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재벌 총수를 ‘오너’(owner)라 부른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그 설립자와 일가들이 회사의 주인이자 소유주라는 의미다. 설립자의 개인능력 덕분에 성공했으므로 오너가 되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자수성가의 신화가 회사를 자기소유, 개인재산으로 여기게 한다. 자기가 키운 회사라는 생각에 내 것을 내 마음대로 자녀에게 물려준다. 사유재산인 보유 지분뿐만 아니라 경영권까지 상속하려 한다. 경영권은 사유물이 아닌데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지 않는 오너의 잘못된 인식이 가족경영과 경영권세습을 정당한 것으로 여긴다. 이제 재벌 상속과 경영권 대물림이 우리 기업의 독특한 관행이 되었다. 내 것이라는 생각에 권위주의적 오너가 되고 수직적 기업문화가 지배한다. 세습자본주의의 민낯이 오너의 갑질 행태로 고스..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주 내내 법안 협의를 이어갔지만,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유치원 3법’에 제시된 회계 관리 방식과 처벌조항을 걸고넘어지면서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됐다. 유치원 개혁법을 무력화시킨 한국당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월 초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비리를 공개하자 유치원 개혁에 대한 요구가 거셌다. 박 의원은 곧바로 ‘박용진 3법’으로 불리는 ‘유치원 3법’을 발의했다. 유치원 운영비 통합 관리, 정부 지원금의 보조금 변경, 교육비 부정 사용 시 처벌 등이 골자였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국민은 80% 이상이 지..
역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이른바 ‘박용진 3법’에 “아이 교육을 정부가 하겠다는 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색깔론을 입혔을 때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유총은 자유한국당으로 달려갔다. 한국당과 한유총, ‘한·한 연대’의 유치원 적폐 생존법은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한국당이 물타기, 시간끌기로 법안 심의를 지연시켰기 때문이다. 법안이 법이 되려면 상임위 법안소위→상임위→본회의 과정을 거치는데, 박용진 3법은 첫 관문인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에서부터 발목이 잡혔다. 지난 9일과 19일에는 회의를 열지 못했고, 12일에는 회의가 열렸지만 법안 열람만 하고 끝났다. 한·한 연대의 ‘덫’에 걸린 이 법안의 미래는 비관적이다. 잘해야 누더기 법이요, 그렇지 않으면..
사립유치원은 공공성이 강조되는 교육기관인가? 유치원 원장의 사유재산인가? 비리 사립유치원의 명단 공개 이후 연일 계속되고 있는 쟁점이다. 사립학교의 경우는 어떨까? 사립학교 비리의 대명사로 불리며 그 판결 결과가 사립학교제도의 시금석으로 작용해온 상지대에 대하여 최근 주목할 만한 법원 결정이 있었다. 김문기 전 상지대 이사장은 1993년 사학비리를 저지르고 쫓겨난 뒤 여러 차례 복귀와 학교 재장악을 시도했다. 그는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 9월 김종철 연세대 교수 등 9명을 상지학원 정이사로 선임했던 것에 대해 “종전 이사들이 상지대의 정이사 추천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교육부를 상대로 이사선임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얼마 전 제기했다. 아울러 이사 선임의 효력을 취소소송 판결 전까지 정지해달라는 ..
10월 초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불거졌을 때 시급히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전문가 확보였다. 교비로 명품 사고 아파트 관리비 내고, 있지도 않은 ‘가장거래’로 설립자 뒷주머니만 채우는, 일부겠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사립유치원들을 한때 유치원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욕만 할 게 아니라 실제로 뭐가 문제고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는지 기사를 쓰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희한했다. 생각보다 전문가라 할 만한 이들과 통화하기가 어려웠다. 대학입시나 사학비리, 사교육 문제 등과 관련해선 논리정연함으로 여론몰이를 능숙히 해대는 교육단체들도 사립유치원 문제에 대해 물어보면 “잘 모른다”고 했다. 교수들은 입 열기를 조심스러워하거나 피상적 말을 늘어놓았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주기로 한 대학교수는 결국 “못하겠다”고 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사립유치원 대책에 대해 논의했으나 휴업 등 집단행동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육대란’의 우려가 사라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회계비리는 제도 미비 탓”이며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면서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정부의 사립유치원 대책 추진에 난관이 예상된다. 한유총의 토론회가 열린 30일은 유아교육 관련 정부부처, 기관, 시민단체 모두가 숨가쁘게 움직인 하루였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보건복지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 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관계부처 간담회를 열고 사립유치원 사태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
사립유치원 원장님들 덕분에 새삼 우리 교육의 ‘암흑의 핵심’이 선뜻 그 모습을 드러낸 듯합니다. 비리와 부정 그리고 교육부의 무책임은 ‘사립’의 두꺼운 장막 뒤에 있습니다. 좌파 운운하거나 폐원까지 거론하는 원장님들의 저 당당한 태도는 무엇을 ‘빽’으로 한 것인지요? 유치원이란 딱 그들의 사기업이자 사유재산입니다.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사립’ 건물주가 꿈이며, 궁중족발 사장이 더 동정받는 이 나라에서(그러니까 이 나라 자체가 일종의 ‘사립’입니다), 신성불가침 사립의 신화를 뚫고, 국공립유치원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인다는 건 예외적인 상황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오늘의 이 관심이 교육 전체에까지 연결되기를 바라봅니다. 이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국가와 사립학교의 관계는 새로 정립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