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집니다.” 생활에 쪼들려 더 싼 전셋집으로 옮겨야 하는 한 중년 여성의 넋두리다(김애란, ‘좋은 이웃’, 2021년 겨울호). 이 소설을 읽은 날이 대선을 정확히 석 달 앞둔 12월9일이라 마음이 더 애잔하다.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권력’을 지키고 싶어집니다”라는 발설하지 않은 고백이 들리는 것 같다. 대선 후보들은 초심을 지키고 있을까. 양대 정당 후보를 두고 역대 가장 심한 비호감 선거라는 얘기가 돌고,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후보가 없다고 한다. 양대 정당의 잇따른 인재 영입 실패도 구설에 든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나 민주주의 사회화가 덜된 사람들을 불쏘시개로 쓰려다 젖은 장..
인천의 ‘층간 소음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이 총기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실탄을 쏴서 범인을 검거했다고 자랑 삼아 홍보영상을 돌리기도 했다. 국회는 경찰을 뒷받침한다며 경찰관이 직무수행 중 시민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형사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쪽으로 법률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인천 사건은 총 때문이 아니라 엉터리 현장 활동 때문에 생긴 거다. 경찰관이 현장에 나갈 땐 반드시 2인 1조로 움직여야 한다. 적어도 2명은 되어야 현장 대응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범죄 예방과 진압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고 현장 변수도 많다. 층간 소음은 흔한 분쟁이지만, 감정이 쌓이면 자칫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니 2인 1조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했다. 하지만 경찰관들은 ..
“돈이 없으면, 돈을 마련할 시간이 부족하면 죽어야 하는 게 의료 강국이라는 이 나라의 현실인가요? 정책을 결정하는 윗분들이 킴리아 건강보험 등재를 고민하며 한 달 한 달 평가를 미룰 동안 약이 필요한 아이들은 한 달 한 달 독한 항암제를 들이부으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킴리아 치료를 기다리다 끝내 아들을 품에서 떠나보낸 은찬이 엄마가 지난 10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이다. ‘킴리아’, 근래 기적의 암치료제로 불리는 신약이다. 기존의 항암제와 달리 환자 개인 맞춤 치료제이다. 환자 혈액에서 뽑아낸 면역세포를 환자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배양한 후 다시 환자에게 주입한다. 이제 환자 암세포를 인지하는 유전자 정보가 입혀진 면역세포는 마치 유도탄처럼 암세포를 찾아 공격한다. 킴리아는 말기 급성림프구성백혈병..
![](http://i1.daumcdn.net/thumb/C148x148/?fname=https://blog.kakaocdn.net/dn/K4wme/btrmY48OCdQ/grKDXsTmfr6PjvDzN82Xx1/img.gif)
반했다. 드라마 의 성가 덕임에게 홀딱 반했다. 성덕임은 조선시대 궁녀다. 밝고 영리한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주도적이다. 위태한 처지에서도 자신이 섬기는 세손 이산을 지키고자 나서고 권력자 앞에서도 당당하게 의견을 말한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도 덕임에게는 해당이 없다. 경쟁자도 품을 줄 아는 덕임은 상대를 배려하고 의리를 지킨다. 성별을 떼고 보아도 매력적인데 사극 속 여성으로는 흔치 않은 인물이라 더욱 눈이 갔다. 중전이 되면 칭찬이 자자할 테고 왕이 되어도 성군이 되었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인물평을 듣게 된다. 할 말 할 줄 알고 맡은 일에 헌신적이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두고 ‘추진력이 있다’ ‘리더감이다’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이다’라고 평한다. 한데 이런 평가는..
지금으로부터 92년 전의 일이다. 1929년 11월4일 새벽 3시, 경주에서 자동차가 전복되는 큰 사건이 발생했다. 경주군청에 근무하던 이귀돌(李貴乭·22)이 친구 세 명과 기생 두 명을 데리고 불국사로 유람을 갔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운전자는 강본자동차부(岡本自動車部)의 일본인 강본무문(岡本武文·22)이었고, 사고의 원인은 음주운전이었다. 운전기사도 취하도록 술을 마셨고, 기생 서석란은 위기감을 느껴 남은 술을 자동차에 숨기기까지 했다. 이 사고로 이귀돌이 사망했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근대사 초기의 음주운전 관련 사망기록이자, 대형 인명 피해 사고기록이었다. 1930년 8월5일에는 또 다른 음주운전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오토바이 운전자였다. 오토바이가 황금정, 지금의 을지로로 돌진해 김원순..
![](http://i1.daumcdn.net/thumb/C148x148/?fname=https://blog.kakaocdn.net/dn/CGvHH/btrmoq4jhw7/K8rfp9zprWPN3KVIzjKHh0/img.gif)
넷플릭스 임원들이 한국을 다녀가면서 논의에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 국회 토론회에서 드러난 망사업자 측 입장을 보면 망중립성이 금지하고 있는 소위 ‘전송대가’가 아니라 피어링비용(paid peering)을 받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즉 ‘전화나 우편처럼 자신의 망을 지나는 데이터의 발신자가 인터넷의 어디에 있든 돈을 받겠다’는 뜻은 아니고 개인들도 가정용 초고속인터넷을 돈내고 가입하는 것처럼 자신과 직접 접속하는 발신자에 대해서만 접속대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도 그런 성격의 비용이라면 과거에 낸 적이 있음을 순순히 밝혔다. 그러나 피어링비용도 망중립성에 반할 때가 있다. 망사업자들이 이용자들을 볼모로 잡고 관문지기 역할을 하면서 통행세를 받으려 하여 결국 돈을 가진 자들의 데이터만 통행이 더 잘될 ..
![](http://i1.daumcdn.net/thumb/C148x148/?fname=https://blog.kakaocdn.net/dn/bnY6Hm/btrl9QpUBYC/9695LdaY7v6c7YLAHaCL70/img.gif)
전두환 제11대·제12대 대통령이 유명을 달리했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유혈진압 등 자신의 잘못에 대해 아무런 사죄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헌정에 남긴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에게 남겨져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학살자로 명명될 역사적 과오와 함께 독재자로서의 그의 행적이 오늘의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를 평가하고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전두환이 처음 대통령이 된 것이 독재헌법인 유신헌법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군사반란과 학살이 바로 반유신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고 유신체제를 계승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독재자 박정희가 암살되고 유신헌법의 폐기가 시대정신이었던 때 민주화운동을 군사력을 동원하여 탄압하고 유신헌법의 절차에 따라 국..
![](http://i1.daumcdn.net/thumb/C148x148/?fname=https://blog.kakaocdn.net/dn/ZHdJH/btrlzNluH49/2tpLzhDqwCfWjqUPuUKe10/img.gif)
2022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2년 예산은 총 604조4000억원으로, 2021년 본예산 대비 8.3% 증가했으나 추경 대비로는 0.8% 감소한 규모이다. 그런데 여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안한 전 국민 방역지원금 문제로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당과 예산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충돌하고 있다. 여당은 예상되는 추가세수로 국민 1인당 20만원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으며, 2022년 예산안에 이를 반영해 1월부터 즉시 지급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추가세수는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 예산안은 정책 실행 계획의 민낯을 보여준다. 화려한 정치적 수사로 특정 정책을 홍보하더라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