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공황을 극복할 수 없었다. 70년대 초에 닥친 경기침체와 물가 인상, 즉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케인스주의는 무력했고, 대신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몰락을 목격하고 있다. 케인스주의든 신자유주의든 경제위기를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케인스주의 정책 처방의 한계

현재의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케인스주의 정책 처방은 재정지출 확대와 이자율 인하로 위기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케인스주의는 과잉생산과 과잉투자의 근본 원인, 즉 기업의 투자활동이 사적 자본의 주도에 맡겨져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경제체제란 생산수단을 누가 소유하느냐, 생산량과 가격을 어떻게 결정하는가, 각 경제단위의 통제는 어떻게 하느냐로 구분된다. 자본주의의 특징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시장에 의한 조절, 기업경영의 자본가적 독점이다. 자본주의는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분배 불평등, 경제위기, 대량 실업, 세계전쟁 등의 문제를 초래했다. 대안체제의 기준은 경제성장(효율), 분배의 형평성, 경제안정, 환경보전을 얼마나 잘 달성할 수 있는가인데 오늘날은 경제성장보다 평등, 경제안정과 환경보전 등이 더욱 중요한 가치로 등장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모순을 극복하고 인간의 전면적 계발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사회주의의 경제체제를 수립해야 한다.

민주적 사회주의의 핵심은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 노동자 간의 협력과 연대에 의한 생산, 공동체적 요구와 목적의 충족이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05년 1월 브라질 세계사회포럼에서 선언하고 현재 추진 중인 ‘21세기 사회주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차베스 정부 경제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레보위츠는 지역사회와 국영기업에서의 공동경영과 같은 작업장 현장에서의 민중의 자기 조직화에 의한 주체적 민주주의를 21세기 사회주의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동구권 국가들과 중국 등에서 실패한 국가사회주의의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중의 인간적 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사회의 운영에서 민중의 민주적 주도를 확립해야 한다.

반복되는 경제위기에서 근원적으로 벗어나려면 케인스주의 복지국가 모델에 기업과 금융의 민주적 소유와 통제를 결합할 필요가 있다. 재정민주주의와 금융민주주의, 기업민주주의를 동시에 실천해야 한다. 노동자와 채권자, 협력업체, 정부 대표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할 필요도 있고 이를 위해 금융기관은 모두 국유화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 기금을 조성해 주요 기업의 사회적 소유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대세인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외에 대안적 세계화를 모색해야 한다. 이는 유무상통, 호혜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아메리카 민중을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과 공정무역 등이 중요한 사례다.

차베스 대통령과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 의해 2004년 12월 결성돼 2006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ALBA는 미국 주도의 미주 자유무역지대 안을 거부하고 유무상통을 위한 교역을 목표로 한다.


자본주의적 모순 축적된 한국

우리나라는 압축적 경제성장을 달성한 후 케인스주의 복지국가를 거치지 않고 80년대에 개방과 자유화의 신자유주의 단계로 직행했다. 그 결과 자본주의적 모순이 압축적으로 축적되었다. 외환위기 후의 극단적 양극화가 그것을 말해준다. 누적된 모순에서도 압축적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자본주의 극복 노력의 실패 경험들을 깊이 연구하면 새로운 사회경제 모델과 이것을 실현할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그동안 양극화 속에서 사회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고 발버둥치는 등 체제에 순응해왔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맞이하면서 그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다른 돌파구로 체제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혁명적 변화를 추구하는 힘을 강화하는 것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국민의 저항이 거세지고 차기 집권이 불안하게 되면 정부 정책 노선도 변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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