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주택(경기도), 누구나 집(더불어민주당), 상생주택·안심주택(서울시), 원가주택(국토교통부)….” 선거철이면 쏟아져 나오는 각양각색의 ‘○○주택’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려면 이 복잡한 정책들을 울며 겨자 먹기로 구분해내야 한다. 비단 주택 영역만의 특징은 아니다. ‘약자와의 동행’ ‘기본 시리즈(기본소득·주택·금융)’ 등 정치 풍토가 어느샌가 브랜딩부터 시작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브랜딩은 당연히 중요하다. 직관적이고 기억에 남는 이미지는 국민이 국가 정책을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제 역할을 해낸다면, 정치인의 브랜딩이 그저 표팔이 수단으로만 폄하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최근의 동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정책의..
특정 단어를 언급하지 않고도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어느 날 글쓰기 수업에서 나는 어린이들에게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골라달라고 요청했다. 어린이들은 주섬주섬 자기 취향의 이미지를 들고 왔다. 사람일 수도 있었고 동물일 수도 있었고 물건일 수도 있었다. 어떤 사진을 골랐는지 서로 보여주지 않는 게 규칙이었다. 지금부터 그것에 대해 써보자고 제안했다. 다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존 버거의 책 과 비슷한 서술 방식을 연습하려는 의도였다. 글을 완성시킨 열두 살의 서영이가 사진을 가린 채 자기 문장을 읽어주었다. “부글부글 타오르는 불을 상상해봐. 불은 말이지, 아주 뜨겁고 때로는 위험한 거야. 무언가를 강요하는 듯한 색깔이기도 해. 왜 그런 거 있잖아. 엄마가 화나면 튀어나오는..

종이에 아크릴 (18x26cm)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요? 예쁜 것을 보았을 때. 오늘 나의 복장이 마음에 들 때. 사랑하는 사람이 웃어줄 때.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 원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왔을 때. 내 앞에서 신호가 바뀔 때. 추운 날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갈 때. 재밌는 꿈을 꾸었을 때. 푹 자고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이렇게 행복은 내 주위 어디선가 숨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재 | 생각그림 - 경향신문 305건의 관련기사 연재기사 구독하기 도움말 연재기사를 구독하여 새로운 기사를 메일로 먼저 받아보세요.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검색 초기화 www.khan.co.kr
14세의 청소년이 어머니 계정을 이용해 쿠팡이츠 배달을 했다가 논란이 됐다. 쿠팡이츠는 계정을 정지시키면서, 플랫폼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했다. 부산 배달대행사에서 일한 라이더는 사고가 나서 일을 못했는데, 하루 4만5000원의 오토바이 리스비를 갚지 못해 700만원의 빚을 졌다. 두 사례 모두 법으로만 따지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우리 노동조합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일부노동자에게 노조를 결성해 사용자의 부당한 대우에 맞설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기업은 노조법을 비웃으며, 다양한 꼼수를 쓰고 있다. 쿠팡이츠에서 배달노동자가 아니라 사장님 모집을 시작했다. 동네에서 쿠팡이츠 배달을 할 라이더 5명만 모으면 ‘벤더’라는 이름의 사장이 될 수 있다. 본사는..
미국 드라마 는 볼티모어에서 일어나는 범죄와 갱과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다. 극 중 에이본 박스데일(우드 헤리스)이라는 인물은 갱의 우두머리로, 프랭클린 테라스에서 7개 건물 중 5개를 통제하며 그 5개의 건물에서 마약을 거래한다. 심지어 뒷골목까지도 박스데일의 관할 내에 있다. 이 사실을 누구나 알지만 묵인한다. 그렇게 박스데일은 마약을 통해 권력자가 된다. 경찰은 이런 그를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각종 모략과 술수에 능한 자를 잡기란 쉽지 않다. 드라마 와 같은 일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약 청정국이라 불렸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에도 급속도로 마약이 퍼져나가고 있으며, 결국 정부는 올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의 한..

우리는 또다시 변모하는 산업사회의 현실을 농경제 시대의 대의제 민주주의 틀에 쑤셔 넣는 답답한 상황에 봉착하였다 산업사회 현실을 생생하게 파악하고 반영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를 마련하고 여기에 기존의 국가 권력을 과감히 위임해야 한다 그것이 현재의 답답한 상황을 뚫기 위한 절실한 과제이자,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 간절한 포괄적인 의미의 정치 혁신이다 영화 을 보면 레오니다스 왕의 지휘 아래에 똘똘 뭉친 스파르타 전사 300명이 좁은 길목을 막고서 수십 만 페르시아 대군의 진군을 저지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좀 뒤틀린 상상력일지 모르지만, 더 효율적이고 더 평등한 산업사회로 나아가야 할 우리 모두의 발걸음이 여의도 입법자 300명의 손에 오롯이 달려있는 우리 처지와 묘하게 닮은 점이 있다. 아무리 절박하고 중..
1888년 영국 동부의 브라이언트 앤드 메이 성냥공장에 근무하는 여성 및 소녀 노동자 1000여명은 최초의 대규모 여성 노동자 파업을 단행했다. 하루 14시간 이상의 노동과 저임금 및 벌금제도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계기는 성냥제조에 사용된 백린의 치명적 부작용 때문이었다. 백린은 턱이 괴사되는 인중독성 괴사(phossy jaw) 등 인체에 축적되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유해 물질이었다. 최근 개봉된 영화가 바로 이 파업의 발단이 된 백린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질병에 걸린 여성은 장티푸스에 걸렸다고 비난하며 내쫓았고, 백린의 문제를 제기한 여성노동자는 신변의 위협까지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공장의 노동자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일을 중단’하고 거리로 나서는 것이었다..
2017년 5월25일 영국 맨체스터의 한 광장에 시민들이 모였다. 어딘가 슬픈 표정을 한 이들은 사흘 전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장에서 일어난 테러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1분간 침묵했다. 1분의 침묵이 끝나자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한 여성이 맨체스터 출신 록밴드 ‘오아시스’의 ‘화내며 뒤돌아보지 마세요’(Don’t look back in anger)를 조용히 읊조렸다. 그가 20초가량 노래를 부르자 몇몇이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따라불렀고, 1분쯤 지나자 광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불렀다. 계획된 일이 아니었다. 처음 노래를 시작한 리디아 번스마이어 롤로는 지난 사흘간 머릿속에 떠올랐던 노래를 불렀을 뿐이라며, 사람들이 따라부르기 시작했을 때 소름이 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