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난 지 닷새가 지났지만 국회 임명동의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김 후보자가 사법부 수장으로 부적절하다며 심사경과 보고서 채택조차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자가 특정 이념 성향이 있는 법원 사조직을 이끌었고 국민 상식에 어긋나는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동성애를 옹호하고 지지한다는 얘기도 흘리고 있다. 보수야당의 색깔론과 성소수자 혐오에 신물이 난다. 김 후보자가 회장을 지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은 판사들의 대중적인 학술모임에 불과하다. 동성애와 관련해서도 김 후보자는 “동성애를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해서도 안되지만, 동성애를 반대하는 견해를 피력하는 것도 하나의 권리로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 이슈가 연일 뜨겁다. 거대한 변화가 느껴진다. 파격적이고 참신한 인사에 새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취임 후의 행보를 보면 촛불시민의 목소리에 조응하여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정상의 검찰 과거를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메시지에 검찰조직은 사태의 향방을 숨죽여 주시하고 있다. 검찰개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는 권력이 또 있다. 바로 사법부다. 사법개혁을 주장하는 판사 출신이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임명된 사실 자체가 사법부를 긴장하게 한다. 검찰에는 정치로부터의 중립성 확보가 화두지만 사법부는 내부로부터의 독립이 문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수장인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된 일이다. 개혁의 시대에 사법부도 예..
전국에서 가장 큰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소장 판사들이 지난 15일 회의를 열고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대법원의 사법개혁 저지 의혹과 관련해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독립성이 강하고 판사 개개인이 독립기관이나 다름없는 단독재판부 소속 판사 91명 가운데 53명이 참여했다. 앞서 지난 4월 말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들의 회의 이후 전국 18개 법원에서 11번의 판사 회의가 열렸다. 판사들은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법관들의 자유로운 학술활동에 대한 침해는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서 결코 있어서는 안될 심각한 사태”라고 양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양 대법원장의 사퇴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법부 수장을 탄핵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법파동으로 번진 이번 사태는 양승태 사법부의 농단에서 비롯됐다. 판사..
대법원의 사법개혁 저지 의혹을 조사한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가 지난 18일 내놓은 보고서는 사법부의 자정 능력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일선 법관들과 시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사태를 축소·은폐하기 위한 꼼수로 진상조사위 카드를 사용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진상조사위는 고영한 법원행정처장과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행정처가 조직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행정처 컴퓨터에 판사들 뒷조사를 한 파일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컴퓨터를 조사하지 않은 채 ‘판사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단정지었다. 양 대법원장을 조사했다면서도 무슨 내용을 묻고 어떤 답변을 들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대법원이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인사자료 등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박근혜 게이트에 버금가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판사들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김모 전 심의관 컴퓨터에 대법원 정책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동향을 정리한 일종의 사찰 파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 사찰 파일에 관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법원 결정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법원행정처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해 발령 2시간 만에 행정처에서 인사조치당한 ㄱ판사는 이 파일 관리 업무도 맡으라고 지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 블랙리스트는 과거에도 설이 무성했다. 게시판 글이나 판결 등을 분석해 법관 인사나 연수자 선발 때 활용한다는 것이다. ..
대법원장이 국가정보원의 사찰을 받았다는데 3000명에 달하는 판사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법원 게시판도 조용하고 판사들 사이에 화제도 아니다. 전직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양승태 원장이 업무시간에 등산 갔다는 내용이잖아요”라고 심드렁히 말했다. 이렇게 되니 “실로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라는 헌정사상 가장 강경한 성명을 읽은 대법원 공보관만 무람한 처지가 됐다. 정권의 간섭에는 어김없이 저항해온 다섯 차례 사법파동은 우리 법원의 자랑스러운 역사다. 권력에 순종하고 협력해온 검찰은 흉내조차 내본 적이 없는 일이다. 이런 사법부의 수장이 ‘실로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를 선언하는데도 판사들은 냉담하다. “사생활을 들춰낸 것도, 재판의 결론을 알아낸 것도 아니다. 업무시간에 등산을 갔다는 것뿐이다. 대법원도 예..
혼란스러운 시대상황에서 사법부가 사법개혁을 주도해 가치관을 제대로 정립하고 법을 바로 세우는 역할을 다해 주기를 바라는 사회적인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 집회·시위와 관련한 행정법원의 결정이나, 원격 심리절차 시행 등은 법원이 사법 소비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모를 시도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그렇지만 사법제도 운영에서 사법 소비자 친화적 개혁, 판결문 공개를 통한 합리적인 사법통제 기반 조성, 그리고 신속히 해결되어야 할 전관예우 문제 등에서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법 소비자 친화적 개혁의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게 많다. 먼저 현행 전자소송제도를 좀 더 확대해 모든 법원행정이 전자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모든 거래 자체가 온라인화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