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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은 덩치도 클뿐더러 생각하고 말하는 품이 기성세대 어른들을 능가한다. 이들을 청소년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소년’보다는 ‘청년’에 가깝다. 이런 청년들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과 똑같은 방식으로 반편성을 하고 학습하며 시험을 치르도록 해왔다. 이들의 신체적·지적 발달 수준에 맞춰서 고등학교 교육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즉 고교 교육과정을 현재 대학 교양과정에 버금가도록 개혁하며, 물리적 시공간 구조도 ‘캠퍼스’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최근 등장한 고교학점제는 분명 그 발화점을 제공했다. 변화의 초점은 이들에게 수준 높은 지적 자극을 넘치도록 줄 수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똑같은 문제를 초단위로 풀고, 한 개를 틀리면 전체 석차가 흔들리는 방식으로는 그런 깊고 창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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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경제로부터 분리하는 환경외부화의 효과를 설명할 때 흔히 쓰는 ‘개수대의 비유’란 것이 있다. 수도꼭지를 틀면 개수대로 물이 콸콸 쏟아져 들어와서 배수구로 흘러나간다. 그 물이 어디서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개수대 안에만 물이 잘 나오고 잘 빠져나가면 세상은 문제없이 돌아간다. 개수대는 시장이면서 사회다. 시장과 사회의 외부에 마치 필요하면 언제든 공급되는 자원의 저장고가 있고, 쓰고 나서 한도 없이 버릴 수 있는 거대한 폐기물 처리장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그렇게 살아왔다. 지금 기후위기는 그런 삶의 결과다. 개수대와 수세식 변기가 있는 곳이 문명과 발전의 장소다. 어디선가 물이 흘러와서 눈 깜짝할 사이에 깨끗하게 치워주는 곳. ‘이곳’의 물은 어디서 오는 것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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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국회의원들이 군대와 관련해 농익지 않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자면서도 병역의무를 여성에게까지 확대하는 전 국민 징병제를 시행해야 한단다. 모순이다. 이름은 근사하게 ‘남녀평등복무제’라 붙였지만, 왜 여성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지에 대한 특별한 설명은 없다. 그저 병역 대상이 늘어나고 군가산점제를 둘러싼 논란을 종식할 수 있어 좋단다. 군가산점제 논란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진작에 끝났지만, 일부 정치인이 엉뚱한 논란을 일으켜 문제일 뿐이다. 여성에게도 병역의무를 부담시키는 하향 평준화 방식으로 성평등을 말하는 것도 놀랍다. 이런 식이면 남성도 임신과 출산을 함께해야만 성평등을 이룰 수 있다는 이상한 논리적 함정에 빠지게 된다. 더 놀라운 것은 군대 자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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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몇 년째 텃밭을 가꾸고 있다. 새싹과 이파리들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이렇게 조그만 공간에서도 생명을 무성하게 키우는 땅이 참으로 위대하고, 잠시나마 일상에서 나오게 해주는 텃밭이 무척 고맙다. 지난 주말에도 텃밭에 앉아 땅을 예찬하다 문득 조선시대 어느 농민을 생각했다. 봄날의 찬란함은 오늘과 같았지만 그는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나에게도 땅이 있었으면….’ 매일 땀 흘려 일하건만 생산물의 상당을 지주에게 바쳐야 하는 세상에 대한 탄식이다. 그에게 땅은 고역과 착취의 전장이었다. 아마 요즘 부동산 사태 때문에 든 생각이었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인생을 가르는 신분제도 사라지고 헌법에 경자유전도 명시되어 있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에 억눌려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동네도 지..
선거 이후 두 주요 정당은 ‘못하기 경쟁’에라도 돌입한 듯하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대단히 분명했다. 민심은 한 정당에 경고를 했고, 다른 정당에는 잘한 것은 없지만 기회를 주었다. 당연히 민심의 진의를 깨닫고 행동하는 쪽이 유리하다. 그런데 두 정당 모두 국민의 선의를 걷어차고 있다. 패배한 정당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잘한 것 없는 정당은 막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우선 직접적인 요인은 눈앞의 이익이다. 현재 두 정당에서 모두 당심은 민심과 크게 유리되어 있다. 당사자들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다만 그것을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당내 선거에서는 민심을 무시하는 쪽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선택은 한국 정치는 물론이고 자기 정당의 미래조차 어둡게 만드는 일이다. 나름의 합리적 ..
충원율로 현상한 한국 대학의 총체적 위기는 연구·개발에 관한 국가 역량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학은 교육기관일 뿐 아니라, 지식을 생산·가공하고 새로운 사회적 의제와 담론을 내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교수·연구자들이 받는 임금과 존재 의미도 연구에서 나온다. 기실 연구의 위기는 이미 도래해 있었다. 기초학문은 물론 상당수의 분야에서 한국의 대학원은 공동화되고 있다. 한국은 필요한 지식·정보를 다루는 고급 두뇌를 길러내는 일을 사실상 미국(대학)에 의존하고 있다. 안보뿐 아니라 최고 단계의 교육과 지식·정보의 생산에 있어 한국은 여전히 미국의 속국이다. ‘연구’는 대학과 학회에서 생산·유통된다. 학회는 분야별 연구자 조직이며 전문 지식 생산의 세포 단위이다. 학회를 보면 대학과 전문가 및 지식인 사회가 어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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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북유럽 친구들은 트럼프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트럼프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평가는 냉정했다. 하기야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툭하면 스웨덴에 이민자가 늘어나 범죄가 늘었다며 맥락 없이 과장해 언급했고,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에 팔라고 했다가 그린란드는 물건처럼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는 덴마크 총리의 답변이 불쾌하다며 정상회담까지 취소했으니 북유럽 사람들 보기에는 뭐 저런 사람이 대통령인가 싶었을 것이다. 트럼프가 왜 그렇게 싫으냐고 물었을 때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트럼프는 인간의 악한 본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람이라는 것이다.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는 트럼프 같은 사람이 이민자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았다 선동하고, 특정 인종을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로 ..
근래에 한국이 대외적으로 마주한 여러 가지 상황들을 연구하며 전망하다 보면 많은 사안에서 다양한 고민과 우려가 쌓이게 된다. 미래의 국가 운명이 좌우될 현재의 현안들과 관련하여 주변의 강대국들은 국익이 충돌하고 이로 인해 힘겨루기와 편 가르기가 한창이다. 속칭 주변 4강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물론이고,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하에서 유럽연합(EU) 및 아세안(ASEAN) 국가들,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경쟁하는 미·중을 바라보며 이들 공동체와 국가들은 먼저 자신들의 가치와 국익을 정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적·군사안보적·정치적 주요 현안들에서 각각의 입장과 미·중 사이의 위치를 정하고 있다. 이들에 비해 한국의 움직임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보다 상대적으로 약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