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화석연료와 자본주의를 통해 지구 생태계에 압도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모자라 스스로의 생존마저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인류는 석탄과 석유를 먹고, 시멘트 건물만 있으면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국 생태계의 일원이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이 붕괴된 지구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 이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곧잘 잊는다. 지구생명보고서를 보면 지난 50년간 지구상 생물종 개체수는 평균 69% 감소했다. 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생물다양성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서식지의 손실과 훼손이다. 하지만 앞으로 생물다양성에 닥쳐올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기후위기다. 서식지의 손실로 인해 생태계의 회복력이 크게 상실된 상황에서 폭염, 화재, 가뭄, 홍수 등 극한 기후 현상으로 인한 충격은 생물다양성의 붕괴를 앞..

방송국 전파로 라디오를 들으며 전자파 유해성 기사를 읽는다. 음악을 듣게 해주는 전파는 고맙지만, 전자파는 왠지 피하고 싶다. 전파는 좋은 것이고, 전자파는 나쁜 것일까? 전자파는 표준 용어가 아니어서 전자기파로 부르는 것이 맞다. 전파도 좀 이상하다. 자연에는 전파(電波)와 자파(磁波)가 따로 없어, 둘은 서로를 만들어내며 전자기파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영어로 radio wave인 전파를 직역해 라디오파라고 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전기만의 파동으로 오해하는 이는 없고, 이미 널리 쓰여 이제 와서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물리학은 자연을 객관적인 실체로 기술하고자 하지만. 어쨌든 인간은 인간의 언어로 자연을 기술한다. 전기(electricity)는 호박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elecktro..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된 지난 9월 26일 서울 숙명여대 축제 ‘청파제’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 성동훈 기자 코로나19 방역조치 가운데 마지막 남은 ‘실내 마스크’를 드디어 벗게 될까. 정부가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내년 1월, 늦어도 3월에는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7일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장소 불문하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마스크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급격히 확산되는 바이러스에 맞설 인류의 유일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변이를 거듭한 바이러스의 중증화율·치명률이 낮아지고, 메신저RNA(mRNA) 신기술을 이용한 백신이 신속하게 도입..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카타르 월드컵에서 극적으로 포르투갈을 꺾은 우리 선수들이 경기 후 들고 있던 태극기에 써 있던 말이다. 지난가을, 미국에서 열렸던 2022 롤드컵(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리나라 한 팀이 ‘언더독’으로 우승을 일구어냈을 때부터 곧잘 접하게 된 문구다. 그 팀은 국내 선발전을 어렵게 통과, 롤드컵에 진출하여 강호들을 연이어 꺾고 결승에서 국내 리그 우승팀에 역전승을 거둠으로써 세계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일구어낸 값진 승리의 퍼레이드였다. 그런데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간직하고 또 이를 꿋꿋하게 발휘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공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스스로 한계 지음” 때문에 그러하다. 하루는 제자 염구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도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 맞는 겨울을 앞두고 유럽엔 에너지 위기가 초비상이다. 지난 9월 독일로 향하는 러시아의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 천연가스 공급 중단, 최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기존 원유 생산량 감산 수준 유지 결정 등 에너지 공급 불안요소가 점점 커지면서 유럽 각국은 필사적인 에너지 절약 대책들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 위기로 가격이 폭등하는 에너지에 대한 절약 대책으로 프랑스는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의 야간조명 소등과 함께 조명 및 옥외광고를 오전 1시 이전에 끄고 난방온도를 19도로 제한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공공건물 온수 중단과 수영장 난방 금지를 시행 중인 가운데 겨울철 난방을 위한 땔감용 나무의 수요가 급증하며 난방용 장작 가격..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 지난 주말. 평소 활동하는 SNS에서 손가락이 얼얼할 만큼 이모티콘을 눌렀다. 크게 흥분하거나 몰입해서 볼 만큼 스포츠 애호가는 아니지만, 기적에 가까운 막판 골을 확인하는 순간 벅찬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경기와 관련된 모든 글과 사진에 하트와 스마일을 누르고 또 눌렀다. 아이처럼 신났고 평범한 농담에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기쁨에 겨워 남긴 나의 짧은 글에 달린 이모티콘들을 보며 묘한 감동을 느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점 차이나 정서적 차이, 관심사의 차이 등으로 소원했던 수많은 온라인 친구들의 흔적이 찍혀 있었다. 흔히 국뽕이라고 하는 과도한 자국 이기주의에 신중한 사람들도, 자신과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분노하며..
한국산 전기차에 세금면제 혜택을 주지 않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시행 중이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세금 혜택 대상 차종에는 미국 현지 생산 일본차와 유럽차가 있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는 없다. 한국에서 만든 한국차를 차별하는 미국법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미국에 국제법상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 협정에서 정한 문제 해결 절차를 밟지 않는다. 그저 미국에 읍소할 뿐이다. 바쁘게 미국을 찾아가는 한국 공무원들의 서류가방에는 한·미 FTA 제소장은 들어 있지 않다. 아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자유’와 ‘법치’를 말하며 가치를 함께하는 동맹체임을 과시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미국을 움직일 수 없다. 지렛대가 있어야 한다. 그 하나가 한·미 ..

지난달 16일 동남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 등의 영접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밤에, 휴일에 대통령이 누굴 만나는가. 정가의 영원한 관심사다. 관저에서 세상 얘길 나누는 이가 대통령 복심도 가장 잘 읽고 움직일 거라 보는 것이다. 박철언(노태우)·김현철(김영삼)·박지원(김대중)·유시민(노무현)·이재오(이명박), 민간인 최순실(박근혜)과 정권 초의 김경수(문재인)도 그런 위치였다. 왕의 남자와 숨은 실세로 불린 이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회동 뉴스가 이어진다. 지난달 7일 입주한 용산 관저 첫 손님은 사우디 왕세자(17일)라 했고, 공개된 첫 만찬은 여당 지도부(25일)였다. 그러나 세간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