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한국인은 참으로 위대했다. 100만, 200만명이 저마다 촛불 하나씩을 들고 몰려나와 근 두 달 동안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는 모습을 나는 프랑스 남쪽 님(Nimes)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거북아, 거북아/ 네 목을 내어라…”를 외쳤던 신화를 떠올리게 하였으니, 만인의 입이면 무쇠도 녹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후세의 사가들은 2016년 12월9일, 이 땅에서 일어난 일을 두고 어떻게 기록할까? 돌이켜보면, 4년 전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부터 그는 좀 이상했다. TV토론에 나와 “그래서 내가 대통령 되려고 하는 거잖아요..
눈물에는 여러 가지 눈물이 있다. 기쁨의 눈물, 억울한 눈물, 겁먹은 눈물, 회한의 눈물, 고통의 눈물, 웃음 끝의 눈물, 마지막 숨을 몰아쉰 눈물, 웃픈 눈물, 거짓 눈물…. 눈물을 흘리는 사람과 상황에 맞춰 이름을 짓자고 하면 세상에는 사람들 생김새만큼이나 많은 눈물이 존재할 것이다. 이날의 눈물은 어떤 눈물이었을까. 지난 9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날이다. 남보라색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은 그는 오후 4시53분 청와대 위민1관 영상 국무회의실에 입장해 국무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 신분’이란 껍데기만 갖게 된 그는 4분54초간 모두발언했고 우리는 TV로 이를 지켜봤다. 이후 TV로는 볼 수 없는 비공개 간담회가 이어졌다.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자리였을 것..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씨에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다. 왕실장 또는 기춘대원군으로 불린 그는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했다. 최씨가 비선이라면 김 전 실장은 공식 라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어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이 머리 손질을 했다는 보도에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태반주사 등 각종 주사를 맞은 사실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최씨를 만나거나 본 적도 없으며, 지난 10월 대통령의 연설문이 들어있는 최씨의 태블릿 PC 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에야 최씨 존재를 알았다고 말했다.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지고 ..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규명할 특별검사로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이 임명됐다. 박영수 특검은 “수사영역을 한정하거나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정파적 이해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인 미증유의 사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혐의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시민들의 퇴진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행방을 둘러싼 ‘7시간 의혹’은 여전하다. 박 특검의 말처럼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수사 대상이나 범위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된다. 박 특검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뜻에 부응해야 한다. 특검은 국정농단으로 금이 간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는 95%의 촛불 민심으로 출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
최근 많은 국민이 검찰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숨죽여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또 어떤 혐의가 나오고 어떤 비리가 더해질 것인지 검찰의 수사 하나하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밝혀낸 것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의 범죄 혐의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별개로 우리는 최근 드러나고 있는 사건들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무엇 때문에 이러한 국정농단과 엄청난 비리가 일어났는지 근본 원인을 짚어봐야 하는 것이다. 민정수석은 청와대에서 민정, 공직기강, 법무, 민원을 담당하는 직책이다. 민정수석은 국가 인사에 관여하고 감시하며 사정기관들의 정보를 취합하기도 한다. 현재 확인된 여러 비리들은 민정수석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었다면 일어날 수 없었던 일들이지만..
2015년 1월,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산 뒤 길을 건너던 남자가 뺑소니차에 치여 숨졌다. 소위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다. 범인은 도주했다가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수했는데, 그는 한사코 ‘사람을 친 것을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없었다는 게 그의 변명이었다. 사고 직후 그가 골목길에 들어가 한참을 숨어 있었다든지, 정비소에 가는 대신 직접 부품을 구입해 부서진 차를 고치려고 한 일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사람을 쳤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가 시종 ‘몰랐다’라고 주장한 이유는 그편이 뺑소니보다 형량이나 사회적 비난이 작을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의혹이 불거진 지난 한 달여 동안,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몰랐다”이다. 청와대 경..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 집무실 압수 수색 등 강제수사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검찰은 최순실씨 등의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9차례나 적시해 박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2년 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나 지난여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 사건 등에서 정권의 충견 역할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검찰의 변신은 전적으로 촛불 민심 때문이다. 주권자인 시민이 박 대통령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검찰을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관련 의혹은 손도 못 댔다. 김 전 실장은 그동안 최씨와 알고 지냈다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돌았지만 부인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최근 김종 전 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순실씨와 함께 국정농단에 개입한 정황이 또 제기됐다. 보도에 따르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김 전 비서실장 소개로 최씨를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최씨와 알고 지냈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부인했다. 여권의 핵심인사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저도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때 김 전 실장과 최씨도 동행했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비서실장 교체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이 최씨 소유의 강남 소재 건물을 사무실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빌딩에서 그를 봤다는 목격담도 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최씨를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고 발뺌해왔다. 어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