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최저임금안이 지난 7월14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의결되었다. 올 상반기 내내 이견과 갈등의 중심에 있던 최저임금 이슈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는 다양한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노동계와 자영업 소상공인들은 모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임금 노동은 OECD 최고 수준이며, 학계의 연구들에 따르면 임금 불평등이 가계소득 불평등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었다. 노동시장을 개선하고 불평등을 완화하여 내수 확대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는 데 최저임금은 핵심적인 전략이다. 다만, 최저임금은 매우 강력한 정책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꽃인 가격을 조정하여 전국적 표준을 설정하는 정책이다. 2000만 임금노동자의 거의 25%인 500만명이 직접 적용 대상이 되고 700만 자영업자들도 영향권 안..
지난 5월 만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경제학부 교수에게 “한국이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 수준으로 올릴 계획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2015년 소비와 빈곤, 복지에 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최저임금이 늘어나는 데 찬성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오를 때 고려해야 할 것은, 어떤 이는 일자리를 잃고, 어떤 이는 소득이 는다는 것, 즉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전체적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경험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뜨거운 감자와 같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임금은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일자리를 찾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으면 임금은 하락하고, 적으면 올라간다. 그런데 대체로 비전..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약 달성을 위해서는 내년에 2020년도 최저임금을 19.7% 인상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대립이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기상여금과 식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면서 약 20만명 노동자들의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2.4%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임대료, 재료비, 가맹비 등은 손댈 수 없는 상황에서 인건비만 올라 ..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7530원으로 결정하자 편의점·치킨집 등을 운영하는 고용주들이 가장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장사를 접고 차라리 다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다” “자영업자들은 다 죽으라는 얘기”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편의점 점주들은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르면 월 평균수익(155만원)이 아르바이트 월급(157만3770원)을 밑돌아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20일 내놓은 ‘2017년 상반기 기초고용질서 일제점검 결과’를 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불만을 터뜨리기에 앞서 청년 알바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거나 임금을..
내 최초의 시급 노동 대가는 4320원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수습 기간을 적용한 최저임금 90%인 3890원이었다. 첫 아르바이트의 주된 업무는 피자를 만들어 포장하는 일이었다. 4년이 지난 2016년에는 숙련되어 당시 최저임금보다 470원 높은 6500원을 받았지만 필요 이상의 소비를 참아내는 삶은 3890원을 받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근로계약서를 사장님과 나누어 가질 수 있었고 의자에 한 번도 앉지 못한 바쁜 날에는 1시간의 시급을 보너스로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야간수당과 주휴수당까지는 챙기지 못했다. 내가 일하던 가게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피자집이었다. 창업개설비(가맹비·교육비·인테리어비·간판비 등)부터 이따금 불쑥 내라는 광고비, 카드 수수료와 배달앱 ..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1987년에 발족했으니, 올해로 30년차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30번 결정될 동안 만족스러웠던 적이 있는가. 노동계는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낮다고 평가하고 사용계는 너무 높다고 평가한다. 지난 30년 동안 노사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은 불만족스럽게 여겨졌다. 이 때문에 발족 30년차를 맞은 최저임금위원회를 개편하여 ‘국민이 만족할 만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사자가 참여하는 구조를 유지한 채 최저임금위원회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축이 있다. 먼저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위원들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원회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최저임금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위원회를 상시적 기구로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