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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근처에 예비군 훈련소가 있다. 삐딱하게 군모를 눌러쓴 예비군들이 가끔 보이곤 해. 한동안 코로나19로 예비군 훈련이 없나 조용하던데, 앞으론 소집 훈련을 재개한다니 내 눈에도 띄겠군 그래. 예비군 훈련장 근처를 지나가면 확성기에 군가가 왱왱.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직장마다 피가 끓어 드높은 사기. 총을 들고 건설하며 보람에 산다. 우리는 대한의 향토 예비군. 나오라! 붉은 무리 침략자들아. 예비군 가는 길에 승리뿐이다….” 붉은 무리는 누구를 가리키는진 잘 모르겠고. 작곡가 이화목은 가수 정미조가 노래해 히트시킨 ‘개여울’을 작곡한 분. ‘비둘기 집’ ‘안개 속에 가버린 사랑’ 등 수많은 명곡을 남겼는데 군가도 여러 편. 예비군들의 행진은 요쪽 말로 느려터진 싸목싸목(느린) 행진.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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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가수 남일연이 감칠나게 부른 노래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거리에 핀 꽃이라 푸대접 마오. 마음은 푸른 하늘 흰구름 같소. 짓궂은 비바람에 고달파 운다. 사랑에 속았다오~ 돈에 울었소~” 장대비처럼 처절하게 불러 재낀다. 그러다가 팔십년대 지하 서클에서 불린 ‘돈타령’이 또 대를 이었지. “돈돈돈 돈에 돈돈 악마의 금전. 갑돌이하고 갑순이하고 서로 만나서 둘이둘이 사랑하다 못살겠거든 맑고 푸른 한강수에 풍덩 빠져서 나는 죽어 화초가 되고 너는 죽어 훨훨 날으는 벌나비 되어 내년 삼월 춘삼월에 꽃피고 새가 울 때 당신 품에 안기거든 난 줄 아시오.” 이런 노래를 배우던 지하조직이 간혹 있었다. 안기부와 공안 검찰이 만든 지하조직이나 서울지하철공사 같은 엄청난 규모의 지하조직은 관두고 냅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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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만 알고 먹는다는 고수나물. 식물시장에 연줄이 있는 후배에게 부탁해 구해다가 밭에 심었다. 쌉싸름한 맛의 방풍나물도 한판 구해서 같이. 올 초에 스님 동생이 하룻밤 자고 가면서 산나물 예찬을 어찌나 펼치던지. “뭘 먹는 걸 탐하고 그래.” “형님은 생각이 짧으시오. 혼자 살면서 아파봐. 누가 돌봐줘요? 건강하게 살다 죽어야지.” 옳다구나 맞아. 삶고 데친 나물 반찬은 명절에나 맛보는데 샐러드식으론 언제나 나물 맛을 볼 수 있겠네. 나물 반찬만큼 무침 요리가 먹고 싶을 때도 있어. 가까이 가자미 회무침을 잘하는 곳을 알고 있는데 친구들과 가끔 방문. 회를 쳐서 먹고 식초를 가미한 회무침으로 먹기도 해. 무와 미나리를 넣고 지리탕을 끓이면 이렇게 봄비로 쌀쌀한 날엔 아랫배를 덥히고 역병의 인후통도 가라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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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수궁가는 토끼와 자라가 주연, 용왕님은 조연. 해결사 자라는 이름만 자라고 절대 안 자면서 돌아다녀. 용궁에 끌려간 토끼는 간을 집에 두고 왔다면서 속임수. 육지에 나와설랑 냅다 도망을 치는데 그만 사냥꾼의 올무에 걸리고 말아. 두 번째 목숨줄이 위태. 마침 쉬파리들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 토끼의 애원에 도움을 주는데, 똥구멍에다 유충 구더기들을 실례. 거기다가 용궁에서 내내 참아온 도토리 방귀까지 뽀옹~. 사냥꾼들은 이걸 불에 구워 먹었다간 큰 병에 걸리겠다 싶어 토끼를 숲에다 내던져 버리고 간다. 토끼는 두 번 죽다 살아난 행운의 주인공. 사실 용궁 이야기만 알지 사냥꾼 이야기는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또 자라는 어찌 됐을까 안 궁금해? 다른 약재를 들고 병든 용왕님을 살렸다는 게 정설. 하다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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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학만 나와도 취업이 잘되던 때가 있었어. 한 학생이 도무지 취업을 못하고 코가 석 자나 빠져 지내자 교수 면담. “교수님! 취업 게시판을 한번 보세요. 불문학을 전공했어야 하는데, 길을 잘못 든 것 같습니다. 흑흑.” 학교 앞 취업 게시판을 보니 대부분 ‘전공 불문’이라고 쓰여 있었대나 어쨌대나. 지금은 대부분 대졸 이상. 하버드 유학파도 많아. 학벌만 높고 교양이나 따뜻한 심성이 없어 보인다. 학연, 지연에다가 직업이 같은 직연, 개신교 교회가 같은 개연(?)까지 쌓이면 막강 라인이 형성돼. 패거리 집단들이 어디서나 완장 행짜를 부리는지 몰라. 이런 세상을 뒤로하고, 자전거를 몰면서 변두릴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해. 볼일이 있어 나온 김에 자전거포에 들렀다. 카센터를 애용해야 차를 오래 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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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영화 각본집을 들썩거렸더니 개가 꼬리춤. “개가 뭔가를 쳐다보며 연신 꼬리를 흔들고 있다.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가면, 더욱 흥분해서 꼬리를 흔든다. 껑충껑충 뛰기도 한다.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황금빛 저녁 햇살이 빛나는 버스 차창 밖으로 뜀박질 경주하듯 달리는 아이가 보인다.” 강아지도 아마 뒤따라 달음박질 중이겠지. 영화에 나오는 시골개처럼 두리번거리면서 봄밭의 할매들을 관찰한다. 마당 아래 빙 둘러친 견치돌 옹벽이 있는데 해마다 할매들이 돌틈에 호박 구덩이를 만들어 내 꽃밭과 마당까지 호박 넝쿨이 범람해. 잔디와 돌틈 철쭉나무들을 싹 덮어 죽게 만들고, 호박 한 덩어리 먹어보라 주지도 않음. 문제의 할매에게 올핸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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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를 갖고 있는데, 축구를 마치고 돌아와 헐레벌떡 숨찬 목소리로 뭐라 뭐라 경기평을 해대는 소리. 축구를 사랑하는 한국 사람인 나도 한때 매일 축구를 즐겼다. 축구 종주국 영국 사람 조지 오웰의 학창 시절도 축구 얘기로 자욱하더군. 그이의 산문 가운데 ‘즐거웠던 지난날들’이란 글이 있는데, “날마다 축구는 악몽 같았다. 싸늘하고 차가운 날씨, 질척거리는 물찬 운동장과 얼굴로 돌진해오던 흙 묻은 더러운 축구공, 무릎은 피가 날 지경으로 까지고 몸집이 큰 동무들에게 작은 내 발은 밟히기 일쑤였어.” 내 녹음 테이프엔 또 교회당 마루에 누워 찬송가를 부른달지 박화목 시인의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봄노래를 부르며 노는 동무들. 젊은 어머니의 가늘고 다정한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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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어디 뒀는지 찾느라 허둥지둥. 겨울옷 드라이를 맡겨놓고 왔으면서 찾느라 한참 옷장을 뒤졌어. 운전 중에 마시려고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아뒀는데, 빈손으로 출발. 자주 그런다. 수다나 떨고 앉았을 노는 친구는 없고, 무엇보다 커피값이 비싸 커피집은 패스. 집에 놓고 온 맛난 커피가 계속 아른거려. 거절을 못해 금방 물고기처럼 잊고 낚싯바늘을 물곤 해. 이혼이란 인내력이 동날 때 가능, 재혼은 기억력이 없을 때 가능하다던가. 이 난리를 여러 번 치른 친구도 아는데, 아니면 말고 될 대로 되라 식 같더라. 그도 타고난 능력이겠지? 이런 얘기가 있어. 부인이 너무 건망증이 심해 국이며 생선이며 태우기 일쑤. 어딜 같이 나가면 “여보! 내가 다리미를 끄지 않고 나온 거 같아. 얼른 집으로 돌아갑시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