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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로소득시대에 살고 있다. 작년 중반, 이미 경실련은 지난 3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 상승으로 생긴 불로소득을 493조원으로 추정했다. 저금리 시대에 민간투자금은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부동산, 동학개미, 코인시장 등 돈의 쓰나미는 무섭게 휘몰아친다. 한국 현대사에서 불로소득은 1970년대 압축성장, 개발경제, 1997년 외환위기 등의 여파로 탄생한 잉여가치를 사회적으로 관리하는 데 실패한 시대적 산물이다. 자산소득은 이미 오래전에 근로소득을 앞질렀고, 노동시장 양극화로 질 낮은 일자리의 비중이 점차 늘어났다. 시중의 유동자금은 상시적 투기현상을 낳았다. 지금의 부동산 가격 급등은 한 정부의 정책실패 탓이라기보다 오히려 한국 현대사에서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온 자본소득 과속 현상의 필연적 결과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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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노선의 계승·관리형인가? 아니면 해체·재구성의 유형인가? 지금 출마를 생각하는 대선 후보들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왜냐하면 지금 시대정신과 자신의 DNA가 일치하지 않으면 괜히 가족들만 고생시키기 때문이다. 두 유형 중 우열은 없다. 다만 지금 시대의 물결은 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재차 확인되었지만 다수 시민들은 기득권을 견제하고 공정한 문제해결을 통한 재구성을 원한다. 경선이라는 험난한 벽을 넘어야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만 보면 이재명과 윤석열이 이 시대정신 퍼즐의 일부 조각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재명은 김대중 정부의 레임덕 시기에 전환적 리더십으로 재구성된 질서를 탄생시킨 노무현 시즌 II가 될 수 있을까? 이재명은 기득권 부수기와 문제해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하고 1966년에 첫 상영된 이후에 아직도 가끔 국내 TV에서 재방영되고 있는 서부활극 영화가 있다. 국내에 개봉할 때 제목을 ‘석양에 돌아오다’라고 붙였지만, 원제목인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로 더 잘 알려진 영화이다. 이 영화의 원제목은 특정 상황과 그 상황에 속한 주요 인물들을 묘사하는 촌철살인으로 현재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4·7 보궐선거는 ‘The Good(선한 자)’은 없고 ‘The Bad(나쁜 자)’와 ‘The Ugly(추한 자)’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구도였다. 우리 정치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하는 한탄과 이런 구도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불편함에 대한 울분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
선거, 잔치는 끝났다. 아니다. 이것은 한 편의 부조리극이었다. 수십년 동안 이렇게 여야 정당이 동시에 망가져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승리한 측에 재를 뿌리려는 것이 아니다. 승패와는 별개로 정당 모두가 패배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이번 선거를 돌아보라. 이게 어떻게 정당정치인가. 시종일관 서로 삿대질 말고 한 게 뭐가 있나. 최선이 아니라 차선의 선택이라 하니 어떤 정당이든 찍기는 하였으나 어느 정당에도 신뢰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은 열린우리당 시절을 다시 보는 듯 안타까웠다. 마르크스가 ‘역사는 되풀이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라고 했다는데 민주당의 현실은 가히 희극이다. 열린우리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다수 의석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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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 않고 살아가던 것을 묻게 되는 순간이 있다. 책이 종종 계기가 된다. 는 홀로 죽은 이들의 집을 치우는 특수청소부의 이야기다. 죽은 이들의 자리는 보이지 않던 세상을 드러낸다. 집 밖에서부터 알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죽음의 단서. 잊을 수 없는 것은 우편함이다. 수북이 쌓인 우편물은 수취인의 변고를 증언한다. 그 속에 전기요금 고지서와 체납독촉장이 있다. 그리고 전기 끊긴 날, 죽는 사람이 있다. 전기가 끊긴 날은 어떤 날이었을까? 어두워졌지만 불을 켤 수 없고, 냉기가 스며들지만 전기장판도 켤 수 없고, TV도 안 나오고, 컴퓨터도 휴대폰도 켤 수 없는 날. 전기가 끊기는 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다. 단전 예고일은 사형 선고일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전기는 빛이고, 열이며, 동력이다. 연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20여년에 걸친 검경 수사권 조정 끝에 태어났다.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을 주면서 일종의 안전장치로 만들었다. 그러나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같은 경찰관들이 똑같은 일을 한다. 경찰청 수사책임자 계급을 한 단계 올리고 국가수사본부장을 개방직으로 임명한다는 것 말고 눈에 띄는 건 없다. 부서 이름이야 아무래도 좋다. 경찰청 수사국이 하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하든 같은 경찰일 뿐이다. 달라진 건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이 명실상부 수사의 주체로 거듭났다는 거다. 권한이 없다며 억울하면 검찰에 가서 말하라는 식의 뻔한 변명은 통하지 않게 되었다. 경찰로서는 2021년이 책임 수사 원년이 되는 거다. 국가수사본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경찰의 명운이 달려 있다. 범죄 수사에도 선택과 집중이 ..
요며칠 주변 사람들의 화제는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세금 인상이었다. 나름 정책실장의 활동을 오래전부터 접해온 사람들이라 의아하고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취지에 어긋나는 처신도 문제지만 ‘자신의 전세금 인상액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올렸다’는 해명이 불편했단다. 집 가진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 인상 행진에 참여하면서 그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세태에 대한 한탄이다. 대통령도 곧바로 정책실장을 경질한 걸 보면 심각성을 크게 느낀 듯하다.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긴급 소집하고 대한민국이 부동산으로 나뉘는 새로운 신분사회가 되었다며 적폐 청산을 거듭 천명했다. 국회도 부동산 투기에 무기징역까지 적용하는 법률을 의결하였고, 과거 투기 이익까지 몰수하는 법안마저 논의하겠단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2년 가까이 거의 매주 SRT, KTX를 탔는데, 그 사이에 꽤나 흥미로운 변화를 경험했다. 전에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큰 목소리로 통화를 했다면 요즘엔 주로 젊은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한 번은 앞자리 앉은 사람의 이어폰 볼륨이 너무 커서 신경이 쓰였는데, 주변을 돌아보니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내가 참을성이 부족하구나 싶어 살펴보니 나만 빼고 모두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자기 귀에 빵빵하게 자기만의 것을 듣고 있으니, 누가 큰 소리로 통화를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다. 객실에서 통화를 삼가달라는 안내 방송은 들릴 리가 없어 애초에 무용지물이다. 사정은 지하철도 버스도 마찬가지다. 이런 광경이야말로 우리 정치의 상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나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