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시 발생해 보건당국이 초비상 상태다. 28명의 사망자를 낸 2015년 워낙 혼쭐이 나 이번에는 비교적 차분하고 신속한 초동대처가 이뤄져 다행히 이전 같은 사태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한국 의료 시스템은 해외에서 배움을 자청할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다. 전 국민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강제함과 동시에, 의사들이 직접 의료기관을 개설해 경쟁하게끔 하는 등, 시장 경쟁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공공의 통제 장치를 함께 마련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전염성 질환 유행과 같은 긴급 시에도 이런 체제가 잘 작동할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전염성 질환은 환자를 유치할수록 병원의 손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3년 전 메르스 사태 때 많은 병원들이 메르스를 진단할 수 없다거나, 메..
촛불 민심과 국민 여론은 거듭 대통령의 하야다. 하지만 대통령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헌법을 무기로 대통령이 국민을 이기겠다고 작정했다는 뜻이다. 선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마지막 가능성으로 남았던 대통령의 정치는 완료됐으며 명예혁명과 망명을 운운했던 일각의 로망은 소멸했다. 남은 것은 국회의 정치와 시민의 정치다. 국회의 정치는 이제 외길로 보인다. 탄핵을 가결하고 헌법재판소로 가는 길, 대통령의 헌법과 국회의 헌법이 맞붙는 막다른 길이다. 반면 시민의 정치는 이 길과 함께 또 다른 길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사문화된 원칙을 되살려 엘리트 독과점 정치의 대의 민주제를 넘어서겠다는 국민혁명의 길이다. 날마다 특종과 속보와 가십성 뉴스가 홍수를 이루지..
20년 전 성수대교가 붕괴했을 때 현장을 취재한 어느 일본인 기자의 말이 생각난다. 사고 직후 많은 사람들이 부러진 다리의 양쪽 난간까지 몰려와 아래쪽의 수습 작업을 구경했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아찔했다고 한다. 교량 전체가 위험한 상태고 그 난간은 방금 무너진 구조물의 일부이기에 더욱 불안했다. 또한 자칫 거기에서 추락할 수도 있었다. 그런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 그리고 경찰이 수수방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안전 불감증은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어김없이 지적된다. 한국인은 여러 가지 일에 과민하고 불안해하지만, 위험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둔감하고 안심하는 경향이 있다. 세상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흔히 취하지만, 안전에 관해서는 무모한 낙관주의를 드러낼 때가 많다. 그동안 별..
중동호흡기증후 군(MERS·메르스)의 기세가 꺾이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가 며칠째 한 자릿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격리대상자는 감소세로 반전했다. 정부 내에서는 메르스 사태의 조기 종식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6월 말까지 메르스 사태가 종료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보고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메르스 사태의 진정세는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메르스 사태의 조기 종식을 기대할 만한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메르스 3차 유행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고, 지역사회 감염 우려도 불식되지 않는 등 불안 요인이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의 진정 기미에도 불구하고 방심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메르스 사태..
‘사회적 비용’이라는 용어는 흔히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하는 각종 비용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학문적 개념으로 정초하는 데 크게 기여한 유럽의 제도주의 경제학자 칼 윌리엄 캅의 저서 제목은 ‘영리기업의 사회적 비용’이다.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개인 혹은 조직이 자신들이 응당 치러야 할 비용을 치르지 않고 이를 사회에 전가시키는 것을 중심적인 문제로 삼는 것이다. 이는 그 개인이나 조직의 도덕성을 문제로 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리사업 자체가 필연적으로 비용을 사회에 전가시키는 경향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리사업체는 영리활동에 필요한 것들 중 꼭 값을 치르고 사야 하는 항목들, 즉 이미 상품이 되어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하게 되어 있으며, 나머지의 요소들에 대해서는 일..
전염력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유독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된 주요 이유로 감염병에 취약한 국내 의료기관을 들 수 있다. 가족 간병이나 잦은 병문안 등 한국 특유의 병실문화도 확산에 기여했지만, 제도적인 차원에서는 병원의 감염관리의 부실함을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문제에서는 국내 손꼽히는 대형병원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어제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메르스 환자는 108명이고 이 가운데 9명이 사망했다. 병원별 메르스 감염 건수를 보면 삼성서울병원 47건, 평택성모병원 36건, 건양대병원 9건, 대청병원 8건, 한림대동탄성모병원 3건, 서울아산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 각각 1건 등이다. 이들을 감염시킨 곳은 대부분 응급실과 다인실이다. 이곳은 감염병에 취약한 환자들..
전염병과의 싸움은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이자 질병의 확산이 불러오는 공포와의 싸움이다. 바이러스의 피해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감염자 또는 잠재적 감염자를 효율적으로 보호·격리하는 보건시스템적 대응, 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의료기술적 대응, 불필요한 공포의 확산을 막고 시민이 차분하게 질병에 맞서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정치적 대응,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당대 의료기술 수준에 의해 한계가 지어진다. 메르스처럼 백신이나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있다. 이 경우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최소화하는 것,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 요컨대 국가의 보건시스템과 정치의 문제이다. 두 가지..
중동호흡기증후 군(메르스) 사태가 심상치 않은 국면을 맞고 있다. 어제 감염환자는 36명으로, 의심 환자는 1667명으로 각각 늘었다. 지난 3일 사망한 80대 남성이 감염환자로 확인됐다. 3차 감염자 가운데 첫 사망자로, 메르스 사망자는 모두 3명으로 늘었다. 새로운 감염환자 가운데 대형병원 의사가 포함된 것이 고약하다. 직업 특성상 의사는 환자와 가족 등 많은 사람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최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국내 대표 병원의 의료진마저 감염됐다니 할 말이 없다. 더구나 이 의사는 감염환자 옆 병상의 환자를 진료하다가 감염됐다고 한다. 1명의 2차 감염자에게서 감염된 종전의 3차 감염자 4명과는 경로가 다르다. 의사에게 메르스를 옮긴 감염환자가 발열 증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