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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공부하는 한 친구가 “비야 날 좀 바라봐~” 엉뚱한 노랫말. 비가 아니라 ‘희야’라고 정정해 주었다. 록그룹 ‘부활’ 1집에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둘이 비에 젖는 날이면 헷갈리기도 하겠어. 장맛비 속에서 어딜 싸돌아 다니질 못하니 친구들과 수다가 는다. 희야는 어디 사시옹? 영희, 순희, 경희, 은희, 숙희, 선희…. 예전에는 앞에 이름자 빼고 ‘희야!’ 하고 부르기도 했지. 엄청 느끼하지만 연인들은 크림 파스타 같은 건 원샷 후루룩 쩝쩝. 북미 인디언들은 바다가 처음 생긴 사연을 어부 때문이라고 생각했단다. 가물어서 강에 물고기들이 다 말라 죽자 어촌에 기근과 역병이 생겼어. 배고픔에 가족을 잃은 어부들이 짜디짠 소금눈물을 흘렸대. 그러자 갑자기 하늘이 짠물을 펑펑 붓더래. 그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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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 발달장애인이었던 형과 나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는데, 그림물감 색깔로 치자면 검은색. 형은 애초 말을 못했고, 나는 말을 잃은 아이였다. 우리는 주로 그림을 그리면서 놀았는데, 땅바닥에다 나뭇가지로 죽죽 좍좍. 예수도 땅에다 그림을 그렸다고 성경에 나와 있더군. 그 친구도 째지게 가난했나봐. 그림은 깨끗한 도화지에 그린다는 걸 알았지만 식구는 많고 공책도 아껴 썼다. 형이 교과서며 공책마다 낙서를 해버리는 통에 학교에서 나는 매를 맞기도 했어. 형에 관한 사정을 입도 벙긋하고 싶지 않았다. 형이 시설로 떠나면서 눈앞에 사라지자 기뻐 환호성.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자 맘이 불편하고 괴로웠다. 지금껏 슬프고 아프다. 전장연의 이동권 투쟁에 마음을 보태고, 장애인 친구들을 만나면 죽은 형이 살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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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일로 보기로 했다가 역병 땜시 미뤄진 이혜미 시인과의 만남. 해가 지나고 그이가 쓴 먹방 에세이를 떠들어보니 당근이 고개를 내밀며 인사를 청하네. 마침 나도 닭볶음탕을 해 먹을까 하고 당근을 한 개 샀는데, 정작 닭살이 좍 오른 닭의 살갗에 비위가 상해설랑 당근만 달랑 집어들고 왔어. 생으로, 아니 쌩으로 씹어먹어 볼까. 가끔 엄마가 카레 요리를 하다가 남은 당근 토막을 입에 넣어주신 기억. “당근을 손질할 때 끼쳐오는 향을 좋아한다… 덜 마른 흙의 냄새” 식탁 위의 고백처럼, 나도 당근 냄새가 좋아서 큼큼. 요리에는 주재료와 부재료가 있는데, 당근 같은 부재료는 요리의 향과 색을 돕는다. 잡채를 먹을 때도 붉은 당근이 잘게 썰어져 있으면 군침이 확 돌곤 해. 토끼나 말이 당근을 좋아하는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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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노래는 제목부터 재미나.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 ‘수덕사의 여승’ ‘카츄사의 노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곡 ‘곡예사의 첫사랑’. 1978년 MBC 서울국제가요제 대상은 윤복희의 ‘여러분’, 듀엣 ‘산이슬’의 24세 가수 박경애가 부른 ‘곡예사의 첫사랑’은 금상. 박경애는 인천여상 친구 주정이씨와 듀엣으로 활동하다 솔로로 데뷔, ‘곡예사’를 불러 큰 인기를 탔고 50세에 그만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엊그제 이 노래를 학생들과 같이 나눔. 대학에서 음악 강의를 새로 시작했는데, 뜬금없는 일은 아니고 오랜 날 월드뮤직 일을 봐왔던 몸. 우리 대중음악도 월드뮤직의 한 갈래. 아버지의 서재에 있던 몇십 장 독일 가곡 LP가 나를 이렇게 이끌었다. 1922년생인 아버지 때문에 나는 웬만해선 다 형님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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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기 없이 짐짐한 수육. 냄새만으로도 불콰해지는 홍어, 푹 짠 내가 스민 묵은지로 저녁을 걸게 얻어먹었어. 음식솜씨로 소문난 분이 마련한 전시 뒤풀이였다. 오래전 광주학살을 묵인한 미국에 분개한 미대생들이 성조기가 찢긴 장면의 걸개그림을 그렸는데, 미국도 아닌 한국의 국가보안법으로 모진 고문과 옥살이. 그림 때문에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것은 국내 처음이었는데, 그 한 사람이 바로 이상호 화백. 이후 고문후유증으로 정신병원에서 무려 5년 세월을 지냈다. 최근 고인이 되신 변호사 한승헌 샘이 이 청년 화가들을 구명하고 변호하는 데 굵은 도움을 주셨다. 병원에 지내면서 살살 마음을 다스리며 그렸던 스케치들과 신작들로 지난 한 달 내가 관장일을 보는 메이홀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삼합 뒤풀이도 행복했지만, 첫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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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려도 세게 내렸을 텐데 올핸 가물다. 선인장이 물을 주지 않아도 오래 잘 사는 것 같아 보일 뿐 속은 안 그렇단다. 선인장도 비가 내리길 누구보다 바라고, 가시 끝에 물방울이 맺히길 소원하는 식물이야. 그런데 뒤터 산밭을 일구는 한 할매는 삭신 쑤시는 게 덜해서 올해 날씨가 매우 좋단다. 비가 올라치면 온몸이 부서질 것 같다던가. 예수님과 부처님의 다른 점을 꼭 꼽으라면 ‘헤어 스타일’ 정도일 텐데, 이 할매는 불교를 믿다가 그도 절집이 멀어 포기. 대신 머리는 보글보글 파마로 볶아설랑 부처님의 두상을 카피 복사하여 사신다. 직업이 목사라 교회를 차리면 이웃지간이니만큼 교회 명절 때 오라는 소리에 거절할 수도 없고 당혹스러울 일. 동네에 ‘교회 같은 거’ 안 차려줘서 고맙다는 소릴 언젠가 하시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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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이 소란스럽길래 물을 뿌렸다. 잠잠할까 싶었으나 웬걸 물 머금고 배나 더 웅성거림. 요샌 장미의 계절이야. 밥상처럼 수북하게 차려진 장미 넝쿨. 큼직한 장미꽃은 보리와 쌀이 반반 섞인 고봉밥을 닮았다. 저마다 한 공기씩 꿰차고서 옛 시절 토방에 앉아 밥을 먹을 때 장미꽃 냄새가 밥 냄새에 섞여 밥을 먹는지 꽃을 먹는지 모를 때가 있었지. 아버지는 목사관에 꽃밭을 배나 넓히고 계절마다 꽃을 보며 즐기셨다. 덕분에 식구들은 꽃구경을 원 없이 했고, 본받아 나도 꽃밭 가꾸기를 좋아하면서 이때껏 살고 있다. 부모가 무얼 좋아하는지에 따라 자녀 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면 맹자 어머니 말씀이 하나 틀린 말 아니야. 부모님은 동산에다 염소와 토끼, 닭도 길렀다. 닭은 알을 낳아주었는데, 답례로 퇴비 거름더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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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징어 철이다. 인생 갑질 하는 재미야 모른다만 갑오징어 나올 때면 살짝 데쳐 초장이나 참기름장에 찍어 먹는 순간 일약 미식가 갑으로 등극. 오독오독 씹힐 때 어금니에 닿는 고소한 풍미는 둘이 먹다가 귀신이 죽어도 몰라. 갑오징어를 먹는 순간 내 팔자도 을에서 갑이 되어보누나. 여기에다 갑오징어는 까무잡잡 먹물이 찐득하고 꾸덕해. 이 먹물에다 소면을 삶아 비벼 먹어도 좋고, 오징어살을 찍어 먹어도 맛나. 어딜 가나 먹물들의 싹쓸이 판이렷다. 배운 놈들이 외려 수를 짜고 세를 보태 배나 지독하게 결속한다. 정말 악착같이 덤비고 물어 뜯으니 이생에서 잘들 먹고 산다. 그러니까 죄다 먹물이 돼보려고 발악 피똥을 싸는 거지. 부정한 방법으로라도 학벌을 만들고, 학위를 자랑하고, 학연으로들 결탁한다. 갑오징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