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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권 날씨. 파드득나물을 먹은 것처럼 개가 추워하길래 장롱에서 헌 옷을 골랐다. 애갱이들에게 주었더니 물어뜯으며 논다. 이래저래 그러모은 옷들이 제법 많더라. 패딩이나 목도리는 생일선물로 이맘때 받은 게 십년을 애정하며 걸친다. 개들이 노리지만 주지 않았지. 동절기엔 송아지에게 옷을 해 입히는데, 고걸 장난삼아 빼앗아 입어본 적도 있다. 내겐 다운증후군 형이 있었는데, 사람보다 동네 송아지들을 더 좋아했어. 형 덕분에 송아지랑도 친하게 지냈었지. 방한복을 뺏었다가 어미 소에게 들키면 뿔에 받혀 대포처럼 날아가는 수가 있다. 예전엔 엄마들이 바느질을 기가 막히게 잘했어. 우리 어머니도 천을 떠와서 바느질로 옷을 만들어 입혀주시곤 했지. 또 뜨개질로 장갑이나 모자를 떠주셨는데, 가죽장갑을 낀 녀석이라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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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촌에서 ‘국민학교’를 다녔었다. 교과서마다 박정희 장군의 훈시와 그들 집안의 단란한 사진이 등장했지. 사실 학교보다 딸린 도서관이 탐났으나 자물쇠로 잠그고 열어주지 않았어. 도서관에선 곰팡이 냄새가 풀풀. 중학교는 이른바 ‘짐발이 자전거’를 타고 통학했다. 발이 페달에 닿지를 않았어. 십대 꼬맹이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탄 격. 공부나 교과서보다 명작도서를 좋아했어. 곱씹느라 꿀 먹은 벙어리로 지냈다. 내가 말을 하는 걸 기억하는 동무들이 거의 없다. 대학은 졸업 학년도에 제적을 당하고 쫓겨났다. 이념 서클에 열중했지만 인생살이에 하등 도움이 되진 못했지. 어찌저찌 신학교에서 좋은 어른들 뵙고 목사가 되었는데, 가방끈이 짧다 보니 변방 거사. 남의 글을 몰래 베낀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따진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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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주민 아이누족은 늪이나 연못에 자라는 ‘부들’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는대. 부들이 껍질을 벗자 알몸 여신으로 변신. 여신이 낳은 아들은 이자나기. 별이 길 안내를 하고 목동들이 이자나기에게 경배했지. 훗날 이자나기는 동생이자 부인 이자나미와 함께했는데, 불의 신을 낳다가 죽고, 이자나기는 다시 홀로 되었지. 가을에 꺾은 부들로 꽃다발을 만들어 놓은 강원도 어느 식당에서 김장김치에 밥을 먹었다. 식당을 지키는 여신 아지매는 어서 늙어 ‘할매 식당’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싶다덩만. 이쪽 동네는 ‘할매’를 붙여야 장사가 더 잘된다나 어쩐다나. 해마다 문막에 찾아간다. 물을 막았다 하여 물막이 훗날 문막이 되었단 전설. 강원도 김치는 젓갈 없이 담백하고 시원하더라. 얼음이 사르라니 언 동치미도 맛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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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가는 양꼬치구이집 중국인 여사장은 나보다 사투리를 구수하게 잘 써. 중국에서 화장실을 ‘워따 덩싸’라고 한다면 남녘에선 세게 발음하여 ‘뒤깐’이라고 갈쳐줬지. 그러자 “뭘 깐다고 깐이락 한다요잉?”. 당연히 뒤를 까고 일을 봐야지. 찬 바람에 바깥 화장실을 이용하면 아달달, 위아래 치아가 떨려. 대도시에 나가 화장실을 찾으면 영어로 ‘더블유씨’가 큼지막해. 김씨 이씨도 아니고 더블유씨는 한국에 토종 성씨처럼 잘 자리 잡았어. 그림 그리는 형이랑 만나 밤새껏 진한 전라도 사투리로 얘길 나누다가 ‘말래’라는 숨은 말을 오랜만에 들었다. 방이랑 연결된 마루를 가리켜 말래라고 하는데, 햇살이 든 겨울 툇마루 말래에 앉아 새처럼 조잘거리던 어린 날이 문득 그리워졌다. 그 말래엔 겨울 추위를 피해 방에서 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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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산사람.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산을 탄다’ 하여 산타, 원조 산타. “산에 산에 산에는, 산에 사는 메아리. 언제나 찾아가서 외쳐 부르면, 반가이 대답하는 산에 사는 메아리.” 붉은 낙엽이 물들 때 산타 할아범처럼 옷을 차려입은 산. 아직 매운 추위와 눈보라가 없어 바삭바삭 낙엽이 밟혀. 옛날 땔감 나무를 하러 산에 올라다닌 기억도 있다. 그러다가 연탄을 때기 시작했는데, 연탄을 들인 광에다 새끼를 낳은 흰둥이가 ‘시커먼스’ 검댕이 차림. 강아지 한 마리는 검정 점박이. 그놈 이름을 ‘연탄’이라고 지었던 기억. 가끔 동네에 연탄가스로 누가 죽기도 하고 그랬다. 빈집에 남은 연탄은 푸석푸석 부서지고, 다음엔 지붕이 내려앉고, 사람 따라 집도 같이 최후를 맞았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은 촌 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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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천주교 수도자들이 더러 계신다. 수사, 수녀로 불리는 이들. 잘 모르시던데 개신교에도 수도원이 있긴 해. 정교회나 성공회는 개신교 울타리. 외국엔 장로교나 루터교에도 수도회가 있다. 한적한 시골에 수도원이 보통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도심에도 찾아보면 수도원이 보인다. 예전에 서울 가면 성북동의 한 수도원에 묵곤 했다. 알고 지내던 원장 신부가 로마 유학을 떠난 뒤론 인연이 흐지부지되었다. 가끔 피정 행사에 강의를 부탁하던 수도원도 있었는데, 선물로 벨기에 봉쇄수도원 맥주를 주길래 이후 그 맥주의 팬이 되었다. 아침엔 두 발, 밤에는 네 발로 사는 수사 친구도 있었는데, 요샌 건강 때문에 포도주를 끊었다. 나도 몸이 전과 같지 않아서 ‘여기까지만’ 하는 문자를 날리고 싶으나 흉내도 못 내겠다.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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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기 전에 태명 배냇이름을 짓곤 하지만, 낳고 나서 하는 짓을 보아 보통 이름을 지었다. 할아버지에게 부탁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 작명가가 짓고, 용한 점쟁이나 스님을 찾아가 짓기도 해. 요셉이나 요한으로 짓는 건 기독교에 푹 빠진 부모의 신앙 전성기. 아이가 순하면 순 자를 넣기도 하고, 안 순하고 까탈스러우면 순하게 살라면서 순 자를 넣어 이름을 짓기도 했다. 내 누님 중에 ‘은자, 안자, 경자’까지 있는데, 아버지가 다음으로 ‘순자’라 지을까 하다가 아들이 태어나는 바람에 순자 누나는 세상에 없게 되었다. 다만 쿠데타와 광주 시민 학살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뒤 대통령 자리에 오른 장군의 부인 이름이 땡땡. 누나를 미워하는 죄를 짓지 않도록 배려해주신 하늘에 감사했어. 부부는 일심동체라던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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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할 때는 머릴 기대면 “피곤하나봐. 기대서 푹 자~” 혀에 꿀을 발라 날름날름 하던 말. 나이 들어 아내가 머리를 기대면 “팔 저린다. 호박 치워라”. 징한 세월이 사랑을 지워버리고 애증으로들 웃어넘기며 산다. 리카라는 일본 친구가 쓴 (원제)에 보면 다시 사랑을 찾기 위해 시간 활용과 습관을 바꿔보라 권하더군. “날마다 일기를 쓰라. 한 번쯤 고급스러운 맛집에 가라. 꽃과 식물로 집을 꾸미라. 공원을 산책하라. 조명으로 분위기를 바꾸라. 건강한 몸을 위해 요가를 하라. 여성에게 좋은 말린 과일을 먹어라. 두꺼운 화장을 벗고 맑게 웃어라. 애완동물을 길러라. 상대의 장점에 주목하라. 작은 친절과 선물을 아낌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 것. 패션 감각을 길러라. 말이 있으면 얻어 타고, 사람이 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