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동체 공론장에 낯선 단어, ‘페스코’가 등장했다. 11월 한 달 동안 진행한 ‘잡식가족의 딜레마’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젊은 남성 회원 한 명이 자신을 페스코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페스코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의 준말이고, 소·돼지·닭 등의 고기는 먹지 않되 우유·치즈·달걀, 그리고 해산물은 섭취하는 채식주의의 한 종류를 뜻하는 말이란다. 알고 보니 채식에도 여러 등급이 있었다. 완전 채식인 비건부터 락토, 오보, 페스코, 폴로 그리고 상황에 따라 육식도 하는 유연한 플렉시테리언까지. 나는 오랫동안 잡식주의자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었다. 잡식이 인간의 본성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니다. 그보다는 트렌드가 되어가는 채식이, 유기농처럼, 처음 시작과 달리 건강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었고, 중산층 ..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2022 카타르월드컵 8강전이 열린 지난 10일(현지시간) 알코르의 알바이트 경기장 기자석에 미국 기자 그랜트 월의 영정과 조화가 놓여 있다. 알코르/로이터연합뉴스 어떤 기자이길래 데이비드 베컴과 백악관이 애도를 표하고, 각국 언론이 상세한 부음을 전했을까. 지난 9일 월드컵 8강전 취재 중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뒤 숨진 그랜트 월(1974~2022) 얘기다. 월은 미국의 스포츠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축구·대학농구 담당 기자로 24년간 일했고, 2020년부터 독립 언론인으로 스포츠 보도를 했다. 초기 화제는 그의 돌연사 배후에 카타르 당국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혹 때문인 듯하지만, 사인은 과로사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폭넓은 애도는 그가 존경받는 기자였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