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한국의 장기 경제성장률 전망 보고서는 2050년의 경제성장률이 0.5%에 그치고 사실상 ‘제로성장’이 예상된다고 전한다. 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 같은 변화가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생산연령 인구 비중이 2020년 72.1%에서 2050년 51.1%로 하락하면서 2041년부터 매년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0.7%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로성장이라는 미래에 많은 사람들, 특히 경제 전문지들은 큰 우려를 표한다. 경제성장률은 우리의 일자리이고 소득이고 선진국의 지표이며 자존감이기 때문이다. 산업화를 먼저 시작한 많은 강대국들이 제로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우리는 한국은 아직 예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2050년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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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강화 기조 아래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하여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약자복지의 진정성과 실체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위기 이전부터 여러 국제기구들은 불평등과 격차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를 강조해왔다. 개별 국가에서도 코로나 대응뿐만 아니라 회복 과정에서 직면한 고물가 상황 등 취약계층에게 더욱 가혹한 경제 여건 속에 국민들의 삶을 안정시키기 위한 재정의 역할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약자복지의 방향과 적절성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과연 약자복지라도 실천하려는 정부 의지가 예산안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세심하게 묻고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국회는 이를 꼼꼼하게 심의하고 조정하여 국민의 삶이 불안정해지지 않도록 일상을 지켜야 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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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독립문 1971년, 2021년 독립문.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에 있는 서대문독립공원에는 두 개의 중요한 사적이 있다. 하나는 독립운동가와 민주화운동가들이 갇혀서 고초를 겪었던 서대문형무소이다. 공원을 따라 남쪽으로 걸어 내려오면 또 하나의 사적이 보이는데, 바로 독립문이다. 기공식은 1896년 11월21일에 열렸는데, 그 1년 전에는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이 있었고 그 1년 후에는 대한제국이 선포되었으니 독립문은 어지러운 구한말의 한가운데에 세워진 것이다. 독립문 사진을 잘 보면 앞에 두 개의 큰 주춧돌이 보인다. 이것은 영은문(迎恩門)의 주초로서 원래 그 위에는 나무로 된 홍살문과 청기와가 얹혀 있었다. ‘영은’은 “은혜를 베푼 사신을 영접한다”는 의미인데, 중국의 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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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17일 공개한 ‘고독사 위험 현황’에 따르면 2021년 서울에서 발생한 고독사가 전년보다 16.4% 늘었다. 김상민 기자 17세기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에서 “인생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험악하고, 잔인하고, 짧다”고 했다. 이런 삶을 살다가, 쓸쓸히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일찌감치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이 고독사가 많은 나라로 익히 알려졌지만, 한국의 고독사 추정 인구 또한 근래에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집계치가 2018년 2447명, 2019년 2656명, 2020년 3136명, 2021년 3603명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2314명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고독사 예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법 시행 후 전국 지..
책을 읽자는 얘기는 이제 하기가 싫다. 출판사를 운영하고 책을 팔아서 먹고사는 입장이지만, 듣기 좋은 이야기도 한두 번이지 계몽적인 어조로 책 읽기의 미덕을 자꾸 설파해봐야 꼰대의 잔소리로 들릴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요는, 책 안 읽는 시민에게 문제가 있다기보다 책 읽기 어려운 환경,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기풍이 더 문제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초점을 시민 아닌 당국과 공공기관에 맞추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민이 책을 읽든 안 읽든, 책 읽을 환경을 조성하고 시민 스스로 성장케 할 책무는 정부에 있다. 헌법 제14조에서 22조는 이 정부가 그토록 좋아하는 국민의 ‘자유’를 촘촘히 명시하고 있거니와, 특히 22조는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가 ..
두 인터넷 매체가 10·29 참사 희생자 이름을 공개하고 나서 며칠째 동네가 시끄럽다. 판단은 어렵지 않다. 유족의 동의 없는 희생자 이름 공개는 문제가 있다. 재난 상황에서 언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는 우리 사회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재난 보도의 규범이 필요하다는 공론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겪으면서 떠올랐는데 ‘재난 보도 준칙’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진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경험하고 나서였다. 이 강령에는 지금 우리가 논란하고 있는 ‘피해자 보호’라는 가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 아는 바와 같이, 과거에는 ‘재난 보도’가 아니라 ‘보도 재난’이라고 할 일들이 많았다. 피해자의 슬픔을 생생하게 전한답시고 죽음의 현장에서 갓 탈출하여 공포에 떨고 있는 생존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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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에 가장 많이 쓰는 몸은 장딴지와 콧구멍. 일단 잘 걷고 잘 뛰는 날쌘돌이여야 해. 머슴을 살더라도 장딴지 허벅지 근육이 짱이어야 한다. 콧구멍은 왜냐고? 친구 집에 맛난 거 해묵는지 킁킁댈 때 요긴함. 먹을 복이 있는 자는 콧구멍이 예민하게 발달한 종족이지. ‘마라닉’이라는 신종 낱말이 있다. 일본 사람 ‘야마니시 데쓰로’ 교수가 만든 말. ‘마라톤과 피크닉’의 준말이래. 주구장창 달리기만 잘해봐야 뭐해. 가다가 쉬기도 해야지. 등에 가벼운 배낭을 하나 메고 달리다가 경치 좋은 곳을 만나면 일단 멈춤. 이제부턴 피크닉을 즐길 타임이야. 생수와 과일 몇 조각이면 충분하지. 마라톤을 달리다가 뜬금없이 삼겹살을 구워 먹겠는가. 키가 크다고 달리기에서 유리한 건 아냐. 운동선수들의 대화. “너는 다리가..
너무 많은 글과 말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 굳이 말을 더 보태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생각으로 넘어갈 수가 없다. 각자의 위치에서 뭐라도 한마디씩 뱉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10월30일 일요일 오전 6시. 단톡방에서 첫 소식을 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취하는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답이 없다. 연거푸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는다. 아들이 종종 외국인 친구들과 이태원에서 노는 걸 알기에 이미 심장은 쿵쾅거리고 맥박도 빨라졌다. 아들에게 ‘자고 있었어’라는 답이 올 때까지 30여분간 제정신이 아니었다. 사태를 파악한 아들도 친구들은 괜찮은지 걱정하며 참담하다고 했다. 그날 대한민국의 아침은 전 국민 안부 묻기로 꽤나 분주했다. 20대 자녀를 둔 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노부모들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