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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맥주를 좋아하는데, 수도승들은 맥주 창고를 처갓집이라 불렀단다. 수도사와 수녀에게 배필이 있을 리 없고, 그만큼 맥주 창고에 가면 ‘성모, 주모, 시모, 장모’ 사랑을 입는다는 뜻이겠지. 그러고 보니 한때 ‘처갓집 양념통닭’이란 상호도 먹자골목마다 성황을 이루곤 했었어. 지질하고 못난 사내를 가리킬 때 ‘처가살이하는 사위’를 꼽았는데, 요샌 그도 재복이요 타고난 여복, 부인복이겠다. 여기에 스리 쿠션으로다가 장모복까지. 장모님의 지극한 사위 사랑으로 사는 자들을 보면 하냥 부러워. 마누라랑 싸우다 그만 장모와도 사이가 틀어지면 쬐끔 꼬시다. 마을의 집들은 죄다 누군가의 시댁이자 동시에 처갓집. 며느리는 달달 볶고, 딸은 애지중지하지만 시집을 보내고 나면 딸도 며느리 신세. 피장파장인 이 시집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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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모르고 들어도 가슴에 훅 와닿는 느낌. 동창 중에 영어 수업마다 잠만 핑핑 자던 녀석이 있었는데 팝송은 좔좌르르 외워 불렀어. 알고 보니 음반 테이프를 반복해서 틀고 받아 적은 것. “아저씨~콜 투쎄 알라뷰.” 스티비 원더의 노래에 아저씨가 나오는 지경. 그래도 뭐 우리는 그게 사랑 노래인지, 빨리 전화해달란 소리인지 느낌으로 알아차렸지. 언젠가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편지를 봤어. 가장 사랑하는 노래가 무어냐 물으면 슈베르트의 ‘봄에’라고 답하겠대. “고요히 언덕비탈에 앉았다네. 청명한 하늘을 봐. 푸른 골짜기로 산들바람이 불어와. 태어나서 처음 봄볕을 만끽했던 곳이라네. 내가 얼마나 행복했던지….” 손열음씨는 이 곡을 설명하면서 “슈베르트의 가곡들이라면 가사를 모르고 듣는 것도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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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에서 흑인 해방신학자 제임스 콘의 책을 처음 접하곤 가슴이 쿵쾅 뛰었던 기억. 불교에도 구원이 있다 설파한 변선환 학장과 함께 거리로 내쫓긴 김준우 샘. 오래전 먼 걸음 하여 아우를 찾아오신 날. 밤새껏 시와 노래를 나누던 날을 잊지 못한다. 그때는 탐진강 줄기에 살았는데 시방은 영산강 줄기에 누옥을 틀었다. 어느메 강가에 누가 사나 생각하면 물냄새마저 그립게 느껴져. 작년에 콘 선생의 자서전 을 ‘성님’이 차린 출판사에서 펴냈는데, 내용엔 흑인음악 이야기가 쏠쏠해. 뒷골목에서 총에 맞거나 뒷골목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둘 중 하나라는 흑인들의 역사. 이뿐만인가. 한국인 박씨가 미국에 가서 백인 교통순경에 걸렸는데 이름이 뭐냐고 묻길래 크게 대답했대. 근데 다짜고짜 내리라더니 총을 겨누더래. 이름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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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권혜경은 전성기 때 병치레가 잦았다. 작사가 반야월 선생에게 왜 하필 나에겐 이런 슬픈 노래만 주어 병들게 했냐면서 농반진반 따졌다고 한다.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 단풍잎만 차곡차곡 떨어져 쌓여 있네. 세상에 버림받고 사랑마저 물리친 몸. 병들어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나 홀로 재생의 길 찾으며 외로이 살아가네… 산장에 풀벌레만 애처로이 밤새워 울고 있네. 행운의 별을 보고 속삭이던 지난날의 추억을 더듬어 적막한 이 한밤에 임 뵈올 그날을 생각하며 쓸쓸히 살아가네.” 옛 노래 ‘산장의 여인’을 듣노라면 뻐꾸기 소리가 마중 나와 어르신들 추억을 소환한다. 지리산이 있는 남원 산골짝, 200년 동안 억새를 얹고 또 얹었다는 억새집 산장. 마을 초입에서 짜장면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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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아가씨들이 친척집에 가면 보통 듣는 소리 ‘언제 결혼할 거냐. 애인은 있느냐’ 요샌 그런 말도 안 한대. ‘결혼 같은 거 하지 마라’ 헉, 엄청 세다. 멸치 아가씨와 오징어 총각이 수산시장에서 사내연애를 오래 하고, 멸치 아가씨 집엘 찾아갔어. 근데 멸치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침. 이유는 오징어가 뼈대 없는 집안이라서. 구석기 시대 유머지만 오징어가 짠해서 생각할수록 눈물이 난다. 무용을 공부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부잣집 장로님 딸. 그냥 교회 친구들 몇 어울려 놀러간 것뿐인데, ‘설마 너희들 중에 내 딸이랑 사귀는 녀석이 있는 건 아니겠지?’ 대놓고 쌀쌀, 야박하게 대해설랑 얼른 나와버린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니 나이키도 안 신고, 꾀죄죄한 자취생 꼬락서니들이었다. 그 친군 뼈대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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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들은 ‘융복합 보험’으로다가 다 믿는다. 예수님도 믿고 부처님도 믿고 몰라신이나 알라신도 믿고, 주먹도 믿고 아무튼 다 믿고 보는 것. 사실 안 믿는 것보다 믿는 편이 남는 장사인 게, 떡이라도 한 개 더 얻어먹을 수 있지. 유한하며 허술한 인생살이. 의지하고 안도하고자 뭘 섬기고 믿는 법인데, 복 받기를 바라는 기복신앙을 나무랄 수만은 없는 노릇. 촌락에 대나무 깃발을 펄럭이는 점집이 한두 군데는 꼭 있다. 점쟁이는 목사에게도 신년 운세를 봐주겠다며 너스레 인사를 날리기도 하고 말이지. 종교 또한 신토불이로 가야 무례를 덜게 된다. 내가 목사 안수를 받은 교파는 조상제사를 허용하고, 막걸리며 기호품도 자유롭게 하고 그랬다. 요새는 주눅이 들었나 눈치를 보고 그러더라만. 퇴마사나 점쟁이들이 마을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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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물고기를 덥석 물듯 바닷가에 회 먹으러 갔어. 발길이 이어져 벗이 목회하는 순천 연향동의 한 교회도 방문. 최근 조각가 최병수 선생이 기후위기 속에서 아기곰을 데리고 유랑하는 북극곰 작품을 교회당 한쪽에 설치했다. 중매를 섰던 사람으로 그도 구경차. 엄마곰 아기곰, 곰이 두 마리, 곰곰이. 뉴스에 바짝 마른 체중으로 간신히 걷고 있는 북극곰이 나올 때마다 가슴 한쪽이 찌릇해져. 우리 ‘곰곰이’ 생각해보자. 기후 위기 앞에서 기도하고 작은 실천으로 회심하는 동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 요샌 북극곰이 살기 좋은, 북극곰 날씨. 난롯가에 불을 지피고 앉아 앤 색스턴(Anne Sexton)의 시집을 읽는 중. “네가 답이다.” 시인은 둘러앉은 식탁에서 소리친다. 마치 ‘신의 권능을 행사하듯’ 네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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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종종 놀게 돼. 간지럼을 태우고 노는 게 가장 재밌다. 애 엄마들이 쪼아보며 말리지만 재밌는걸 뭐. ‘웅크리다’라는 말을 여기선 ‘쪼글시다’라 하는데, 몸을 접으면 뒤에서 또 간지럼. 웃다가 결국 아이가 흘겨본다. “눈곰치냐?” 이쪽 동네 말로 번역기를 돌리자면. 아이 눈에서 레이저가 뿜어져 나와. 간지럼 놀이는 울기 직전에 그칠 줄 알아야 또 놀 수 있다. 눈이 두두룩하게 쌓인 마당에서 강아지들과도 놀았는데, 개들도 간지럼을 타는가 발버둥. 한·일관계가 좋으면 애들하고 많이 놀아주고,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거리를 두는 사이. 시바견 두 마리와 웃다 울다 하면서 겨울을 나는 중. 냉동고 산촌, 마을 상수도가 고장이 나서 일주일 넘게 물이 안 나와. 서울로 대피했다가 돌아와서도 똑같아. 자포자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