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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심리학에선 ‘3가지 B이론’이란 게 있다더라. 미인 Beauty, 어린이 Baby, 그리고 동물 beast. 성탄절은 그러고 보면 이 ‘3B’가 맞아떨어진다. 추운 겨울엔 엄마와 아기, 그리고 눈밭에 뛰노는 강아지와 뜨신 아궁이를 찾는 고양이, 아~ 설국의 순록도 아슴아슴 생각나. 아기 예수의 곁에 있었다는 양떼와 목동들, 사막 나라의 추운 밤에 시린 손을 비비며 처음 캐럴을 불렀겠지.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 캐럴이 울리고 있다. 종로5가 교회협에서 종종 만났던 구세군 사관 친구들이 있는데, 추운 거리에서 자선냄비를 지키는 중이실 듯. 구세군은 전통의 자체 군복을 입고, 목사라 하지 않고 사관이라 부른다. 신학교도 사관학교라 한다. 만약 내 아버지가 장로교 목사가 아니라 구세군 사관이었다면 나도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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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면에 말을 붙이는 대다수가 무턱대고 ‘사장님’이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유독 자영업자들이 많다보니 중장년층에게 사장님이라고 불러도 뭐 대충 맞히게 된다. 또 사장님 우대 존칭은 물신의 염증이 촘촘하게 퍼진 사정이겠다. 건물 임대 장사를 하고 구멍가게 몇 개 꾸리면서들 ‘회장님 가마’에도 올라탄다. 회장님도 흔하디흔해. 동네 부녀회장도 회장님이라고 불러줘야 좋아하지 무슨 떡(댁), 누구 할매라고 불렀다간 눈 흘김을 당하게 되어 있다. 안동네에 신축주택을 사서 들어온 분이 계시는데, 흙 범벅인 차를 닦고 있는 날 붙들고서 신원조회 시작. “사장님은 무슨 사업을 하시는가요?” 묻길래 좀 성가셔서 “자유로운 영혼, 줄여서 자영, 자영업자입니다”라고 대답해주었다. “아하~ 프리랜서요.” 와따메, 그러한가. 사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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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를 건배할 때나 ‘주여 삼창’을 있는 힘껏 하지만 교회에서 해본 적은 없다. 목사가 등장할 때 보통 손을 들어 할렐루야를 외치는데, ‘할렐루야 축구단’도 해단한 마당에 아무 때나 할렐루야를 외칠 일도 아님이렷다. 어려운 성경을 풀어 설교를 할라치면 노동으로 피곤한 신자들 졸릴까봐 재미난 옛이야기도 한 토막씩 곁들였다. 설교를 짧게 하면 헌금 아깝다고 더하라는 분도 계셨다. 그래도 설교와 기도는 짧게 해야 박수받는다. 언젠가 고모가 원장인 기도원에 한번 가봤다. 고모는 피아노로 찬송가를 연주하다 갑자기 방언 기도를 시작했다. 피아노 의자에 앉은 채로 박수를 치더니 냅다 기세를 몰아 건반을 쾅쾅쾅 두들기는 통에 시끄러워 도망쳤다. 이쪽 업계 말로 ‘영이 달라’ 나는 더 이상 기도원 같은 곳엔 얼씬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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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믿어 온 사랑, 내 마음에 믿어 온 사랑. 지금은 모두 어리석음에 이제 너를 떠나간다네. 밤하늘에 찾아오는 별들의 사랑 이야기 들려줄 거야. 세월이 흘러서 가면 내 사랑 찾아오겠지. 모두 다 잊고 떠나가야지.” 신중현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당 풀을 뽑고는 했는데, ‘내 사랑 찾아오겠지’만은 풀은 다시 오지 마라 정말 빌면서. 여름은 풀이 불을 지른다. 마당 풀이 숲처럼 우거지고 밭은 씨앗감자라도 심으면 도대체가 잎도 안 보여. 풀더미 속을 헤치면서 살고지고. 늦가을이면 숲이 차분해지고 고요하여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숲은 나뭇잎을 떨구고 골짜기 안개는 무겁게 내려앉는다. 강은 반짝임 없이 흐르고 숲은 더 이상 우거지지 않아라.” 헤세도 ‘1914년 십일월’이라는 시에서 나처럼 안도하였구나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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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에게 애를 잠시라도 맡기면 말투가 아주 희한해진다. 가령 “너는 왜 그렇게 사고만 치니?” 하면 “크믄 안글겄재. 거랭이가 돼도 몸만 튼튼하믄 괜춤해.” 애가 노인 투로 대답해버린다. 화개장터 너머로 가면 “함무이 뭐하시노?” 엄마가 묻자 꼬맹이 대답, “디비 잔다”. 엄마가 애 말투에 화들짝 놀라가지고 “함무이 전화 바꽈도~” 하자 “깨움 지랄할낀데”. 기절초풍하게 만든다. 그래도 할머니 품에서 ‘정 굶주림’ 없이 자라겠기에 따숩고 다행한 일. 갈바람 불면 할아버지는 대를 쪄서 대살을 깎고, 할머니는 풀죽을 쑤어 연을 만든다. “에헤야 디야 바람 분다. 연을 날려보자. 에헤야 디야 잘도 난다. 저 하늘 높이 난다. 무지개 옷을 입고 저 하늘에 꼬리를 흔들며 모두 다 어울려서 친구 된다. 두둥실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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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서명지에 사인을 해달라는데 직업란이 보였다. 직업이 여러 가지인 나로서는 장난삼아 ‘점쟁이’라고 쓰고 싶었으나 서명인을 확인도 한다길래 허억 웃다 말았다. 난 이 나이에도 장난꾸러기여서 큰일이야. 가을밤별로 별점을 친다면 ‘쓰잘데기없는 소리’ 욕을 얻어먹을 일. 별을 좇던 동방박사도 멸시천대 멱살잡이를 당했을까. 별들이 점선을 긋고 서로를 당기며 밤하늘을 촘촘히 지킨다. 한 해 모두들 잘 견뎠어. 다음엔 좋은 일이 꼭 있을 거야. 별점이 좋다. 올 들어 가장 추워라. 강아지도 추운지 낑낑댄다. 모포를 챙겨들고 나갔는데 별자리가 예뻤다. 문득 이 하늘 아래 혼자라는 생각. 점쟁이 용어로 독수공방살 제대로 맞았군. 헤르만 헤세는 ‘운명이 한 사람을 자아에게로 걸어가도록 길을 낸 게 고독이다’라고 정의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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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에선 호칭이 남다르다. 형은 히야, 누나는 누야, 형수는 새아저매, 시동생 도련님은 되램요 하고 부른다. 경상도에서 부모님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마이 무라’다. 많이 먹고 방귀를 뀌면 “이 방구재이. 누가 똥 낏노?” 욕먹는다. 사랑과 전쟁, 부부싸움 레퍼토리 “우예가 어찌 사노. 때리 치아뿔라!” 오가는 말이 험하다가 “가스나 자꾸 짤래?(울래?)” 하면서 품에 안고 “뜨끈하게 데파주께” 국그릇은 온기로 가득하다. 경상도 어디 고향을 둔 재벌가와 권력의 밀착은 오래고 진했다. 그도 우주의 시간엔 삼일천하. 인생은 누구나 제 수명을 산다. 애도의 농도를 살피면서 낼 세금도 ‘동글배이’ 많이 그려 내야 맞다. 조선 하늘을 지키는 무수한 별들. 말뚝잠을 자며 서러이 뜬 노동자의 별들을 뵈올 때 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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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아프가니스탄…. ‘스탄’이 말꼬리로 붙은 나라들이 있는데, 그건 이슬람말로 ‘아무개의 땅’이라는 뜻. 파키의 땅, 우즈베키의 땅이 되겠다. 당신의 땅임을 만방에 알리고 싶으면 ‘스탄’을 붙이면 된다. 추위가 밀려들 때엔 연탄을 떼어 광에 쟁였다. 연탄이 집에 들어와야지 안 그러면 동사자의 집이 된다. 추운 나라에 살기에도 ‘탄’이 있어야 했다. 석탄 때문에 ‘길이 보전하세’가 가능해왔다. 기후위기 시대, 이젠 다른 탄을 같이 찾아보도록 하자. 경상도 참새떼는 포수가 총을 들고 설치면 참새대장이 ‘퍼뜩 수그리라’ 하면 알아먹고, 다시 ‘아까맨치로’ 해도 알아먹는다지. 자연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들어야 목숨 부지라도 할 수 있다. 발이 간질간질해서 제주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