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농단’ 당시 여야 국회의원들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재판 민원’을 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이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이들의 민원을 담당 판사에게 전달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추가 기소했다. 사법농단의 실무총책 격인 임 전 차장은 이미 40여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보태진 공소사실은 단순히 ‘추가’적 사안이 아니다. 권력분립을 명시한 헌법상 엄격하게 독립돼야 할 입법부와 사법부가 재판을 두고 짬짜미를 한 충격적 사태다. 검찰 공소사실을 보면, 2015년 5월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파견 중이던 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지인 아들의 선처를 요청했다. 죄명..
전국법관대표회의(이하 법관회의)가 사법농단 관여 법관들의 탄핵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언론이 ‘탄핵 저지’ 총공세에 나섰다.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취지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 제 살을 도려내겠다는 법관들의 충정을 폄훼하고 있다. 법관 탄핵 반대 논리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탄핵은 헌법상 국회 권한이므로 법관회의가 관여하는 것은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논리다. 법관회의는 “(사법농단 행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국회를 향해 직접적으로 탄핵을 요구한 것이 아니며, 의결 내용도 대법원장에게 전달했을 뿐 국회엔 보내지 않았다. 이런 의견표명이 삼권분립 위반이면, 한국당이 ..
‘양승태 사법농단’으로 기소된 첫 피고인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건을 심리할 재판부가 결정됐다. 서울중앙지법은 15일 임 전 차장 사건을 ‘적시처리가 필요한 중요 사건’으로 지정하고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에 배당했다. 법원은 “연고관계와 업무량, 진행 중인 사건 등을 고려해 일부 재판부를 배제하고 나머지 재판부를 대상으로 무작위 전산배당했다”고 설명했다. 형사36부는 법원이 임 전 차장 등 사법농단 사건 관련자들의 기소에 대비해 신설한 3개 형사합의 재판부 중 한 곳이다. 사법농단의 진원지인 법원행정처 심의관이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이 없는 판사들로 구성됐다. 기존 형사합의부 중 사법농단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6개 재판부는 배당 대상에서 미리 배제했다고 한다. 법원이 나름의 고육..
사법농단 재판 1심을 맡게 될 서울중앙지법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기소를 앞두고 형사합의 재판부 3곳을 늘리기로 했다. 사건이 배당될 수 있는 재판부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것이다. 신설된 3개 형사합의부의 법관 9명은 모두 법원행정처 심의관이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이 없다. 기존 13개 형사합의부 재판장 가운데 6명(46%)이 사법농단 관련자들과 함께 근무했거나 참고인·피해자 신분인 것과 대비된다. 결국 형사합의부 3곳 증설은 국회와 재야법조계·시민사회의 ‘특별재판부’ 도입 압박에 대한 응답으로 읽힌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낸 의견서에서 “특별재판부는 헌법상 근거가 없고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
2017년 3월 6일 경향신문 1면. “대법원이 일선 판사들의 사법개혁 움직임을 저지하라고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를 압박하다가 해당 판사가 위법한 지시라며 거부하자 일선 법원으로 인사 조치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과정에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등 대법원 고위층이 직접 개입하고, 양승태 대법원장의 묵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양승태 사법농단’의 서막을 알린 기사였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다. 경향신문에 그의 실명이 등장한 지 1년 7개월여 만이다. 한겨레의 ‘최순실 실명 보도’로 박근혜 국정농단이 수면 위에 떠오른 시점이 2016년 9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건 2017년 3월 31일이다.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을 거쳐 감옥에 가는 데..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 4개월여 만에 첫 구속자가 나왔다. 지난 27일 수감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다. 임 전 차장은 재판거래, 법관 사찰, 검찰·헌법재판소 기밀유출 등 대부분의 사법농단 의혹 사안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인사다. 구속영장에 기재된 개별 범죄사실만 30개 항목에 이른다.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조차 90%가량 기각해오던 법원이 임 전 차장 구속수사를 허용한 것은 의미가 크다. 사법농단이 도덕적·윤리적 사안을 넘어 실정법 위반 행위임을 법원에서 인정했다는 뜻이 된다. 임 전 차장 측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사실관계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징계 대상이 될지는 모르나, 형사처벌 받을 일은 아니다”라는 방어논리를 폈다고 한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