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재판 1심을 맡게 될 서울중앙지법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기소를 앞두고 형사합의 재판부 3곳을 늘리기로 했다. 사건이 배당될 수 있는 재판부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것이다. 신설된 3개 형사합의부의 법관 9명은 모두 법원행정처 심의관이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이 없다. 기존 13개 형사합의부 재판장 가운데 6명(46%)이 사법농단 관련자들과 함께 근무했거나 참고인·피해자 신분인 것과 대비된다. 결국 형사합의부 3곳 증설은 국회와 재야법조계·시민사회의 ‘특별재판부’ 도입 압박에 대한 응답으로 읽힌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낸 의견서에서 “특별재판부는 헌법상 근거가 없고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추진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2015년 대법원이 허위 증빙서류를 꾸며 일선 법원의 예산 수억원을 빼돌린 뒤 유용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이 돈을 상고법원 추진에 나선 고위 법관들에게 대외활동비·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비자금 조성을 엄단해야 할 대법원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법원이 범죄자들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범죄의 기술을 익힌 것인가. ‘양승태 사법농단’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법원의 행태는 건설회사 등의 비자금 조성 양태와 다를 게 없다. 2015년 당시 행정처는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으로 인출한 뒤 비밀리에 인편으로 건네받아 행정처 예산담..
대법원에 건설국장이라는 자리가 있다. 대법관도 바라보는 출세코스다. 실제로 건설국장을 거친 대법관이 부지기수다.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된 고영한 전 대법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이던 차한성 전 대법관, 양승태 대법원에서 진보라던 이상훈 전 대법관 등이다. 이들의 업무는 ‘건축·토목공사의 설계, 전기·기계 등 설비공사의 설계 등’이라고 대법원 규칙에 적혀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누구도 건축이나 토목을 알지 못한다. 이들이 실제로는 무슨 일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다만 대법관 제청권을 쥔 대법원장을 위해 공식·비공식 업무를 추진하고 수행한 것은 확실하다. 건설국장은 2005년 사법시설국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결국 폐지된다. 건설국장의 애매한 위치와 성격, 의혹들은 2009년 만들어진 전산정보관리..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은 이제 딱히 새롭지 않다. 당사자들은 부인하지만 의혹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기소되지도 않은 사건을 두고 법률 검토를 했다는 보도는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온다. ‘양승태 행정처’가 사실상 박근혜 정권의 ‘법무참모’ 노릇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2015년 3월 마크 리퍼트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습격당한 후 행정처는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방지법안’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은 피습 사건을 ‘외로운 늑대의 백주테러’로 규정하고 “현재가 테러방지법 입법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또 입법 시 “영장주의 예외, 증거능력 부여 완화, 불시 검문 가능”을 포함해야 하며 “입법 전에라도 경찰..
그는 법원의 예언자였을까. “한 고위 법관은 ‘양 후보자가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 사법행정을 통해 재판에 영향을 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한겨레 2011년 8월19일자). ‘양 후보자’는 기사 게재 전날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양승태 변호사를 가리킨다. 우려는 적중했다. 이제 양승태라는 이름 뒤에는 사법농단이란 문구가 따라다닌다. 그런데 사법농단이 적확한 표현일까. 군이 적을 향해 겨눠야 할 총부리를 시민에게 돌렸다면? 군사쿠데타라 부른다. 법관이 사실과 증거 대신 권력의 입맛에 따라 재판을 했거나 계획을 세웠다면? 사법쿠데타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심한 표현이라는 시각이 있겠다. 사람이 죽었다. 양승태 대법원이 1·2심 판결을 깨고 KTX 승무원들의 복직 길을 막아서자 세 살배기 딸을 둔 해고자가 목숨을..
대법원이 일선 법관들의 사법개혁 요구를 막기 위해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에게 압력을 가하고, 판사들의 학술 모임을 와해시키려는 음모를 꾸미다 들통났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대법원은 해당 판사가 지시를 거부하자 부임 2시간 만에 지방 법원으로 인사 조치까지 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드러난 권력자의 부당한 지시와 증거인멸, 보복 인사 등이 사법부에서도 똑같이 일어났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발단은 판사 480여명의 학술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개혁을 위해 전국의 법관 29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다. 설문에는 법관의 독립성 보장,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재판의 공정성 등에 관한 질문이 포함됐다. 그러자 대법원은 법원행정처로 갓 발령이 난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 판사에게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