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광 |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얼마 전 뉴욕에서 가야트리 스피박 교수를 만났다. 올해로 70세가 된 스피박 교수는 과거처럼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일들에 대한 의견을 자세하게 표명했다. 특히 자신을 탈식민주의 이론가라고 규정하는 일련의 입장에 대해 강한 반대의사를 드러내면서, 자신을 문화정치에 대한 이론가로 불러줄 것을 주문했다. 그가 말하는 문화정치는 현실에 일어나는 문화현상에서 정치적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작업의 사명을 강조하는 스피박 교수의 태도였다. 최근 아프리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스피박 교수는 눈에 드러나는 것만을 중심으로 재현되고 있는 현실을 세계의 전부라고 믿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신정아씨가 ‘속죄’의 마음으로 썼다는 자전적 에세이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책에서 직접 거론된 당사자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책은 출간 즉시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고 있다. 이 현상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이제 신정아씨의 ‘고백’은 진실의 문제를 떠나서 엔터테인먼트 차원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이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걸까? 신정아씨의 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은 정치를 예능 프로그램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특징과 무관하지 않다. 경제를 중심에 놓고 정치를 귀찮은 것이라고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다. 정치를 아무리 억압해도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는 사라지지 않는 ..
이택광 |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박근혜 대세론을 둘러싼 말들이 무성하다. 새해 들어 실시한 여러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여전히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라는 우스개가 떠돌 정도로 그에 대한 지지율은 다른 대권 예비후보들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일각에서 여론조사에 끼인 거품을 지적하기도 한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아니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 이외에 뚜렷하게 부각되는 인물이 없어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쏠림현상일 뿐이라는 평가다. 또한 박 전 대표가 이미지 정치로 덕을 본 경우라서 현재의 지지율 이상을 획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외에도 과거 이회창 대세론에 빗대어서 박근혜 대세론도 종국에 가서 제 발등을 제가 찍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