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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바닷가 읍내엔 길에서 보이는 주민들 절반이 농산업자이거나 수산업자. 농협 수협 축협, 국대 축협 말고 송아지 키우는 축협 말야. 네거리엔 협회들이 조르라니 자리하고 그랬지. 잘살면 배 아프고 못살면 가슴 아픈 첫사랑, 같이 살자 하면 머리 아프다는 첫사랑도 수산업자 따님. 어디선가 행복하게 잘 살 테지. 옛 시절 그립고 머리가 지끈거리면 가까운 바다를 찾아가. 꿈을 꾸면 고향 앞바다가 불쑥 보이지. 여행하면서 만났던 북극이나 남극의 차가운 바닷물 기억으로 무더위를 견뎌내. 그리고 물고기 요리는 ‘슷슷’ 군침을 돌게 만든다. 갈릴리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던 베드로. 그의 이름을 딴 베드로 물고기를 먹어본 일도 있는데, 우리나라 민물매운탕, 후루룩 쩝 시래기 맛에 견줄 바도 못 되더군. 이순신 장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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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가 사는 뒷산엔 조석간 목탁 소리가 낭랑해라. 법력이 높은 딱따구리 스님이 사시나봐. 언젠가 친구 스님 왈 자신은 국중이며 나는 목사이니 양중이라더만, 아무튼 이래저래 스님들이 흔한 이 산골짝. 내게도 암자가 하나 생겼다. 지난달 또닥또닥 소나무에 기대어 지은 트리하우스. 지붕은 없고 그저 높고 푸른 하늘. 마당 한구석 전망 좋은 곳에 앉아 멍때리고 싶었다. 가끔 햇볕 아래 요가도 하고 싶었고, 그래 나무판자 마루를 깐 원두막 같은 걸 만들고야 말았다. 이름을 지었는데, ‘아불암’이라 하였다. 내가 곧 부처임을 아는 일. 또 구약성서의 아브라함을 아불암으로…. 수메르의 작은 도시 갈대아 우르 출신. 고향 친척과 아버지 집을 떠나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먼 순례 여행을 떠났다지. 아브라함은 유대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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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한 이야기는 잘 모르실 거야. 하루는 토끼 대신 사자가 등장, 사자가 거북이를 보더니 혀부터 찼다. “야. 너는 무슨 가방을 다 짊어지고 달리기를 하겠다는 거냐? 가죽 백팩을 메고 달리기하는 놈도 처음 보네.” 그러자 거북이가 가소롭다는 듯 한마디. “짜샤. 머리나 단정하게 묶고 다녀. 앞머리를 좀 자르든가 해라. 한여름에 덥고 답답하지 않냐?” 나도 거북이의 백팩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긴 하네. 여행을 많이 다녀본 축인데, 가방이 갈수록 간소해지더라. 제주도 정도 간다면 노트북에 속옷이나 한 벌. 더 멀리 일본이나 중국 정도 간다면 트렁크 하나는 들고 가야겠지만, 추천받은 사케나 백주 한 병이면 여행의 끝이 보람차고 행복해. 물건을 모으지 않고 살아야 자유롭다는 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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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에서 일주일 살기에 도전. 남쪽 나라에서 나고 자란 나로선 안동은 굽이굽이 산골. 게다가 말투와 입맛도 다른 경상도 땅. 신학교 교수 출신의 목사 동무가 같이 공부 겸해 놀러 가자고 해서 왔는데, 이 맛난 안동소주를 소 닭 보듯 하는 깜깜이들과 어우렁더우렁. 다만 흥미로운 몇 가지 재미가 있는데, 아름답게 살다간 분들의 향기가 곳곳에 배어 있어 마음이 따스워지는 경험. 한때 굴렁쇠라는 어린이신문에 연재를 같이하면서 가까워진 이오덕 샘은 청송 출신이지만 안동에 자주 출몰하셨지. 내 잡글을 모은 수필집에다가 격려의 뒷글을 써주셨던 권정생 샘도 이곳 안동 일직면에 사셨는데, 은혜를 입고도 생전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내려가는 길에 고인의 생가라도 들려 캔에 든 식혜라도 따드리고 올 생각이다. 하루는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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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농번기 방학이란 게 있었어. 농사랄 것도 없는 부모님의 교회당 한구석 텃밭에 비해 동무들은 수십마지기 농사를 돕는 어린이 노동자들이었지. 게다가 소 꼴도 베러 다니고 염소도 줄줄이 끌고 다니면서 배를 불려야 했어. 쫄쫄 어린 주인을 따라다니던 황구 백구 개들은 떠돌이개를 만나 연애를 하고 아랫배가 불렀다. 경지 정리가 아직 덜 된 시골 논밭은 마치 보사노바 음률처럼 예측할 수 없는 곡선으로 논두렁 밭두렁이 흘렀지. 아마존도 아닌데 아나콘다처럼 굵고 긴 구렁이나 꽃뱀들, 비뚤배뚤 보사노바 스타일로 도망치는 걸 보기도 했다. 보사노바는 잘 몰라도 수육에 쌈을 해서 먹는, ‘보쌈논밭’의 저녁 밥상. 가끔 동무집에 갔다가 그런 식탁에 마주 앉아 저녁기도를 바치기도 했었다. 한번은 브라질에 갔었어. 우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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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을 보면 이런 대사가 쫄깃하게 감긴다. “당신은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곁에 없었어요….” 요새 활짝 핀 마당의 수국이 나에게 하는 말 같다. 며칠 대처에서 놀다가 왔는데, 꽃들이 삐진 얼굴. 달래주려고 샘물을 뿌려주었다. “많이 먹을 필요 없어. 한 마리 생선을 뼈째 먹어봐. 그럼 진짜 맛을 알게 될걸. 많이 읽을 필요 없어. 한 권 책을 너덜너덜해지도록 읽어봐. 진짜 재미가 느껴질걸. 많이 사랑할 필요 없어. 단 한 사람을 지독히 사랑해봐. 그럼 진짜 사랑을 알게 될걸.” 여행자 시인 다카하시 아유무의 시구를 기억해. 멀리 있지 않아. 가까운 이와 가까운 곳에 당신이 찾는 게 다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바보처럼 멀리서 찾지. 작은 케이크 한 조각이 주는 위로에 대해 얘기해볼게. 커피와 크림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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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걸 잃어버린 뒤엔 맘이 오래 쓰이고 허탈함에 쓰라린 밤을 보내지. 보통 여름 소나기가 오는 철엔 우산을 가끔 잃어버리곤 해. 우산이야 뭐 요샌 흔한 물건, 잃으나 마나. 름 름 름자로 끝나는 말은? 여드름 고드름 여름. “여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사랑의 계절”, 노래야 즐겁다만 여름은 역시 우산의 계절. 우산 하나에 두 사람이 포개지면 사랑의 계절. 그러다가 우산을 버스에 놓고 내리듯 사랑을 놓고 내리는 경우도 있지. 깜박하면 잃게 되는 사랑. 강아지들 편히 놀라고 울타리를 보수하고, 내친김에 솔숲 가지치기까지 해주었어. 아름드리 소나무가 열 그루, 사다리를 놓고 죽을 동 살 동. 한번 일을 시작하면 겁없이 하는 통에 사달이 생긴다. 안경을 쓰고 일을 보았는데 어디에다 두었는지 알 길이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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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날아온 현경 샘은 유니온 신학교의 종신 교수. 종신은 윤종신 아니고 그냥 늙어 쓰러질 때까지 종신. 엊그젠 샘과 친구가 내 산골 집에 놀러와 깔깔 웃으며 이야기꽃. 다음은 샘이 일러준 여신의 십계명이야. 1. 여신은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 2. 여신은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일을 한다. 3. 여신은 기, 끼, 깡이 넘친다. 4. 여신은 한과 살을 푼다. 5. 여신은 금기를 깬다. 6. 여신은 신나게 논다. 7. 여신은 제멋대로 산다. 8. 여신은 과감하게 살려내고, 정의롭게 살림한다. 9. 여신은 기도하고 명상한다. 10. 여신은 지구, 그리고 우주와 연애한다. 특별히 ‘기도하고 명상한다’는 계명이 좋아라. 인생을 잘 살고 싶거든, 혁명을 하려거든 기도하고 명상해야지. 그리하지 않으면 맑은 눈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