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지난 10년 동안 펄에 갇혔던 세상이 한꺼번에 밀물 위로 떠오르고 있다. 새벽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3시 무렵에야 퇴근한다는 청와대 관계자는 “하루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다 겪고 있다”고 ‘웃으며’ 푸념했다. 한 야당 인사는 “대통령 후보감인지 늘 의아했는데 대통령감은 맞는 것 같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권교체기엔 과거 정부 흔적 지우기가 관례였다. ‘무조건’ 차별화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출범 20일 만에 40개가 넘는 정부조직을 뜯어고쳤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ABC(Anything But Clinton·클린턴만 아니면 괜찮아)’를 밀어붙였다. 문 대통령은 외려 과거 관례를 지우며 출발했다. 곳곳에서 시대의 변화를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구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그의 첫 유세 장소는 2·28민주운동 기념탑 광장이다.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 것 같다. 2·28민주운동은 1960년 2월28일 이승만 독재정권에 대한 최초의 저항운동이었으며 4월혁명의 ‘출발’이었다. 이승만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은 대구의 2·28에서 시작하여 마산의 3·15를 거쳐 서울의 4·19에서 절정을 이루었던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출발이 대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환기하면서 대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촛불민심의 대변자로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보이려 하는 것 같다. 이런 문재인 후보의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대구는 민주화 이후 한번도 민주당을 밀어주었던 적이 없기 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어제 서울 고척스카이돔 구장에서 마지막으로 수도권·강원·제주 지역 순회경선을 치른 결과, 누적 투표율 57%를 기록하며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압도적인 표차로 제친 문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오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원내 5개 정당 대선후보들이 모두 정해지면서 19대 대선 본선이 시작된다. 두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선 문 후보는 어제 대세론을 확인하면서 대선 경쟁의 선두에 섰지만 그와 민주당에 주어진 과제는 무겁다. 우선 문 후보에게는 대선 본선을 정책 중심의 레이스가 되도록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다. 촉박한 대선 일정으로 정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서 그랬겠지만, 후보들이 국정운영의 방향을 놓고 제대로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 19일 부산대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겠지만 뜻대로 안됐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K스포츠·미르 재단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사회적 대기업의 좋은 후원금을 받아 잘 치르고 싶었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것이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발언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자 안 지사는 “어떤 선의라도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진의”라고 해명했다. 일종의 비유와 반어법을 쓴 것이라고 했다. 실제 현장의 청중들은 그의 발언에 웃음을 터트렸다. 강연에서 안 지사는 ‘반대하는 정치, 싸우는 정치, 비난하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선의’ 발언도 이..
미국인들은 중고차시장을 ‘레몬 마켓’으로 지칭한다. 시큼하고 맛없는 과일인 레몬만 널려 있는 레몬 마켓처럼 중고차시장에선 값싸고 품질이 떨어지는 자동차만 유통된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 미국 UC버클리대 교수는 ‘레몬을 위한 시장’이란 논문에서 “중고차시장이 레몬 마켓이 되는 것은 판매자에 비해 제품에 대한 정보가 적은 구매자들의 역선택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중고차시장의 역선택 논리는 이렇다. 구매자들은 중고차시장의 평균가격에 근거해 구매의사를 표시한다. 개별 중고차에 대한 정보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자는 자신의 차량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의 비대칭이 나타나는 것이다. 성능이 좋은 차량 소유자들은 평균가격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중고차시장에 ..
박원순 시장의 ‘불출마 선언’이 아쉽다. 그의 기자회견문을 몇 번이고 읽어보았지만 이유를 모르겠다.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는 것이 설명의 전부다. 그가 얻고 있는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그게 정말이라면 참 안타깝다. 그는 이 나라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 나서겠다고 했다. 자신이 실현하고 싶은 가치가 있다는 얘기도 했고, 자신만이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런데 시작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지지율이 낮아 주저앉겠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박 시장은 지지율이 높건 낮건 그만의 독특한 빛깔과 목소리를 계속 내야 했다. 그것은 지도자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의무이다. 박 시장이 하차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후보 진용에 심각한 결손이 생겼다. 그것은 박 시장의 지지율과 견줄 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감정싸움이 위험수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급기야 “박지원 원내대표는 총리 사심이 있다” “문재인 전 대표 측에서 박지원 총리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박 원내대표가 거절했다”며 진실공방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전 대표 측 인사가 저의 지인을 통해 제가 총리 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한 칼에 딱 잘랐다”고 썼다. 촛불정국 와중에 민주당 문 전 대표 측이 총리 자리를 제안했지만 거절했다는 취지다. 문 전 대표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박 원내대표 주장은 문 전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노영민 전 의원의 당원 상대 강연 내용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노 전 의원은 지난 2일 충북지역..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불쑥 제안했다가 당 의원들의 반발로 한나절 만에 철회했다. 긴급 의총에서 다수 의원들은 충분한 논의 없이 양자회담을 졸속 결정한 그에 대해 강력 성토하며 회담 취소를 요구했다고 한다. 추 대표의 이날 깜짝 제안은 시기도 형식도 뜬금없었다. 두 사람이 만나 정국 수습이란 큰 틀의 의제를 놓고 담판을 짓겠다고 하지만, 견해차가 커 애당초 성과를 기대하기는 난망했다. 대통령이 퇴진하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서로 할 얘기만 하고, 검찰 조사를 앞둔 박 대통령의 위상만 높여주는 회담은 시민들의 부아만 돋울 뿐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회담 제안도 다른 야당들과 사전 협의 없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민주당 지도부 가운데서도 일부만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