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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이 출몰하는 고담시 말고 여기는 무담시. ‘뭐땀시’와는 덩어리가 비슷하나 쪼개보면 다른 말. ‘괜히, 이유없이’의 전라도 방언이 ‘무담시’다. 오월 그날 전씨의 졸개 군인들이 총으로 쏴서 죽인 광주 초·중·고등학교 학생이 모두 16개 학교, 18명이라고 한다. 저수지에서 멱감다가 총에 맞은 중학생도 있고, 가장 어린 꼬맹이는 초등학교 4학년. 고무신이 벗겨지자 몸을 돌렸다가 저격병의 총에 맞았다. 어린 것인 줄 알면서 무담시 재미 삼아서 죽인 것이다. 사람이 드세고 표독하고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고분고분 ‘순딩이’로 살면 무담시 피해를 입게 되어 있다. 골목에서도 그렇고,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 조그만 일에도 화를 버럭내고, 무담시 땍땍거리고, 시비 걸고, 얕잡아 보는 데엔 이유가 딱히 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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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물설고 박정한 타향살이. 선바람쐬고 돌아다니곤 있지만 마음은 고향 하늘과 고향 바다. 눈 감으면 절울소리 꿈에 쟁쟁해라. ‘절울’이란 바다가 우는 소리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래. 바닷물에 뛰어들어 참방참방 헤엄칠 때 들리던 소리. 제주도에 가끔 찾아가면 친구의 어머니, 해녀 어멍을 뵙고는 했어. 알근달근한 김치를 무친 뒤 손으로 쭉 찢어 입에 물려주시곤 했지. “어멍은 정말 부자세요. 보세요. 입안에 금은방을 차리셨네요. 금이빨 은이빨~” 하하호호…. 어멍은 병 얻어 돌아가시고, 친구도 서울에 눌러살게 되면서 섬길이 뚝 끊겼다. 어멍이 일러주시던 숨비소리와 절울소리, 바당(바다)에 파도 일듯 끝도 한도 없던 얘기들, 입속을 가시고기처럼 쏘는 맛난 자리물회, 갈점뱅이 입으신 아재들의 행차, 숨비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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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랑말 로시난테의 네 발을 꽁꽁 묶어서라도 돈키호테가 출정하지 못하도록 뜯어말린 하인 산초. 그러다가 똥까지 지린다. 산초의 심정을 알겠어. 봄이다 싶으니 ‘아니 벌써’ 기습 고온. 봄의 바짓가랑이를 꽉 붙잡고 싶다. 좋은 일은 잠깐이고 궂긴 일은 잦고도 신속해. 그러니 좋은 일을 자주 기억하고 기념하자, 우리. 중세 주술사들의 주문 ‘아브라카다브라’. 소원대로 이루어지리라는 뜻. 중세 땐 열병이나 돌림병이 들었을 때 민간 치료사이기도 했던 주술사들이 이 주문을 외웠다고 해. 사실 이 말은 ‘아브렉 아드 하브라’란 히브리어에서 비롯된 말. ‘당신의 불꽃이 세상을 밝힐 것이다’라는 뜻이야. 걸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부른 노래도 있지. “이러다 미쳐 내가. 여리여리 착하던 그런 내가 너 때문에 돌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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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큰 코를 가져 놀림을 받기도 했던 러시아 소설가 고골은 단편소설 를 남겼다. 자다 깨어보니 코가 없어진 황당 사건. 관리이자 자칭 소령님 코발료프의 이야기. 누구는 예뻐지기 위해 코 성형수술을 한다. 코가 높아지면 눈도 덩달아 높아져 외롭게 될지도 몰라. 술을 탈탈 마시는 주정뱅이 아저씨는 코가 포도주만큼 빨개. 피에로도 빨간 코를 치켜들며 까불고 댕긴다. 코는 냄새를 맡으려고 달린 기관이지. 갖가지 냄새를 맡는데, 뭔가 사회적으로 구리고 썩은 냄새까지도 맡는다. 돈이 되는 부정한 일에 합세하는 걸 ‘냄새를 잘 맡는다’ ‘코를 들이민다’라고도 말한다. 어제는 비가 내렸는데, 비 냄새가 참 좋았어. 영어 단어에 페트리코(Petrichor)라는 게 있는데, 돌을 의미하는 ‘페트라’와 신들이 흘린 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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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행자가 배에서 졸고 있는 어부를 보고 말했다. “고기를 일찍 잡으셨나요?” “3일 동안 잡을 분량을 아침나절 다 잡고, 이제 쉬는 중이라오.” 여행자는 이처럼 물고기가 많은 바다라면 큰 선박을 구해 물고기를 잡으러 다니지 않을까 의아해서 물었다. 어부의 답은 그러나 명쾌했다. “일을 마친 뒤 뱃머리에서 한가롭게 조는 게 낙이라오. 물고기를 더 많이 잡아설랑 부자가 된다 해도 내가 바라는 행복이 바뀔 것 같지는 않소.” 심리학자 매건 헤이즈의 얘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러시아에선 보드카를 한 잔 들고 ‘프라스토르’를 하는 게 노동자들의 소원이래. 탁 트인 벌판, 지평선을 바라보며 즐기는 쉼을 ‘프라스토르’라고 한대. 스웨덴에선 ‘에코타’라 해서 새벽 숲에 들어가 첫 새소리를 듣는 즐거움, 새벽 소풍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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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쟁이는 점점 나아질 거라 말하고, 승용차 판매원은 차차 좋아질 거라 하고, 헬스클럽 사장은 살살 살이 빠질 거라 꼬드긴다. 요새 주식이다 비트코인이다 영끌 존버 난리통. 그러나 투자해서 두 배가 된 건 당신이랑 같이 사는 사람의 체중, 아니면 당신의 그 출렁거리는 아랫배를 보시라.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면 친구에게 상당한 돈을 뀌어주면 된다. 그날부터 곧바로 살이 주식 떨어지듯 수직으로 하강 곡선. 아무리 마른 사람도 나이가 들면 나잇살이 좀 붙긴 해. 나도 젊어서는 뼈밖에 없어 ‘빼빼시’ 소리를 들었지. 깡마른 체구에 눈알만 부리부리. 밖에 나다니면 바람에 날아갈까봐 집에 틀어박혀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다. 진득하니 오래 정진했더니 개인전을 수차례. 직업소개소에 가지 않았는데도 화가란 직업 하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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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대로 되어라’ ‘어떻게든 일이 되긴 한다’는 뜻의 ‘케 세라 세라’는 노래로 널리 알려진 스페인 말. 노랫말을 옮기면 이런 뜻. “내가 어렸을 때 엄마에게 물었죠. 나도 예뻐질까요? 언젠가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나요? 엄마는 대답해주었죠. ‘케 세라 세라’ 어떻게든 되겠지. 누가 내일을 장담할 수 있겠니. 그래도 케 세라 세라. 내 연인도 똑같은 대답을 하더군요. 그리고 지금 나도 내 아이에게 똑같이 답해주고 있어요. ‘케 세라 세라’.” 영화 라이온 킹으로 유행한 말 ‘하쿠나 마타타’도 ‘문제없어. 잘될 거니까 지금을 즐겨!’라는 뜻. 복잡하고 어지러운 인도에서는 ‘노 프라블럼’을 입에 달고 낙천성으로 살아가야 한다. 일본 스님인 나토리 호겐의 수필집에서 봤는데, 오키나와 섬사람들은 사투리로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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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강아지라 않고 갱아지라 한다. 갱아지는 ‘갱단’을 탈퇴 후 ‘갱생’을 목표로 살아야 한다. 안 물고 안 까불고 사람이랑 개들과도 잘 지내야 해. 박쥐는 뽁주, 염소는 맴생이. 할머니는 수염 달린 영감 대신에 수염 달린 맴생이를 끌고 다닌다. 고양이는 개대기라 하는데, 고양이가 개에게 대든다 해서 붙여진 말. 개는 대단한 게 냄새 맡기 실력이 인간의 40배. 쫑긋 귀는 초음파가 들릴 정도의 4만㎐. 사람은 1만5000㎐ 정도니 거의 세 배다. 눈은 열 배나 뛰어나서 밤에도 바늘귀가 훤히 보인다. 옛사람들은 개를 길들여 사냥에 나섰다. ‘갱상도’ 말로 베껴 쓴 ‘애린왕자(어린왕자)’를 보았는데, 배를 쥐는 사투리 번역본. 전라도에선 여우를 ‘여시’라 하는데, 경상도에선 여우를 ‘미구’라 하는가봐.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