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국인은 자신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산다고 생각한다. 그런 판단의 근거가 무엇일까?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 아니면, 다수결 원칙? 주기적인 공직 선거?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라는 가설을 입증할 수 있는지 도전해보자. 대한항공 사례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 조현민은 대한항공에서 고함치고 욕하며 물컵을 던질 자유를 누렸다. 그런 자유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보장된다면 조현민에게 뭐라고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거기서 자유를 구가한 사람은 단 한 명이다. 그만이 자기의 자유를 위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었다. 이 유일한 자유인이 전무로 복귀하자 직원들 사이에는 고통과 절망이 퍼져나갔다. 계열사인 진에어의 직원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참담한 심..
관세청이 27일 한진그룹 총수 일가를 관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두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다. 이들은 명품 등을 들여오면서 대한항공 회사 물품인 것처럼 속여 세관에 신고하지 않는 수법 등을 동원했다. 밀수액은 고가의 소파와 탁자·욕조, 반지·팔찌에서 그릇과 과일까지 1193품목에 걸쳐 7억2000만원어치나 된다. 이들은 ‘국내에서 샀다’거나 ‘선물 받았다’면서 증빙자료도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한항공 직원 2명도 총수 일가의 밀수를 돕다가 공범으로 함께 고발당했다. 총수 일가가 대한항공을 ‘밀수 조직’으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대한항공은 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이자 세계 굴지의 항..
재벌의 갑질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이번 사건의 주역들은 한진그룹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와 어머니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에 이어 일가족이 연타를 날린 셈이다. 그리고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의 반복되는 사과가 있었다. 재벌의 갑질 사례는 한진그룹을 제외하고도 많고, 하루 이틀 문제도 아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오너로 예정되어 있는 그들 사회의 악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갑질로 인한 손실을 당사자가 전부 감당하면 좋겠지만, 문제는 주주들과 국민, 직원들이 나눠서 진다는 것이다. 조현민 전 전무의 사건이 알려진 4월12일 대한항공 주가는 매도세에 밀려 전일 대비 6.5%나 하락한 3만3550원으로 마감되었고, 지금도 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오너리스크로 당일 손실을 보고 매도했거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조현아 칼네트워크 사장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를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준법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도 했다. 조 회장의 사과문은 조 전무의 ‘물컵 갑질’이 폭로된 지 열흘 만에 나온 것이다. 여론의 눈치만 살피다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사과문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 회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태 때도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을 경영일선에서 퇴진시키겠다고 해놓고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슬그머니 계열사 사장으로 복귀시킨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의 사과문 발표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속임수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조 회장은 70대 노인을 폭행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물컵을 집어던졌다고 사람들이 분개하고 있다. 어느 당의 서울시장 후보는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경찰은 재벌 3세를 잡겠다며 수사에 들어갔다. 유명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재벌들의 가정교육이 문제라는 말도 한다. 경제신문들은 인성검증이 안된 재벌 3세의 갑질이 기업에 부담이라고 썼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조현민 전무가 경찰 포토라인에 설지 모르겠지만 기껏해야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끝날 일이다. 더구나 마흔을 바라보는 어른에게 가정교육 운운하는 것도 듣기 민망하고, 인성만 검증되면 3세 경영도 문제없다는 논조는 의도를 의심케 한다. 머지않아 조현민 전무에 대한 소박하지만 적절한 결론이 나올 때쯤이면 우리는 유전무죄다 전관예우다 하면서 막연하게 세상을 욕하다가 또 다..
대한항공 탑승객의 기내 난동과 승무원들의 미숙한 대응이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미국의 유명 팝 가수 리처드 막스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항공기 내에서 한 사이코 승객이 4시간 동안 승무원들과 승객을 공격했다”며 글과 사진을 게재했다. 그리고 “나와 다른 승객이 나서서 상황을 제압했다”며 “승무원들의 대응은 미숙했고 대비도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사장의 아들 임모씨(34)는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를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는 탑승하기 전에 술을 마신 상태였으며 비행기에서 양주 2잔을 더 마셨다고 한다. 난동은 그가 자신의 질문에 대꾸를 하지 않는 옆 좌석 승객을 때리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막스 등 승객들이 합세해 평정할 때까지 막무가내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논란에 또 고개를 숙였다. 조 회장은 어제 “딸자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바란다”고 했다. 지난 9일 사고 직후 귀국길에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사과드린다”고 한 데 이은 두 번째 사과다. 그는 “조현아는 검찰과 당국의 조사결과에 관계 없이 대한항공 부사장직과 모든 계열사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회장이자 조현아의 아비로서 사과한다”고 했다. 말 그대로다. 파문의 1차 책임은 조 전 부사장에게 있지만 사태를 이렇게 키운 건 총수인 그의 책임이 더 크다. 조 전 부사장도 어제 당국의 소환에 응하면서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
국내 프로야구나 미국 메이저리그 TV중계를 보면 구단주가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광경이 가끔 눈에 띈다. 구단주도 ‘열정적인 팬’인지라 팀 선수들이 실책을 범할 때 안타까운 표정을 짓지만 적어도 야구장 안에서는 그뿐이다. 그런데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구단주가 선수들을 일시에 더그아웃에 불러들여 경기를 중단시킴으로써 수만명의 관객에게 손해와 불편을 끼친 것에 비유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미 출발한 비행기를 되돌려 승무원을 내려놓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 부사장은 지난 5일 0시50분 뉴욕발 인천행 대한항공 KE086편 일등석에 타고 있다가 견과류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