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청소년이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에 나선 건,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어른들의 무사안일한 태도’에 불안하고 두렵다고 했다. 그들은 기후위기를 철저히 자신의 일로 경험하고 있다. 기후변화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16세 그레타 툰베리의 등교 거부는 전 세계 40여개 나라 청소년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영국 환경단체 ‘멸종저항’은 의회 광장과 도로, 공항과 방송사를 대규모 인원으로 점거하고 기후위기 사태를 막기 위한 정부의 즉각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상황이 암울하니,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건 정신 차리고, 변화하는 일뿐이다.”기후위기는 폭염, 한파, 태풍, 산불과 같은 자연재난을 일으키고 식량 부족과 대규모 난민을 만든다. 대기오염이 가중되..
햇빛의 도움을 받아 태양광발전에 참여하는 시민을 에너지농부라 부른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2013년 조합원 99명으로 시작한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 이젠 조합원 400명을 바라본다.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출자금을 모아 태양광발전소 5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고, 올해 안에 3기의 발전소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발전소 용량은 큰 것은 100㎾ 수준이며, 작은 것은 50㎾ 안팎이니 5기를 합쳐야 330㎾ 규모이고, 3기를 추가해도 580㎾ 정도이지만 조합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햇빛의 도움을 받아 에너지농사를 짓고 있고, 이러한 움직임이 모여 서울을 태양의 도시로 만들고, 나아가 에너지 전환에 힘을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는 에너..
쓰레기가 쓰레기인 시간은 길지 않았다. 내 손에서는 그랬다. 나는 쓰레기를 잠깐씩만 만져왔으므로. 더구나 쓰레기는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아직 쓰레기가 아니었으므로. 쓰레기란 내가 원하는 물질을 깨끗하게 감싸던 것. 손과 물건 사이의 얇고 가벼운 한 겹. 버리고 돌아서면 사라지는 기억. 그래서 아주 잠깐이었던 무엇.그다음 단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잊은 쓰레기를 손으로 만지는 이들이다. 쓰레기와 관련된 어떤 노동자들은 밤에만 일해야 한다. 누군가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과정을 보는 것조차 불쾌해할지도 몰라서. 자기 손을 떠난 쓰레기를 곧바로 혐오스러운 남의 일로 여기곤 해서. 나는 그들의 얼굴과 이름을 모르지만 내가 떠난 자리에 그들이 다녀갈 것을 안다. 쓰레기가 쓰레기인 시간이 ..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의 마지막 관문인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이하 협의회)에서 전문가들이 최종적으로 사업 “부동의” 의견을 표명했다고 한다. 구성원 14명 중 찬반 양측과 결정권 없는 위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5명 전원이 사업추진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말 한마디로 ‘억지 추진’된 설악 케이블카 사업이 총체적 부정 평가를 받은 셈이다. 사업추진 결론은 이달 말 환경부가 최종 발표한다. 20일 바른미래당 이상돈·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이 공개한 협의회의 최종 회의결과에 따르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 동식물 전문가 위원 등 중립 성향 기관·전문가 모두가 8개 쟁점마다 근거를 대며 사업추진에 부정적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
우리나라 최대 전력공기업인 한전이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하였다. 한전의 적자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과 주장들이 있는데, 일부에서는 한전의 영업적자를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인 것으로 비판하고 있다. 과연 탈원전 때문에 한전이 적자로 전환되었는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우선 탈원전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에너지전환 정책은 2018년 기준으로 발전 비중이 23%에 달하는 원자력을 일시에 폐지하는 것이 아니다. 60년에 이르는 장기적 관점에서 설계수명이 완료된 설비들을 순차적으로 폐쇄함으로써 원전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2018년의 경우 원전 정비과정에서 격납건물 철판이 부식되고 콘크리트 공극이 발견되는 등 문제점이 발생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비일정을 연장..
외설악의 정상, 권금성에 케이블카가 놓인 건 1971년 일이다. 유신 선포를 얼마 앞둔 박정희는 사위에게 권금성 케이블카를 허가한다. 설악산은 이미 1965년 천연기념물,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었다. 명백한 특혜였다. 이곳은 50년 가까이 한 일가가 매년 수십억원의 수익을 남기며 독점 운영하고 있다. 이후 케이블카 추가 설치 요구는 1982년, 2012년, 2013년, 2015년 끈질기게 이어졌고, 대상지는 내설악 보호구역 핵심지역을 향했다. 지금도 강원 양양군이 제출한 오색~끝청 구간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가 검토 중이다.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50년의 논쟁, 이제는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는가.사실을 다시 살펴보자. 작년 3월 환경부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는 2012년, 201..
폭염이 기승이다. 모두들 날씨에 민감하다. 반면 기후변화에는 무관심하다. 날씨와 기후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후는 지구온도가 장기간 균형을 이룬 상태를 말한다. 날씨는 그 균형에서 벗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눈앞의 날씨변화는 쉽게 알아차리지만, 소리 없이 진행되는 기후변화는 감지하지 못한다. 문제는 미세한 기후변화가 삶에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다. 지구 평균온도가 0.5도만 올라도 해수면이 10㎝ 높아져 1000만명이 위험에 빠진다는 통계가 있다.최근 독일 연구진은 기후변화의 속도가 동물들이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가 인간에 앞서 동물의 위기를 부를 것이라는 불길한 소식이다. 과학자들은 현재 상태로 12년이 흐르면 기후위기는 최악의 상태에 직면한다고 예측한다. ..
2000년대의 첫 10년을 보내면서 미국 국립해양청(NOAA)은 48개국 300여명의 과학자로부터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기후보고서를 발표했다. 명백히 인류에 의해 초래된 기후변화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결론지은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는 1880년대 이후 갈수록 더워져 2000년대가 가장 더웠던 10년으로 기록됐다. 당시 영국 기상청의 피터 손은 “보고서는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절규를 나타낸다”고 했다.그 ‘절규’가 날로 강렬해지고 있다. 사상 최고의 폭염이 한국을 강타한 2018년 지구 평균기온은 14.69도를 기록, 20세기 전체 평균보다 0.79도나 높았다. 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후 4번째 높은 기온이다. 139년의 관측기간 동안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16..