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월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조항에는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현행 병역법 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올해 말까지 대체입법을 마련하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같은 해 11월에 나온 대법원 판결은 이보다 진일보했다. 대법원 판결은 병역거부 처벌 자체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헌재와 대법원의 잇단 선고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반사회적 대상으로 처벌하는 대신 개인의 양심을 존중하면서도 국민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그 대체입법 시한(12월31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날을 넘기면 병역의 종류를 규정한 병역법 조항은 효력을 상실하게 되고,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병역 판정의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법적 공백 상태..
국방부는 국방백서에서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용어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라는 용어를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군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했거나 이행 중이거나 이행할 사람들이 비양심적인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를 고려했다고 한다. 국방부의 해명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오해의 가능성’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주목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해의 여지를 두지 않기 위해 이 용어를 예민하고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러나 ‘오해의 가능성’이란 미묘한 문제이기도 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 문제의 미묘함을 어린 시절에 처음으로 실감했던 듯하다. 대체로 시골집들이 그랬듯이 우리 집에도 욕실이 없었..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대법원은 이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정부, 국회, 언론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대체복무제 법안 내용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핵심 쟁점은 대체복무의 기간, 분야, 근무형태, 심사기구 등이지만 대체복무제 도입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산 넘어 산이다. 정부는 대체복무제 시행 방안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하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첫 법안에 대체복무자와 군필자·현역병과의 형평성, 국가 안보까지 한 번에 담아내는 등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의보다는 불리함을 참지 못한다’는 정서가 앞선다면 대체복무제는 ‘또 다른 형벌’이 될 ..
매년 500명 안팎의 청년들이 ‘집총 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1년6개월의 실형을 살고 있다. “국방의 의무를 다른 식으로 이행하겠다”는 이들의 호소는 번번이 법대(法臺)를 넘지 못했다. 1950년 병역법 시행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로 전과자가 된 청년만 2만명에 달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일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2004년 대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지 14년 만에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재판부는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한다”고 했다. 대안도 없이 아무리 엄하게 처벌해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끝없이 이어질 수밖..
헌법재판소가 28일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한 종류로 인정하지 않은 조항은 헌법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2019년 말까지 대체복무가 가능하도록 병역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병역거부자 처벌이 병역 자원 확보와 병역 부담의 형평을 위해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대체복무제를 마련해 법과 현실의 괴리를 줄이라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자체를 온전히 인정한 결정은 아니지만 그 취지를 분명하게 수용하고 대체입법을 촉구한 점은 환영할 일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입법..
대법원이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과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14년 만에 다시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하기로 했다. 대법원에서 따로 심리 중인 두 건의 병역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오는 8월30일 공개변론을 열기로 한 것이다. 대법원은 대법관들 간 의견이 모아지지 않거나 기존 판례를 바꿀 때 전원합의체를 가동한다. 대법원은 2004년 7월 전원합의체를 통해 “양심의 자유보다 국방의 의무가 우선한다”고 판단했다. 한국 사회는 병역 의무를 강조한다. 힘없는 사람들만 군대에 간다거나 남북 대치 상황에서 병역거부를 용인하지 못하는 정서가 강하다. 헌법재판소가 2004년,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