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CBS PD가 2015년 11월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 한 대목을 잊을 수가 없다. 세월호 유가족과 광주 유가족의 만남을 묘사한 글이었다. 그들은 만나자마자 서로에게 미안해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기 전까지는 광주에서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을 몰랐다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미안해했고, 우리가 안산으로 가야 했는데 광주까지 오게 했다고 광주 유가족들이 미안해했다. 이들의 만남에 동행한 정혜윤 PD는 이렇게 적었다. “놀라운 것은 가장 슬픈 자들이, 가장 고통받는 자들이 오히려 책임을 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가장 슬픈 자들이 모든 책임을 떠안고 있다.’ 글의 제목이기도 한 이 문장은 참사가 일어난 현장이면 어디서든 재확인된다. 과거사·의문사 피해 유가족들이, 산재 유가족들이, 참사 유가족들이 그렇다. 죽..
요즘 기사를 보기 힘들어 아예 눈과 귀를 막는다는 분들이 주변에 많다. 10·29 참사에 관한 기사들마다 감정을 쉽게 주체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나부터도 그러하고 주변의 학생들 또한 다르지 않다. 특히, 참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관계자들의 발언을 들을 때마다 더욱 심해지는 듯하다.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기에 답답한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기사들로부터 나를 보호하게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정부에 맞서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민추모 촛불 제안’을 기획하는 시민들의 기자회견도 지난주에 있었다. 그렇지만, 적지 않은 시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일 수도 있다. 내 질문은 그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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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백곡리 감나무 나무들이 붉거나 노랗게 물들었던 잎들을 내려놓는 조락의 계절이다. 겨울나기 채비를 마쳤다는 신호다. 이제 씨앗을 품은 열매를 튼실하게 키우는 데에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쏟아붓고 겨울잠에 들어야 한다. 낙엽을 마치면 나무의 열매가 눈에 들어올 차례다. 어미를 떠나 더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세계를 펼쳐나가기 위해 열매는 사람에게 혹은 초식동물의 눈에 들어야 한다. 잎 떨군 나뭇가지 위에 남은 빨간 까치밥이 눈에 띄는 것도 그래서다. 더불어 맛도 좋아야 한다. 맛이 제대로 들어야 사람이든 새든 짐승이든 찾아와 그의 씨앗을 옮겨줄 것이다. 거의 500년 동안 사람의 발소리를 들으며 단맛을 키우며 살아온 감나무가 있다. 대개의 감나무가 200년 넘게 살기 힘든 사정을 감안하면 무척 오래된 나무..
겨울이 문 앞이다. 절기만이 아니라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는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무능한 윤석열 정부는 갈수록 극우적 색채를 띠어 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허우적대며 방어적 대정부투쟁에 올인하고 있다.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으로 창당 10년을 맞은 정의당도 존폐 기로 속에서 재도약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퇴진촛불을 들고 있지만 어렵게 만들어준 촛불항쟁을 더불어민주당이 어떻게 말아먹었는지 잘 보았기에, 많은 국민들은 “한 번 속았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답답한 일이다. 답답한 마음에 ‘민주성지’로 많은 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남양주 모란공원으로 향했다. 2년 전 전태일 열사 옆에 차갑게 누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세월이 답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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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을 시민들이 찾아 추모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지난주 ‘책과 삶’ 면 프런트 기사로 신간을 소개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로 모두가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 참사를 함께 슬퍼하고 애도하기 위해 읽으면 좋을 책들을 추천받아 소개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슬픔을 겪은 당사자들의 개인적 슬픔을 다루는 이야기부터, 사회적으로 애도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비난받았던 죽음과 재난, 이타심으로 서로를 도우며 새로운 공동체를 재건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하나의 스펙트럼처럼 다섯 권의 책이 연결됐다. 이태원 참사 관련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진상규명 과정에서 수사를 받던 이까지 숨진 채 발견됐다. 참담한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책이 다 무슨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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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으로 통하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몰락을 재촉한 것 중 하나는 친박(친박근혜)들의 충성경쟁이었다. 처음에는 친박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였던 사람들은 정권을 장악한 이후 분화에 분화를 거듭했다. 최고 권력자가 ‘진실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한 후 ‘진박’(진실한 친박)이 등장했고, 최경환 전 의원 등 여권 핵심들은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2016년 4월 총선 공천에 관여했다. 총선에서 패배한 후인 그해 8월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된 이정현 전 의원을 두고는 ‘옹박’(박근혜 옹위)이란 말이 나왔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 등 쓴소리하는 인사들은 ‘탈박’ 당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 동남아 순방 전용기에 MBC 기자 탑승을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대통령의 ‘바이든’ 언급 관련 보도, 의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방송 등에서 왜곡 또는 조작 보도를 하고 정정이나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나 대통령 발언 보도와 관련하여 대통령실은 보도 이후 즉각 대통령 발언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고, ‘바이든’이 아니라는 전문가 견해를 확인했다지만 음성 분석 업체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 발언의 진실은 아직 논란 중이다. 이 대역을 사용했음을 명기하지 않았고 이에 사과했다. 하지만 논문표절 문제 제기는 여전히 남는다. 이러니 대통령실로서는 MBC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MBC 배제가 적절한 조치였을까?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공동대응..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일방적으로 밀릴 때 접경국의 난민촌에 피란 온 우크라이나인들이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물? 음식? 답은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 또는 지인들과의 통신이 갖는 해방성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은 전기, 수도 못지않게 현대인들에게 필수품이 되었고 공공지원을 통해 보급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작년 11월에 미국이 인프라투자 및 일자리법을 통과시킬 때 650억달러(현재 환율기준 약 84조원)를 인터넷접근권 강화에 배정하였다. 이 중 65% 이상이 지방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는 공공인터넷망 건설 및 접근권 강화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에도 공공인터넷은 활발하게 운영되어 예를 들어 스웨덴의 경우 공공인터넷이 60%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