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사망한 윤모 일병의 유족과 윤 일병 폭행 사망의 전 과정을 목격한 김모 일병의 만남을 군 당국이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가 그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일병과 그 가족을 직접 만나 확보한 진술을 토대로 그런 주장을 폈다. 김 일병은 윤 일병을 생전에 도와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유가족을 만나 도우려고 했으나 어느 누구도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일병 가족도 김 일병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줄곧 군 당국에 만나게 해달라고 애원했으나 김 일병이 원하지 않는다며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군인권센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참담한 일이다. 김 일병과 그 가족들이 사건 초기부터 윤 일병의 유족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군 당국이 이를 은폐·왜곡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임모 병장 사건으로 떠들썩하던 대한민국 군대가 다시 윤모 일병 사건으로 발칵 뒤집어졌다. 나는 차마 그 사진과 그 내용들을 세세히 살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머지않아 군대에 갈 아들이 있어서이기도 하고, 차마 그 참혹함을 두 눈 뜨고 마주 보기에 가슴이 너무 쓰려서였다. 다른 사건들보다 군과 관련된 사건들은 보다 명백히 국가의 책임이 드러나는 문제이다. 세계에 단 하나뿐인 분단된 나라에서 태어나 ‘병역의 의무’를 질 수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군대는 언젠가는 해야만 하는 숙제 같은 것이다. 소위 ‘신의 아들’이 아니고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할 말이 많은, 국민적 공분(公憤)이 이는 사건이다. 특공대를 제대한 내 제부는 심심하면 조인트를 깠던 ‘독사’ ..
세월호 참사 이후 100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밥을 굶는다. 친구를 잃은 아이들은 뙤약볕 아래 행진하였다. 그래도 ‘이만하면 됐다’며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돌아온 일상에서 우리를 기다린 악마는 바로 윤 일병 사망사건이 드러낸 군대 내 병폐였다. 세월호의 적폐 앞에 무기력하게 눈물을 흘려야 했던 이 시대의 부모들은 군대 내 병폐의 악마 앞에 다시금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일상이 전개되고 있다. 민주국가의 군대는 주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국민은 군대를 무장시킨다. 국가안보의 최후 수단으로 무력을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한다. 국민의 군대는 국가 안보의 처음이자 끝이다. 적대적 봉쇄와 협력적 포용을 해야 하는 야누스적인 북한과 대면하고 있는 우리에..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과 관련해 군 당국이 나름대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듯하다. 국방부가 ‘군 인권업무 훈령’을 전면 개정해 국방인권협의회를 설치하고, 대대급 이상 야전부대에 인권교관을 임명하기로 한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협의회는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의장을 맡고, 육·해·공군 법무실장과 인권 담당관, 외부 전문가 등이 참가하게 된다고 한다. 군 당국의 이런 모습을 접하면서 ‘이제는 뭔가 달라지려나’라는 기대도 갖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군내 인권문제를 개선하려는 선의와 진정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일단 소나기만 피하자’는 눈가림용 술수는 아닌지 의심하게 만드는 일들도 발생하고 있다. 우선 군 인권침해 피해자를 돕기 위해 개설될 예정인 민간상담전화를 병사들이 이용하면 징계하..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과 관련해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사건 직후에 상세한 보고를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국방부가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 조사본부는 윤 일병이 숨진 다음날인 지난 4월 8일 김관진 장관에게 ‘중요사건보고’를 했으며, 백낙종 조사본부장이 대면보고를 했다. 보고 문건에는 가해자들의 구체적인 폭행 내용과 함께 윤 일병에 대한 지속적인 가혹행위 사실이 적시돼 있다. ‘구타 사망사건으로 보고받았다’는 그간 국방부와 청와대의 설명을 뒤집는 내용이다. ‘중요사건보고’를 통해 김 실장은 처음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로 윤 일병이 숨진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나서야 일선 책임자들에..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을 죽음에 이르게 한 구타와 가혹행위, 집단괴롭힘은 지옥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행여나 상상을 초월하는 이 악마적 상황이 그저 가해자 몇몇의 일탈적 행동의 결과라고 여겨서는 안된다. 지난 4월 육군 조사에 따르면 병영 악습 3919건이 확인되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집계한 2011년 군 사망·자살 현황도 그런 사건이 예외적 현상이 아님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기간 군내 사망자는 감소했으나 자살은 66명에서 79명으로 늘었다. 이는 선임병에 의한 가혹행위가 줄지 않고 있으며 나아가 그런 일이 병영의 일상사가 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국방부와 육군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일병 사망사건에 국한해도 국방부와 육군이 과연 이런 사건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