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 아세요?” 요즘 청소년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중 후배 활동가가 갑자기 물었다. “그걸 왜 몰라?” 내가 아는 포스는 ‘힘’(force)이었다. 포스가 느껴진다고 할 때의 그것 말이다. 그러자 그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포스기가 뭔지 모르는 나를 타박했다. 그러면서 요즘 청소년들은 대부분 포스기를 안다고 했다. 그만큼 청소년들이 알바를 많이 하기 때문이란다. 포스기를 다룰 줄 모르면 알바 구하기도 어렵단다. 일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올해 청소년 통계를 보면, 13세에서 24세 사이 청소년 10명 중 4명(39.9%)은 알바 경험이 있다. 중·고생도 10% 가까이 알바를 한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노동의 권리와 의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채로 노동현장에 나간다. 포스기를..
여름철 더위는 더 일찍 시작되고, 더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더위 관련 질병으로 산업재해가 승인된 노동자 수는 최근 5년간 156명이며 이 중 26명이 사망하였습니다. 옥외 작업을 하는 건설노동자, 배달·운송 업무에 종사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극한 더위를 견디며 일하고 있습니다. 옥외 작업은 아니지만, 대형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더위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옥외 작업과 달리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고온 환경 노출에 대해 안전보건 관리를 할 수 있게 하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물류센터는 그 규모가 매우 크고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구조인데, 에어컨 등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시설이 없어, 새벽에도 35도를 오르내리는 더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위에 높은 육체적 부담이 더해지면 심..
2016년 국회가 발의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헌법위배 행위를 주요 탄핵사유로 적었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수호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고 파면을 결정했다. 국민의힘이 탄핵의 아픔을 딛고 정권을 되찾고 싶다면 헌법수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실망스럽게도 대통령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위헌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주 120시간 이상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주 52시간까지 연장근무를 시킬 수 있는 법안을 비판했다. 최재형 후보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범죄행위라고 비난하며 지역별 차등지급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적 ..
2017년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일 만에 첫 대외 활동으로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돼 왔던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행사 현장에 있던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이 뉴스를 접한 일부 문 대통령 지지자들도 눈물을 흘렸다. 오마이뉴스의 관련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악조건에서, 불안하게, 근무하던, 1만명의 직원들이 정규직이 된다? 내가 다 눈물이 나네요. 대통령의 민생문제 해결의 진정성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더군다나, 정규직화로 인하여, 경비도 3% 정도 절감된다는데, 어찌하여 이제까지 못했었는지… 사랑의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인천공항처럼, 큰 비용 안 들이고도, 노동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 입법 예고가 임박했다. 입법 예고를 앞두고 산업재해와 노동 현장의 안전 문제에 대한 보도가 이전보다 증가하고 있다. 노동 관련 보도의 비보도, 비의제화 관행에 비춰보면 보도량 증가 자체가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노동문제 보도 프레임이 노동자 입장과 사용자 입장으로 양분될 것 같지만, 실제 분석들에 따르면 보수 언론의 노동 의제 누락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즉 노동 인권이나 산업 현장의 안전 문제는 그동안 보수 언론을 통해서는 아예 의제화되지 않았다. 지난 12일 발표한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모니터링 보고서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간혹 보도를 하는 경우는 사용자 입장만이 크게 부각된다. ‘공장이 멈추면 손해가 생기고 우리 경제 성장..
인생이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라면, 노동은 배의 노를 젓는 일일 것이다. 망망대해의 풍랑에 흔들리고 부딪힐지언정 우리는 각자의 노를 저으며 있는 힘껏 삶의 조타수로 살아간다. 때로는 틀어진 방향에 배의 키를 꺾기도 하고, 느려진 속도에 몸이 으깨져라 노를 젓기도 하지만 그렇게 파도를 헤쳐 나가는 과정 덕에 삶은 한층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가 자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성인이 되어 인생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대부분 일터일 것이다. 현대사회의 인간이란 이렇게 노동과 삶을 아름다운 것이라고 애써 찬미하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들 만큼 오랜 시간을 노동에 파묻혀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인간으로 태어난 존재의 숙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는 묵묵히 하루하루를 각자의 노동으로 채우며 ..
애덤 스미스의 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지만, 경제적 자유를 위해 사람들이 근면하게 일하는 사회가 더 부유하고 건강한 사회가 된다는 주장이야말로 국부론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산업혁명 이후 사회 발전을 이끈 것은 근면·성실하게 일하고자 했던 노동자들의 피땀이라 할 수 있다. 열심히 일해서 더 나은 삶을 일구고, 나아가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시대정신처럼 이어졌다. 오늘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1890년대, 노동자 계급의 해방을 위해 유럽에 떠돌던 유령의 이름이 공산주의였다면, 21세기 대한민국에 떠도는 노동자의 해방을 위한 유령은 재테크라는 이름이 아닐까. 투자하세요,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입니다! 부동산, 주식, 심지어 가상통화까지! 일해서 먹고사는 시대는..
강원도 원주 지역 120명의 레미콘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작은 2020년 7월8일 개최된 발대식이었다. 그 다음날부터 발대식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일을 시키지 않는 레미콘 제조사들이 나타났다. 계약해지 통보를 하고, 관련 내용증명을 집으로 보낸 회사도 있었다. 해당 조합원은 물론 그 가족들이 겪은 당황스러움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 달 정도 투쟁이 있었고, 전원 복직됐다. 이후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는 일을 주지 않았다. 원주 지역 18개 제조사 중 민주노총 조합원이 속한 9개 공장에서였다. 그런 상태가 작년 8월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우리 레미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원으로서 무언가를 요구한 것도 아니다. 그저 민주노총이라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