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화권에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숫자가 존재한다. 예로부터 동양이나 서양에선 1을 근원과 통일을 상징하는 수로 여겼다. 2는 여러 문화권에서 분열과 불신을 조장하는 수로 통했다. 중국에선 두 쌍의 부부가 같은 날 결혼하는 것을 금기시했고, 유대교 율법은 남자가 두 여자나 두 마리 개 사이로 지나가는 것을 금했다. 숫자 3을 신성시한 수메르인들은 ‘아누’ ‘엔릴’ ‘엔키’ 등 3명의 신이 하늘과 대지, 물을 다스린다고 믿었다. 동양에선 4를 죽음과 저주를 의미하는 수로 여기지만 서양에선 ‘질서와 통합’을 의미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처음 4개의 수인 1, 2, 3, 4를 더하면 완전한 숫자인 10이 되고, 세상이 물·불·흙·공기라는 4원소로 구성된 것만 봐도 4는 조화로운 숫자라고 했다. 5는 인간의 오..
이제 우리는 대통령을 탄핵의 심판대에 올려놓았다.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통치권력을 삿된 비선조직에 넘겨 국정을 농단하고, 세월호 등 수많은 재난과 사고에서 직무유기와 무능함으로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구히 확보’(헌법 전문)한다는 국가의 존재 목적조차 저버렸다. 우리는 광장의 돌팔매를 대신한 탄핵의 절차로써 대통령이 벌인 탐욕과 불통의 막장드라마를 종결짓고자 한다. 사실 탄핵심판은 이 패악의 대통령에게 공식적이고 영구적인 징벌을 내리는 하나의 요식적인 법 절차에 불과하다. 지금 진행 중인 특별검사나 국정조사 또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기에 국정농단 사건의 조사와 심판을 맡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그들의 입으로, 그들의 통치용어로 되뇌게 함으로써 ..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결의 이후 경제 컨트롤타워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탄핵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경제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한국 경제가 표류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수출과 내수는 물론 생산·투자 등 지표가 모두 부진에 빠졌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대로 떨어졌다. 대외적으로도 미국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체제가 등장하는 등 불확실성투성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년 경제운용 방향조차 잡지 못한 채 엉거주춤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탄핵결의 뒤 경제장관회의 등을 열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대외 신인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업무를 지속 수행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 부총리에게 경제를 계속 맡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
역사적인 날이 밝았다. 결과에 따라 조금은 달라지겠지만 우리 모두의 신념은 확고하다. 탄핵이 성사된다고 해도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실패한다고 해도 결코 끝이 아니며, 따라서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보장된 것은 없지만 오늘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가장 추악한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마침내 칼을 빼든 날이다. 국민을 철저하게 기만하고 정치를 난도질해 온 대통령을 심판하는 날이다.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며 반성 없는 대통령에게 국가를 사유화했던 잘못이 얼마나 큰 것임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날이다. 치부은폐와 권력연장을 위해 눈 닫고, 귀 막고, 무릎 꿇어왔던 정치인과 정부 관리들에게도 죄를 묻는 날이다. 그리고 홀린 듯이, 취한 듯이 무지몽매하게 나라를 맡겼던 우리 모두의 실수와 오판에 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오늘 국회에서 처리된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축출 여부를 결정할 의원들이나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역사의 한 장을 마주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더 나은 국가를 향해 행진할 것인가, 민주주의를 배반하고 국가를 위기로 몰아갈 것인가. 시민의 뜻은 분명하다. 박 대통령을 탄핵함으로써 새로운 국가, 새로운 질서를 세우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파괴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적 질서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시민 전체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라고 시민이 위임해준 권력을 아무런 자격도 없는 최순실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음이 드러났다. 최씨의 국정농단 실태는 그제 국회 국정조사에 나온 최씨의 측근들을 통해 다시 입증됐다. ..
탄핵열차가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국회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한 탄핵소추결의안 표결에 나선다. 탄핵은 가변적이다. 하지만 탄핵 결정이 난 뒤에도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까지 탄핵사건을 가지고 가겠다고 한다. 끝까지 해보겠다는 것이다. 탄핵 정국의 혼란이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시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다. 탄핵 이후에도 정국은 긴 안개 터널이다. 국가를 경륜한다고 하는 것은 자기 몸을 괴롭히고, 정신을 피로하게 하고, 몸은 나그네가 머무는 집 같은 데 두고, 입은 문지기 같은 음식을 먹고, 손은 노예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통치자는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시대·시민과 불화를 자초하며 싸움에 빠져들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역사·시..
한 유명한 책의 서문을 빌려 지금의 대한민국을 나는 이렇게 규정하고 싶다.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세월호라는 유령이.’ 지금 대한민국 국가 시스템을 흔들고, 광장을 사람들로 메우고, 촛불과 횃불을 타오르게 만드는 것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이전에 ‘세월호’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현재 열리고 있는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라는 정식명칭이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은 거듭 ‘세월호 7시간’을 추궁하고 있다. 매스컴도 연일 최순실 국정농단과 함께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에 대한 해부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2014년 4월16일 참사로부터 2년 반이 지난 현재, 왜 세월호는 자꾸 돌아오는가.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지난주 화재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이 겹치면서 트위터상의 언급량이 폭발했다. 박 대통령 탄핵에 미온적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화번호’도 대중에 공개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트위터코리아가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와 함께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트위터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들 중 주목할 만한 단어를 분석해 6일 발표했다. 지난 한 주간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서문시장’이었다. 지난달 30일 화재가 발생하며 언급량이 증가하기 시작해, 이튿날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폭증했다. 박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은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 이후 첫 외부 일정이었다. 하지만 피해 상인들은 박 대통령이 자신들을 만나지 않고 10분 만에 돌아갔다며 항의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